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수백에서 수천만 원씩 마케팅 대행 수수료를 지급하는데 매출은 제자리이고, 담당자는 연락조차 잘 되지 않는 상황인가요? 참다못해 계약서를 펼쳐보면 "중도 해지 시 잔여 기간 용역비의 50%를 위약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이 발목을 잡곤 합니다.
대행사의 불성실함에 속이 터지는데 오히려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억울한 상황에 처한 중소기업·스타트업 대표님들이 적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상대방의 명백한 채무불이행(의무 위반)을 입증할 수 있다면, 계약서에 적힌 위약금 조항은 법적으로 무력화할 수 있습니다.
다만 대행사 측에 책임을 묻고 불이익 없이 계약을 해지하려면, 해지 통보 전에 치밀하게 준비해야 할 절차가 있습니다. 오늘 글에서는 법원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증거 수집 요령과 단계별 대응 방법을 구체적으로 안내해 드립니다.
"광고비로 수천만 원을 썼는데 매출이 전혀 오르지 않았으니 계약 위반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이 주장만으로는 채무불이행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마케팅·컨설팅 계약은 법적 성질상 위임 또는 위임과 도급의 혼합계약에 가깝습니다.
마케팅은 시장 환경, 제품 경쟁력, 트렌드 등 수많은 외부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대행사가 성과를 100%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법원 역시 "매출이 오르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채무불이행으로 보지 않습니다. 대행사가 "매체 세팅 등 할 일은 다 했다"며 위약금을 요구하는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위약금 없이 계약을 해지하려면,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의 불성실함과 구체적인 약정 위반을 찾아 채무불이행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계약서에 위약금 조항이 있더라도 상대방에게 귀책사유가 있다면, 민법 제544조에 따른 법정해제권(법률 규정에 의해 당연히 발생하는 계약 해제 권리)이 발동합니다. 이 법정해제권은 계약서상 위약금 조항보다 우선합니다.
실무에서 법원과 조정기관이 강하게 인정하는 대행사의 채무불이행 유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민법 제683조는 수임인(대행사)이 위임인(광고주)의 요청이 있으면 업무 처리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매달 제공하기로 한 성과 리포트를 수개월째 누락하거나, 광고주의 문의에 며칠씩 답변하지 않고 방치한 정황은 명백한 보고 의무 위반입니다.
계약서나 제안서에 명시된 '콘텐츠 월 10건 발행', '광고 소재 시안 주 3종 제출', '상세페이지 기획안 전달' 등의 약속을 정해진 일정대로 이행하지 않고 미룬 경우입니다.
광고주와 협의 없이 광고 집행 매체를 바꾸거나, 약정된 예산 배분율을 무시하고 수수료가 높은 매체로 전용한 경우, 또는 투입하기로 약속한 담당자(PM)를 무단 교체한 경우도 계약 위반에 해당합니다.
"이렇게 일을 대충 하니 계약을 끝내겠습니다"라고 먼저 밝히면 절대 안 됩니다. 해지 의사를 미리 내비치면 대행사가 부실한 보고서를 급조하거나, 광고 시스템 접근 권한을 차단해 데이터를 아예 볼 수 없게 막아버릴 수 있습니다.
갈등이 최고조인 상황에서도 평소와 같이 대하면서 아래 4가지 증거를 먼저 확보해야 합니다.
| 증거 항목 | 수집 요령 |
|---|---|
| 1. 메신저·이메일 독촉 기록 | 요청 후 며칠간 묵살된 대화, 결과물 지연을 상대방이 인정하는 메시지·통화 녹취 캡처 |
| 2. 업무 이행률 대비표 | 계약상 약속된 업무와 실제 이행 내역을 날짜별로 정리한 문서. 이행률이 수치로 드러나도록 작성 |
| 3. 광고 계정 로그 및 정산 내역 | 광고 관리자(페이스북·구글·네이버 등)에서 실제 집행 금액과 청구 금액 대조, 광고 장기 방치 여부 캡처 |
| 4. 이행최고 발송 내역 | 해지 통보 전에 기한을 정해 의무 이행을 공식 요구한 카카오톡·이메일·문자 내역 |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면, 법적으로 흠결 없는 절차를 밟아야 대행사가 역으로 소송을 걸어올 빌미를 막을 수 있습니다.
