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모셔온 핵심 개발자 A씨. 대기업 수준의 연봉은 맞춰주지 못했지만, 회사의 미래를 함께 나누자는 뜻에서 상당한 규모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했습니다. A씨는 약속한 2년의 의무 재직 기간(가득기간)을 채우자마자 스톡옵션을 행사해 진짜 '주주'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불과 한 달 뒤, 경쟁사로 이직하겠다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가 날아왔습니다.
더 큰 문제는 A씨가 이직하면서 그대로 가져간 우리 회사의 지분입니다. 비록 소수 지분이라 하더라도, 경쟁사 직원이 된 전직 임직원이 우리 회사 주주명부에 버젓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상법상 주주로서의 권리(회계장부열람청구권 등)를 행사해 회사의 민감한 경영 정보나 영업 기밀을 합법적으로 들여다볼 수도 있습니다.
배신감은 차치하더라도, 회사의 생존이 걸린 보안 리스크와 지분 분산 문제로 밤잠을 설치게 됩니다. 이미 스톡옵션을 행사해 진짜 주주가 되어버린 퇴사자, 그의 주식을 법적으로 되찾아올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요?
많은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퇴사하면 스톡옵션은 당연히 없어지는 것 아닌가요?"라고 생각하십니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주주가 된 이상, 자발적 퇴사든 경쟁사 이직이든 심지어 징계해고든 간에 회사가 임의로 주식을 몰수하거나 강제로 빼앗아 올 수는 없습니다. 법적 근거 없이 주식이라는 사유재산을 박탈하는 조항은 법원에서 무효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사전에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지 않은 대표님들은 경쟁사로 간 전직 직원이 회계장부열람청구권(회사의 상세한 회계 장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소수주주권)을 행사해 기술·영업 비밀을 합법적으로 파헤치려 할 때, 그저 무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동의 없이 주식을 제3자에게 양도하지 못한다"는 계약을 미리 맺어두면 어떨까요? 안타깝게도 여기에는 상법상의 큰 장벽이 있습니다.
상법 제335조 제1항은 '주식양도의 자유'를 대원칙으로 선언하며, 정관에 따라 '이사회의 승인'을 요건으로 두는 것만 예외적으로 허용합니다.
대법원 판례 (99다48429 판결)
"주주의 투하자본회수의 가능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약정은 정관이나 당사자 간의 계약으로 정하더라도 무효이다."
즉, "이직 시 주식을 무조건 양도할 수 없다"거나 "이직하면 주식은 회사에 귀속된다"는 식의 조항은 법원에서 무효로 판단될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전면적인 양도 금지가 아니라, 합리적 조건 하에 주식을 되사올 수 있는 사적 약정(주주간계약)의 효력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 (2007다14193 판결)
"주주들 사이의 주식 양도 제한 약정이 투하자본회수의 가능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는다면 당사자 사이에서는 원칙적으로 유효하다."
이 법리를 활용해 설계하는 강력한 무기가 바로 '주식매도청구권(Call Option)'입니다.
주식매도청구권(콜옵션)이란, 특정 사유가 발생했을 때 권리자가 상대방에게 보유 주식을 사전에 정한 가격으로 매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일방적 의사표시만으로 주식 매매계약이 성립하는 강력한 형성권입니다.
실무적으로 유효하게 작동시키기 위한 3가지 핵심 설계 포인트를 소개합니다.
콜옵션 권리자를 '회사'로 지정하는 것이 가장 흔한 실수입니다. 상법상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려면 배당가능이익이 있어야 하는 등 요건이 까다롭습니다. 재정적 이익이 나지 않는 스타트업이라면 회사는 법적으로 주식을 되사올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따라서 콜옵션 행사 권리자는 반드시 '창업자(대주주) 개인' 또는 '창업자가 지정하는 제3자'로 지정해 두어야 어떤 재무 상황에서도 주식을 안전하게 환수할 수 있습니다.
법원이 콜옵션 조항의 유효성을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매수가격의 합리성'입니다.
