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투자사로부터 '정관 변경 동의 의무 위반'이라며 수억 원짜리 내용증명을 받으셨습니까?"
심장이 덜컥 내려앉고 밤에 잠이 안 오실 겁니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밤낮없이 뛰다가, 혹은 단순한 자구 수정이나 다음 단계 투자를 위한 발행예정주식 총수 변경 등 필수적인 절차를 밟았을 뿐인데, '투자계약서상 사전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억대 페널티 청구서가 날아온 상황 말입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 대표님들은 투자계약서의 '사전 동의 의무'를 단순한 행정 절차나 요식 행위 정도로 여기다가 이런 복병을 만납니다. 하지만 지레 겁먹고 투자사의 요구대로 거액을 송금하거나 불리한 합의서에 도장을 찍을 필요는 없습니다. 법원과 최신 판례는 사소한 절차적 위반을 빌미로 경영권을 흔들거나 과도한 이득을 취하려는 시도에 대해 명확한 방어의 근거를 열어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완봉입니다.
스타트업 투자계약서(혹은 주주간계약서)를 열어보면 보통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 동의권(Veto)' 조항이 빠짐없이 들어가 있습니다. 정관 변경, 유상증자, 신주인수권부사채(BW)·전환사채(CB) 발행, 임원 선임 및 해임 등이 대표적입니다.
문제는 실무 현장에서 벌어집니다. 다음 라운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정관상 발행예정주식 총수를 늘려야 하거나, 단순 행정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정관 문구를 수정해야 할 때, 시간에 쫓기거나 법무대행업체의 안내 누락으로 투자사의 사전 서면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건너뛰게 되는 것입니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투자사는 주주간계약서 속 "사전 동의 의무를 위반할 경우, 투자금의 O% 또는 수억 원에 달하는 위약벌을 지급한다" 는 조항을 들이밀며 압박을 시작합니다. 심지어 대표이사 개인의 연대보증 책임까지 거론하며 사재를 털어서라도 배상하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합니다. 과연 방법이 없을까요?
가장 먼저 짚어야 할 쟁점은 계약서에 적힌 페널티의 '법적 성격'을 따지는 것입니다. 위약금은 성격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투자사들은 계약서에 '위약벌'이라는 단어를 명시해 감액을 원천 차단하려 합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계약서상 명칭이 '위약벌'이라 되어 있더라도 법원이 무조건 이를 위약벌로 해석하는 것은 아닙니다.
💡 법원의 해석 기준
계약의 목적, 채무이행을 확보하려는 당사자의 진정한 의도, 위반 행위로 인해 상대방이 입을 실질적 손해의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명칭만 위약벌일 뿐 실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고 재해석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페널티 금액이 손해 전보의 성격을 강하게 띤다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전환되어 법원의 직권 감액 대상이 됩니다.
따라서 소송이나 협상 과정에서 "이 조항은 무늬만 위약벌일 뿐, 실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므로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법원이 직권 감액해야 한다"는 법리를 정교하게 구성해 제시해야 합니다.
법원이 계약 문언을 엄격하게 해석하여 해당 조항을 진짜 '위약벌'로 본다면 대표이사는 속수무책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 판례는 여기에 강력한 브레이크를 걸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위약벌이 원칙적으로 감액 대상이 아니더라도, "위약벌 약정이 채무자에게 일방적으로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상대방에게 부당한 이득을 주어 공서양속에 반하는 경우, 그 약정의 전부 또는 일부를 무효로 할 수 있다" 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8다24885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이때 법원에 강력하게 어필해야 하는 핵심 논리는 '실질적 무해성(無害性)' 과 '경영상의 불가피성' 입니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전화를 걸어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반대로 비굴하게 읍소하는 것은 모두 최악의 선택입니다. 냉정하게 아래 3단계를 밟으셔야 합니다.