민법 제544조에 따라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려면, 원칙적으로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을 독촉(최고)해야 합니다. 이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해지하면 오히려 우리가 계약을 무단 파기한 것으로 몰릴 수 있습니다.
[이행최고 메시지 예시]
"본사는 귀사와의 마케팅 대행 계약에 따라 6·7월분 정기 성과 보고서 및 7월 10일까지 제공하기로 약정한 상세페이지 시안 제출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민법 제544조에 의거하여 2026년 7월 28일까지 약정된 산출물 제출 및 보고 의무를 이행할 것을 최고합니다. 위 기한까지 이행되지 않을 경우, 귀사의 채무불이행을 사유로 위약금 없이 계약을 즉시 해지할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기한이 지났음에도 대행사가 무응답이거나 불성실한 결과물만 제출한다면, 계약 해지 통보서를 내용증명으로 발송합니다. 내용증명에는 ① 계약 체결 사실, ② 구체적인 채무불이행 내용(증거 첨부), ③ 이행최고를 거쳤으나 이행되지 않은 사실, ④ 대행사 귀책으로 계약이 해지되었으므로 위약금 조항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해야 합니다.
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되면, 대행사가 실제로 업무를 수행하지 않은 기간에 대해 선지급한 용역비를 부당이득반환 청구로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대행사의 방치로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거나 광고비가 무단 전용된 경우 손해배상 청구도 함께 진행할 수 있습니다.
Q1. 계약서에 '어떠한 경우에도 잔여 용역비의 50%를 위약금으로 낸다'고 적혀 있어도 정말 안 낼 수 있나요?
계약서상 위약금 조항은 기본적으로 당사자 간 합의로 계약을 중도 해지할 때 적용됩니다. 상대방에게 귀책사유가 있어 법정해지 사유가 성립하면 해당 조항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법원 역시 채무를 불이행한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위약금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합니다.
Q2. 대행사가 "광고 효율 저하는 알고리즘 변화 탓"이라고 핑계를 댑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광고 효율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대행사가 최소한의 관리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최근 3주간 소재 교체 이력이 없거나, 입찰가 조정을 방치했거나, 광고주 질문에 3일 이상 무응답한 사실 등 알고리즘과 무관한 업무 방치 정황을 캡처해 두면 훨씬 유리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Q3. 내용증명을 보냈더니 대행사가 "소송하라"며 강경하게 나옵니다. 바로 소송으로 가야 하나요?
소송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내용증명 발송 후 반응이 없다면 민사조정 신청,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KCOPA) 조정,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등을 먼저 검토하시는 것이 실무적으로 효율적입니다. 조정 절차에서는 확실한 의무 위반 증거가 있을 때 대행사 측이 위약금을 포기하고 기지급금 일부를 반환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Q4. 계약서에 구체적인 업무 내용이 적혀있지 않아도 채무불이행을 주장할 수 있나요?
계약서 본문이 모호하더라도 계약 전 교환한 제안서, 견적서, 카카오톡 대화 등이 이를 보완하는 법적 효력을 가집니다. 제안서에 "블로그 월 20회 포스팅, 인스타그램 광고 세팅 포함"이라고 명시되어 있고 이를 보고 계약을 체결했다면, 그 내용도 계약의 일부로 편입됩니다. 관련 제안서와 회의록은 반드시 보존해 두어야 합니다.
효과 없는 광고 대행에 묶여 매달 예산을 소모하는 일은 기업 운영에 직접적인 위협이 됩니다. 그러나 섣불리 해지를 통보했다가 위약금 조항의 덫에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지금 계약 해지를 고민하고 계신다면, 현 상황에서 수집 가능한 증거가 무엇인지, 내용증명에 어떤 내용을 담아야 상대방을 압박할 수 있는지 먼저 전문가의 검토를 받으시길 권합니다.
법률사무소 완봉은 마케팅·용역 대행사 분쟁에 대한 법률 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통보 전에 먼저 상담을 통해 대응 방향을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2026년 7월 기준 법령 및 판례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계약서의 구체적인 조항과 사실관계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드시 정식 법률 자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