단순한 개인 사정이나 건강 악화로 퇴사하는 경우(Good Leaver)에도 주식을 액면가(예: 500원)에 강제 매도하도록 설계하면 자본회수 기회를 전면 부정하는 약정으로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핵심 기술을 들고 경쟁사로 이직하거나(Bad Leaver) 경업금지 약정을 위반한 경우라면, 패널티 성격으로 스톡옵션 행사가격 또는 액면가 중 낮은 금액으로 매도 청구하는 조항은 정당한 수단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쟁사로 이직할 경우 콜옵션을 발동한다"는 문구에서 '경쟁사'는 법적으로 너무 모호합니다. 나중에 분쟁이 생기면 이직한 회사가 경쟁사인지 여부를 두고 지루한 공방이 벌어집니다.
계약서에 회사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 주요 서비스명, 타겟 시장을 명확히 기재하고, "우리 회사와 실질적 경쟁 관계에 있는 사업을 영위하는 자(별표에 기재된 주요 경쟁사 리스트 포함)" 와 같은 방식으로 범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해 두어야 즉각적인 콜옵션 행사가 가능합니다.
이 모든 안전장치는 언제 마련해야 할까요?
가장 이상적인 시점은 스톡옵션 부여 계약을 체결하는 단계입니다. 스톡옵션 부여 계약서에 "주식매수선택권 행사 시 임직원 주주간계약(콜옵션 조항 포함)에 반드시 서명해야 하며,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명의개서를 거부할 수 있다"는 취지의 연동 조항을 넣어두어야 합니다.
이미 스톡옵션을 부여한 지 오래되어 가득기간이 다가오고 있다면, 실제 스톡옵션을 행사하여 주식을 인도받기 직전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주식을 일단 손에 쥔 주주는 더 이상 대표님의 요구에 응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Q1. 경업금지 약정만 맺어두면 경쟁사 이직을 막을 수 있지 않나요?
경업금지 약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법원은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중시하기 때문에, 경업금지 수당 등 대가가 지급되지 않았거나 제한 기간·지역이 과도한 약정은 쉽게 무효로 판단합니다. 따라서 경업금지 약정의 유효성 논란과 무관하게, "경쟁사 이직 시 보유 주식을 환수당한다"는 강력한 경제적 제재(콜옵션)를 이중으로 걸어두어야 실질적인 이직 억제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Q2. 퇴사자가 콜옵션 행사에 응하지 않고 버티면 어떻게 하나요?
주식매도청구권은 일방적 의사표시로 효력이 발생하는 형성권입니다. 계약서에 따라 "콜옵션을 행사하겠다"는 서면 통지를 발송하고 매매대금을 공탁하면 그 즉시 법적으로 주식 매매계약이 성립합니다. 이후 상대방이 명의개서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법원에 '의사표시를 갈음하는 판결'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판결문만으로 주주명부를 강제 개서할 수 있습니다.
Q3. 이미 아무 조건 없이 부여한 스톡옵션이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주주간계약 체결을 강제할 수 있나요?
상대방의 동의 없이 사후에 강제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계약은 당사자 간 합의가 대원칙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향후 스톡옵션 행사 시 세금 문제나 행사가격 납입 절차에서 회사의 협조가 필요한 시점을 활용해 자연스럽게 주주간계약 체결을 제안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협상 전략은 초기 설계 단계부터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본 포스팅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을 구성하지 않습니다. 실제 계약서 작성 및 법적 조치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완봉입니다.
임직원에게 성장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아낌없이 나누어준 스톡옵션이, 도리어 회사의 목을 죄는 칼날이 되어 돌아오는 사례를 수없이 목격합니다. 핵심 인력의 이탈을 막지 못하더라도, 그들이 가져간 지분과 경영권만큼은 확실하게 방어해야 합니다.
법률사무소 완봉에서는 스타트업·중소기업의 경영권 방어, 주주간계약 및 스톡옵션 계약서 설계에 대한 전문 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분 분산 리스크로 고민 중이시거나 핵심 인력 퇴사를 앞두고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시다면 편하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