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완봉입니다.
초기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선호하는 투자 방식 중 하나가 바로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 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입니다. 당장 복잡하게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평가하지 않고도 빠르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간편하고 유연한 계약'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실무에서 많은 대표님이 마주하는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투자받을 때는 편리했던 SAFE 계약이, 몇 년 후 시리즈 A 등 후속 투자를 유치하여 주식으로 전환되는 단계에 이르면 창업자의 지분을 예상보다 훨씬 크게 깎아내는 조항이 되어 돌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계산 착오로 창업자 지분율이 절반 가까이 줄거나, 기존 투자자와의 계산 방식 충돌로 후속 투자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는 사례도 최근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벤처투자법상 조건부지분인수계약의 계산 원리와, 후속 투자 단계에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실무 대응책을 상세히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국내법상 SAFE는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벤처투자법)」 제2조 제1호 라목 및 동법 시행규칙 제3조에 규정된 '조건부지분인수계약'을 의미합니다. 법적으로 유효한 SAFE 투자가 성립하려면 아래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SAFE 투자자가 장래에 받게 될 주식의 전환가격은 보통 두 가지 기준 중 투자자에게 더 유리한(더 저렴한) 가격으로 결정됩니다.
구체적인 숫자로 시뮬레이션해 보겠습니다.
[가정 상황]
- 기존 SAFE 투자금: 2억 원 (가치평가상한: 50억 원, 할인율: 20%)
- 후속 투자(시리즈 A) 조건: 투자 전 기업가치(Pre-money Valuation) 100억 원, 신주 발행가액 1주당 10,000원
- 후속 투자 직전 총 발행주식 수: 1,000,000주
투자자는 더 저렴한 방법 B(5,000원)를 선택합니다. 결과적으로 SAFE 투자자는 2억 원으로 40,000주(2억 원 ÷ 5,000원)를 확보하게 되며, 이는 후속 투자자(주당 10,000원) 대비 50% 할인된 가격으로 지분을 가져가는 셈입니다.
여기서 진짜 문제는 분모가 되는 '총 발행주식 수(Capitalization)'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있습니다. 이 범위를 계약서에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일부 투자자는 계약서의 모호한 문구를 근거로 "가치평가상한 기준 주당 단가(5,000원)에 할인율 20%를 추가 적용하여 주당 4,000원에 전환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가치평가상한과 할인율 중 유리한 것 하나만 적용한다'는 선택적 적용 문구가 불분명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분쟁입니다.
아직 임직원에게 부여하지 않은 '미부여 스톡옵션 풀(예: 총 주식의 10%)'을 분모에 포함할지를 두고 이견이 생기는 경우입니다. 포함하면 전환가격이 낮아져 SAFE 투자자에게 유리해지고, 제외하면 창업자에게 유리해지기 때문에 사전에 명확한 합의가 없으면 후속 투자 진행 자체가 막힐 수 있습니다.
초기 계약 시 주주 전원의 동의서를 갖추지 못했거나, 후속 투자자에게 기존 SAFE의 존재와 전환 조건을 서면으로 고지하지 않은 채 투자 협의를 진행하다 문제가 드러나는 경우입니다. 후속 투자사가 투자를 철회하거나 기존 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며 딜이 깨질 수 있습니다.
후속 투자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기존 SAFE 투자자와의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반드시 실행해야 할 3가지 조치입니다.
전환 시나리오별 시뮬레이션 표 작성 및 사전 합의
후속 투자의 기업가치가 ① 가치평가상한 미만일 때, ② 가치평가상한 초과일 때, ③ 스톡옵션 발행 규모에 따른 시나리오별 주식 전환 결과를 표로 정리해 두십시오. 이를 기반으로 후속 투자 라운드 개시 전에 기존 SAFE 투자자와 계산 방식(특히 Capitalization의 범위)을 서면으로 상호 확인해야 합니다.
'적격 후속 투자(Qualified Financing)' 기준의 구체화
소액의 브릿지 투자가 들어왔을 때 원치 않게 SAFE가 자동 전환되는 상황을 막으려면, SAFE 전환을 발동시키는 후속 투자의 최소 금액 기준(예: 10억 원 이상 유치 시)을 계약서에 명확히 규정해 두어야 합니다.
전문 변호사를 통한 계약서 검토
해외 템플릿(Y-Combinator 표준안 등)을 단순 번역해 사용한 계약서는 국내 상법 및 벤처투자법과 충돌하여 해석 공백이 생기기 쉽습니다. 국내 스타트업 투자 실무 경험이 있는 변호사의 검토를 거쳐 문구를 보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1. SAFE 계약 체결 시 주주 전원의 동의를 받지 못했습니다. 계약이 무효가 되나요?
A1. 벤처투자법 시행규칙 제3조 제2호는 주주 전원의 동의를 조건부지분인수계약의 필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벤처투자법상 적법한 투자로 인정받기 어렵고, 기존 주주로부터 신주발행무효소송이나 이사 책임 추궁(손해배상 청구 등)을 당할 위험이 높아집니다. 가능하다면 소급하여 전원 동의서 또는 동의 주주총회 결의를 보완하시기 바랍니다.
Q2. 후속 투자자가 기존 SAFE 투자자의 낮은 전환가격을 문제 삼으며 투자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해결책이 있을까요?
A2. 신규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존 SAFE 투자자가 낮은 단가에 지분을 대량 확보하여 본인의 지분이 희석되는 것을 꺼리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이 경우 법률 전문가의 조율 하에 기존 SAFE 투자자와 협상하여 가치평가상한을 합리적으로 상향하거나, 전환될 주식의 종류를 의결권이 제한된 주식으로 조율하는 방식으로 타협안을 찾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Q3. 가치평가상한과 할인율 중 하나만 계약서에 넣어도 되나요?
A3. 네, 가능합니다. 가치평가상한만 단독으로 설정하거나 할인율만 단독으로 설정하는 방식도 실무에서 활용됩니다. 회사의 성장 속도와 예상 후속 투자 시점을 고려하여 대표님 입장에서 유리한 방식을 전략적으로 선택하시면 됩니다.
Q4. 후속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SAFE 투자금을 돌려줘야 하나요?
A4. 원칙적으로 벤처투자법상 SAFE는 상환 만기와 이자가 없으므로, 후속 투자가 없더라도 투자금 상환 의무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다만 고의로 후속 투자를 기피하거나 회사를 청산하는 경우 등 예외적 상황에서의 정산 의무는 계약서 문구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계약서를 꼼꼼히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SAFE는 스타트업에게 유용한 자금 조달 수단이지만, 계약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활용하면 후속 투자 단계에서 예상치 못한 지분 희석이나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기존 투자자와의 전환 조건 충돌로 성장 타이밍을 놓치기 전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계약 구조를 미리 점검해 두시기 바랍니다.
법률사무소 완봉은 투자 계약 검토, 분쟁 조정, 경영권 방어 자문 등 스타트업 투자 실무 전반에 걸쳐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본 글은 2026년 7월 21일 기준 현행 법령 및 판례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법적 판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의 상담을 거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