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완봉입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가장 설레는 순간 중 하나는 단연 '투자 유치'일 것입니다. 오랜 시간 밤낮없이 일궈온 사업 가치를 인정받고, 성장을 위한 든든한 실탄을 확보하는 순간이니까요. 하지만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 들뜬 마음에 제대로 읽지 않고 넘긴 '한 줄'의 조항이 훗날 대표님의 경영권을 송두리째 앗아가고 회사를 헐값에 강제 매각하게 만드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창업자의 목을 가장 강하게 죄어오는 독소조항이 바로 동반매도요구권(Drag-along, 드래그얼롱)입니다. 투자자가 "내 지분 팔 테니, 대표님 지분도 함께 묶어서 제3자에게 팔고 회사를 넘깁시다"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오늘 글에서는 투자 계약서 조율 단계에서 이 드래그얼롱 조항을 어떻게 식별하고, 경영권과 회사 가치를 지키기 위해 계약서에 어떤 '방어 문구'를 넣어야 하는지 실무적인 방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동반매도요구권(Drag-along Right)은 소수 주주(투자자)가 자신의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할 때, 대주주(창업자)에게도 동일한 조건으로 지분을 함께 매각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단어 그대로 창업자를 '끌고(Drag)' 가며 '함께(along)' 팔아넘긴다는 의미입니다.
많은 대표님들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쓰는 글로벌 표준 조항 아닌가요?"라고 물으십니다. 하지만 작동 방식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로 인해 창업자는 자신이 피땀 흘려 키운 회사를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도 못한 채 헐값에 매각당하고 경영권을 박탈당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최근 시장 상황이 얼어붙으면서 상장 약속을 지키지 못한 기업들의 투자자들이 이 권리를 실행해 대주주 지분까지 통째로 매물로 내놓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동반매도요구권과 관련한 국내 대표 판례는 두산인프라코어 사건(대법원 2018다223054 판결)입니다.
당시 투자자(FI)들은 약속된 기간 내 IPO가 이루어지지 않자 동반매도요구권을 행사하려 했습니다. 제3자 매각을 위해 예비 실사가 필요했는데, 대주주 측은 정보 노출 우려를 이유로 자료 제공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동반매도요구권이 계약서에 규정되어 있다면, 대주주는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매각 절차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판시했습니다.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 창업자에게는 매각 절차에 적극 협조해야 하는 법적 의무가 발생한다는 점을 명확히 확인해 준 판결입니다.
"나중에 협조 거부하고 버티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법적으로 통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계약서 자체를 잘 쓰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협상 테이블에서 무작정 "Drag-along 조항을 빼달라"고만 요구하면, 투자사 측은 "Exit 안전장치가 없다"며 투자 철회를 압박하기 일쑤입니다. 따라서 독소 요소를 제거하고 상호 납득 가능한 '안전장치'를 계약서에 삽입하는 전략이 현실적입니다. 현재 실무에서 가장 유효하게 쓰이는 방어 조항 설계 기법 4가지를 소개합니다.
가장 강력하고 필수적인 방어막입니다. 계약서에 '최소 매각 가격(Floor Price)'을 숫자로 명시해야 합니다.
"투자자는 동반매도요구권을 행사함에 있어, 이해관계인(창업자)의 주식에 대한 주당 매각 가격이 투자자의 최초 주식 인수 가액의 [1.5]배 이상인 경우에 한하여 이를 행사할 수 있다. 제3자가 제시한 매수가격이 이에 미달하는 경우, 투자자는 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이 조항이 있으면 시장이 일시적으로 침체해 회사 가치가 하락했을 때 투자자가 창업자의 경영권까지 헐값에 처분하는 사태를 원천 차단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가 드래그얼롱을 발동하겠다고 통지했을 때, 창업자가 "그 가격이라면 내가 직접 그 지분을 사서 회사를 지키겠다"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해야 합니다.
"투자자가 동반매도요구권 행사를 서면 통지한 경우, 이해관계인은 통지 수령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투자자가 제안받은 가격 및 조건과 동일한 조건으로 투자자의 보유 주식 전부를 우선하여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이해관계인이 본 권리를 행사하는 경우, 투자자는 제3자에 대한 동반매도요구를 즉시 철회하여야 한다."