1단계: 섣부른 시인이나 합의 제안 금지
메신저, 이메일, 통화에서 "저희 실수니 어떻게든 보상해 드리겠다"거나 구체적인 합의 금액을 먼저 제시하는 것은 추후 소송에서 자백으로 간주되어 매우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해당 사안을 법률 전문가와 검토 중이며, 조만간 공식 답변을 서면으로 전달하겠다"고 정중하게 선을 그어야 합니다.
2단계: 정관 변경의 목적과 정황 증거 수집
당시 정관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던 합리적 이유(회사 존속을 위한 필수 정관 변경, 추가 투자 유치를 위한 주식 발행 한도 증대 등)를 뒷받침할 주주총회 의사록, 이사회 자료, 투자사와의 소통 이메일, 메신저 대화 등을 빠짐없이 수집해야 합니다.
3단계: 내용증명 답변서 발송 및 협상 판 짜기
투자사의 청구에 담긴 논리적 허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답변서를 변호사 명의로 발송해야 합니다. 소송으로 갈 경우 투자사 역시 위약벌 약정 무효 판결이나 배상액 대폭 감액의 리스크를 안고 있음을 인지시켜, 소송 전에 합리적인 수준의 합의나 절차적 보완(사후 동의 추인 주총 개최 등)으로 분쟁을 종결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유도해야 합니다.
Q1. 계약서에 "어떠한 경우에도 무효나 감액을 주장하지 않는다"는 포기 조항이 있어도 깎을 수 있나요?
네, 가능합니다. 민법 제398조 제2항(위약금 감액)과 민법 제103조(공서양속 위반에 따른 무효)는 당사자의 합의로 배제할 수 없는 강행규정입니다. 아무리 강력한 포기 문구가 적혀 있더라도 법원은 이를 무시하고 감액하거나 무효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Q2. 투자사가 위약벌 대신 투자금 전액 반환을 요구하며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하겠다고 합니다.
회사의 배당가능이익이 없는 상태에서 회사 자금으로 주식을 매수하기로 한 약정은, 상법상 자본유지의 원칙이나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어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투자자가 우회적인 방식으로 투자금 회수를 강제하려 할 때도 법리적 방어가 충분히 가능하므로 지레 겁먹지 않으셔도 됩니다.
Q3. 계약서에 대표이사 개인도 연대책임을 진다고 되어 있는데, 개인 재산이 압류될 수도 있나요?
대표이사 개인의 연대책임은 주계약인 '회사의 채무'가 유효하게 성립하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법률대리인을 통해 회사의 위약벌 채무 자체를 무효화하거나 감액시킨다면, 대표이사 개인이 부담해야 할 연대책임의 범위도 그에 비례해 소멸하거나 대폭 줄어들게 됩니다.
Q4. 지금이라도 사후 동의를 받거나 주총을 다시 열면 해결되지 않나요?
투자사가 순순히 사후 추인에 응해준다면 가장 이상적입니다. 그러나 이미 위약벌 청구서를 보낸 상황이라면, 이를 무기로 경영권 개입이나 추가 지분 요구 등 무리한 조건을 걸어올 가능성이 큽니다. 사후 추인 주총을 제안하더라도, 상대방의 부당한 청구를 막을 수 있는 법적 카드를 확보한 상태에서 대등하게 협상 테이블에 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겪는 계약 분쟁은 단순한 민사 소송이 아닙니다. 회사의 존속과 경영권의 명운이 걸린 치열한 전략의 영역입니다. 억대 청구서의 거친 문구에 압도당해 홀로 고민하지 마십시오.
법률사무소 완봉에서는 주주간계약 분쟁 및 투자계약 관련 법률 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계약서 조항의 문언적 한계를 짚어내고, 투자사 청구의 법리적 모순을 파고들어 가장 실리적이고 안전한 해결 방향을 함께 설계해 드리겠습니다.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효력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실제 분쟁 발생 시에는 반드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전문가의 개별 자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