어느 날 갑자기 사무실이나 매장으로 날아온, 굵직한 빨간 도장이 찍힌 등기우편. 겉봉투에 적힌 '상표권 침해 경고장'이라는 글자를 보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기 마련입니다.
내용을 읽어보면 "당사가 등록한 상표를 무단으로 사용하여 심각한 재산상 손해를 끼쳤으니, 일주일 이내에 간판과 온라인 쇼핑몰 명칭을 모두 내리고 손해배상 합의금으로 2,000만 원을 송금하라"고 적혀 있습니다. 응하지 않으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형사 처벌을 받게 하겠다는 협박성 문구도 가득합니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 골목상권 소상공인, 이제 막 브랜드를 알리기 시작한 스타트업 대표님들 입장에서는 당장 사업을 접어야 하나 싶을 정도로 공포감이 밀려올 것입니다.
하지만 잠시 숨을 고르고 냉정해지셔야 합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합의금만을 노리고 무차별적으로 경고장을 남발하는 이른바 '상표 기획 소송'이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의 요구대로 덜컥 돈부터 입금하거나 섣불리 사과하는 순간, 오히려 빠져나오기 힘든 법적 덫에 걸릴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완봉입니다. 오늘은 그 이유와 단계별 대응 전략을 알기 쉽게 정리해 드립니다.
경고장을 받은 뒤 가장 많이 하시는 치명적인 실수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아예 무시하는 것이고, 둘째는 겁에 질려 상대방 법무법인에 직접 전화를 걸어 하소연하는 것입니다.
"저 정말 몰랐습니다. 한 번만 봐주세요. 합의금 조금만 깎아주시면 안 될까요?"
이 한마디는 고스란히 상대방의 녹취록에 담겨 법원에 제출됩니다. 법률적으로 이는 상표권 침해 사실을 스스로 인정(자백)한 것이자, '고의성'까지 입증해 주는 꼴이 됩니다.
상대방이 제시하는 회신 기한(보통 1~2주)은 법적 시효가 아니라 상대방이 임의로 정한 심리적 압박 수단일 뿐입니다. 소송이나 고소장 접수 전인 지금이 가장 안전하게 방어 논리를 구축할 수 있는 골든타임입니다. 당황하지 말고 아래 3단계 방어 전략을 차근차근 실행하시기 바랍니다.
이름이 비슷하다고 해서 무조건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표법상 침해가 인정되려면 몇 가지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지정상품과 업종이 실질적으로 중복되는가?
상표권은 모든 영역에 독점권을 갖는 것이 아니라, 등록 시 지정한 '상품 분류(지정상품)' 범위 내에서만 효력이 미칩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의류(제25류)'로 상표를 등록했는데 내가 동일한 이름으로 '식당(제43류)'을 운영하고 있다면, 원칙적으로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상표로서 사용한 것인가? (상표적 사용 여부)
상표법 제90조에 따르면, 상품의 원재료·효능·품질·산지 등을 설명하기 위해 일반적인 방법으로 사용한 경우에는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제주 유기농 녹차'라는 등록상표가 있더라도, 메뉴판에 '제주 유기농 녹차로 만든 식빵'이라고 기재한 것은 출처를 표시하는 상표 사용이 아니라 단순한 설명이므로 침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업종도 겹치고 이름도 유사하다면, 그다음으로 확인해야 할 것이 '누가 먼저 썼는가'입니다. 우리나라 상표법은 먼저 신청해서 등록한 사람에게 권리를 주는 '선출원주의'를 원칙으로 하지만, 오랫동안 성실하게 운영해 온 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선사용에 따른 상표를 계속 사용할 권리(상표법 제99조)' 라는 구제 수단을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특히 개인 사업자나 소상공인에게는 상표법 제99조 제2항(상호 선사용권) 이 강력한 방패가 됩니다.
※ 선사용권 입증을 위해 지금 바로 확보해야 할 증거 목록
* 개업 당시의 사업자등록증 및 영업신고증
* 도메인 구매 내역, SNS(인스타그램·블로그) 최초 개설일 및 초기 게시물 캡처본
* 간판 제작·인테리어 계약서 및 세금계산서
* 초기 고객 카드 결제 내역 및 매출 장부
* 브랜드명이 인쇄된 포장지·명함·쇼핑백 사진
최근 기획 소송을 벌이는 업체들은 실제로 제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할 의사도 없으면서, 유행하는 단어나 일상적인 표현을 먼저 상표로 등록한 뒤 무차별 경고장을 발송합니다.