이 조항이 있으면 창업자는 외부 자금을 조달하거나 우호 지분을 포섭해 경영권을 방어할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통상 '약정 기간 내 IPO 실패 시 즉시 발동'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상장은 시장 상황에 따라 지연될 수 있는 만큼, 즉각적인 발동은 가혹합니다. 발동 요건을 '창업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중대한 계약 위반이 지속되는 경우'로 좁히거나, 최소한 유예기간(Grace Period)을 부여하도록 수정해야 합니다.
"본 조에 따른 동반매도요구권은 IPO 목표 기한으로부터 최소 [18]개월이 경과하였음에도 기업공개가 실행되지 아니하고, 그 원인이 이해관계인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계약 위반에 기인한 경우에 한하여 행사할 수 있다."
투자자 1인의 단독 판단으로 회사 전체의 매각이 결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체 투자자 중 일정 비율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만 드래그얼롱을 발동할 수 있도록 허들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본 조에 따른 동반매도요구권은 발행된 우선주식 총수의 [3분의 2] 이상을 보유한 주주들의 서면 동의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공동으로 행사할 수 있다."
이 장치가 마련되면 단 한 명의 투자자가 독단적으로 회사 전체를 흔드는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Q1. 투자자가 드래그얼롱 조항 수정을 거부하며 투자를 철회하겠다고 압박합니다. 어떻게 협상해야 하나요?
무조건적인 거부보다는 "경영권 불안으로 회사 운영이 흔들리면 기업 가치가 떨어져 투자자에게도 손해"라는 점을 강조하세요. 대신 "투자자의 Exit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우선매수권을 열어두고, 헐값 매각 방지를 위해 최소한의 매각 하한선만 정하자"고 타협안을 제시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가장 성공률이 높은 협상 전략입니다.
Q2. 이미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는데, 뒤늦게 드래그얼롱 조항을 발견했습니다. 지금이라도 수정할 수 있나요?
이미 체결된 계약은 양 당사자의 합의 없이는 수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후속 투자 유치(다음 라운드) 단계에서 기존 주주간계약서를 갱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신규 투자 조건과 연계하여 기존 독소조항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변경합의서(Amendment)를 작성하는 전략을 취해야 합니다.
Q3. Tag-along과 Drag-along은 이름이 비슷한데 다른 건가요?
네, 완전히 반대되는 개념입니다.
- Tag-along(동반매도참여권): 대주주가 지분을 팔 때, 소수 주주가 "내 지분도 함께 팔아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소수 주주 보호 장치입니다.
- Drag-along(동반매도요구권): 투자자가 지분을 팔 때, 창업자에게 "당신 지분도 가져와서 같이 팔라"고 강제하는 투자자 Exit 보장 장치입니다.
Q4. 투자자가 지정한 매수 예정자가 경쟁사나 기술 유출 우려가 있는 기업이면 거부할 수 있나요?
계약서에 별도 제한 조항이 없다면 원칙적으로 거부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드래그얼롱 조항 내에 '창업자와 경쟁 관계에 있거나 영업비밀 유출 우려가 있는 자는 매수 예정자에서 제외한다'는 예외 조항을 미리 명시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투자계약서와 주주간계약서는 단어 한 자, 쉼표 하나 차이로 회사의 운명과 창업자의 지분 가치가 좌우되는 고도의 전문 영역입니다. 투자사가 제시하는 표준 계약서 템플릿을 그대로 믿고 도장을 찍는 것은 일종의 '경영권 포기 각서'를 쓰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법률사무소 완봉은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자문 및 주주간계약서 검토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자의 경영권을 안전하게 보호하면서도 투자가 원만하게 성사될 수 있도록 독소조항을 정교하게 걸러내고 방어 문구를 설계해 드리고 있습니다.
지금 투자 계약서 날인을 앞두고 계신다면, 서명 전 법률사무소 완봉의 검토를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본 블로그 콘텐츠는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개별 기업의 지분 구조와 계약 맥락에 따라 구체적인 법적 판단은 다를 수 있으므로, 실제 계약 체결 전 반드시 법률사무소 완봉의 개별 자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