대법원은 이처럼 오직 타인의 영업을 방해하거나 합의금을 갈취할 목적으로 상표권을 행사하는 행위 에 대해 권리남용 으로 판단하여 상표권자의 청구를 기각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의 권리 남용 정황을 논리적으로 제시하면 소송 전에 상대방이 스스로 물러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상대방이 상표를 등록해 두고 3년 이상 실제로 사용하지 않았다면 '불사용취소심판' 을 청구하여 상대방의 상표 자체를 소멸시키는 역공 카드를 꺼낼 수도 있습니다. 이 카드가 제시되는 순간, 상대방은 오히려 자신의 상표권이 취소될 것을 우려하여 합의금 요구를 철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고장을 받았다면 상대방에게 공식적인 답변서(내용증명)를 보내 방어 논리를 펼쳐야 합니다. 상황에 따라 두 가지 전략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시나리오 A (합법적으로 계속 사용하겠다)
"당사는 귀하의 상표 출원일 이전부터 부정경쟁 목적 없이 상호를 성실히 사용해 온 상표법 제99조 제2항의 정당한 선사용권자입니다. 사업자등록증 및 매출 증빙으로 이를 명확히 입증할 수 있으므로, 귀하의 침해 주장 및 합의금 요구는 부당합니다. 무리한 민·형사상 조치를 강행할 경우 업무방해 등으로 강력히 법적 대응하겠습니다."
시나리오 B (명칭은 바꾸되, 합의금은 지급하지 않겠다)
"귀하의 상표와 당사 표장 간의 유사성 및 침해 여부에는 법률적 다툼의 여지가 큽니다. 다만 불필요한 분쟁 소모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향후 3개월 이내에 브랜드 명칭을 순차적으로 변경할 용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고의 없는 정당한 영업 과정에서의 사용이었으므로 청구하신 합의금은 전액 지급할 수 없으며, 이 제안을 거부하고 소송을 강행할 경우 당사 역시 끝까지 법적으로 대응하겠습니다."
법률 전문가를 통해 정밀하게 작성된 답변서 한 장이 접수되면, 기획 소송 세력들은 '이 상대는 만만치 않다, 소송을 진행해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여 청구를 포기하고 다른 타깃을 찾아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Q1. 경고장에 적힌 답변 기한을 넘기면 바로 고소당하나요?
아닙니다. 경고장의 기한은 발신인이 임의로 정한 심리적 압박 수단일 뿐, 기한을 조금 넘겼다고 해서 곧바로 법적 제재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무대응으로 일관하면 상대방이 고의 침해로 단정 짓고 소송을 제기할 빌미를 줄 수 있으므로, 변호사를 통해 정식 답변서를 발송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2. 선사용권을 인정받으면 온라인 전국 배송이나 가맹 사업도 계속할 수 있나요?
선사용권은 기존에 영업하던 구체적인 범위 내에서만 인정됩니다. 전국 단위 프랜차이즈 확장이나 대규모 온라인 사업 확장 시에는 선사용권만으로 독점적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장기적인 사업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면 별도로 상표를 신규 출원하여 안전판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Q3. '상표권 침해는 비친고죄라 제3자도 고발할 수 있다'는 협박이 사실인가요?
상표권 침해죄가 비친고죄(피해자 고소 없이도 처벌 가능한 죄)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상표권자 본인이나 적법한 대리인이 아닌 제3자가 고발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설령 고발이 이루어지더라도 정당한 선사용권이나 식별력 없음이 입증되면 검찰 단계에서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됩니다.
Q4. 상표명을 바꾸기로 합의하면 과거 사용분에 대한 손해배상도 면제되나요?
실무에서 가장 빈번하게 타결되는 방식입니다. 고의적인 침해 의사가 없었고, 경고장 수령 후 즉시 브랜드명을 변경하겠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명확히 전달하면, 상표권자 입장에서도 소송 비용과 시간을 들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실익이 없기 때문에 합의금 0원으로 분쟁을 종결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상표권 경고장은 처음 받으면 막막하게 느껴지지만, 법률 요건을 하나하나 분석해 보면 생각보다 방어 수단이 명확한 분야입니다. 상대방이 대형 법무법인을 등에 업고 압박해 온다고 해서 섣불리 무릎 꿇을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법률사무소 완봉은 상표권 침해 경고장 대응 및 기획 소송 방어에 대한 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합의금 없는 원만한 해결부터 불사용취소심판을 통한 역공까지, 대표님의 상황에 맞는 최선의 전략을 함께 검토해 드리겠습니다.
답변 기한을 앞두고 밤잠을 못 이루고 계신다면,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편하게 문의해 주십시오.
본 포스팅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법적 판단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정식 법률 상담을 통해 개별 사안에 맞는 조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