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완봉입니다.
스타트업을 경영하다 보면 여러 차례 고비를 마주하게 됩니다. 특히 후속 투자 유치가 얼어붙고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 가장 피 마르는 순간은 단연 기존 투자사(VC)로부터 날아온 'RCPS(상환전환우선주) 상환 청구 공문'을 받아 들었을 때일 것입니다.
"만기가 도래했으니 원금에 연 복리 이자까지 더해서 수십억 원을 즉시 상환해 주십시오."
회사 통장에는 당장 직원들 몇 달 치 월급 줄 돈밖에 없는데, 투자사는 규정대로 처리하겠다며 압박을 가해옵니다. 심지어 대표이사 개인의 연대보증 책임까지 거론하며 아파트 가압류를 언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피와 땀으로 일궈온 회사가 한순간에 무너질 것 같은 공포감에 밤잠을 설치고 계신 대표님이 많으실 것입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명확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재무제표에 '배당가능이익'이 없다면, 투자사가 아무리 독촉하고 소송을 걸어오더라도 당장 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됩니다. 법은 대표님의 편에서 철벽 같은 방어막을 쳐두고 있습니다.
오늘은 배당가능이익이 없는 스타트업 대표님이 투자사의 RCPS 상환 청구에 맞서 경영권과 자금을 지켜낼 수 있는 실전 법리 대응 전략을 쉽게 풀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투자사는 마치 RCPS를 '만기 되면 무조건 돌려받는 대출금'처럼 이야기하지만, RCPS의 본질은 채권이 아니라 '주식'입니다. 대출금은 회사가 적자가 나도 갚아야 하지만, 주식은 회사의 '자본'으로 계상되므로 자본을 함부로 깎아 주주에게 돌려줄 수 없습니다. 이를 상법에서는 '자본유지의 원칙'이라고 부릅니다.
상법 제345조 제1항은 이를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회사의 이익으로써 소각할 수 있는 종류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회사의 이익'입니다. 회사가 법인세를 모두 내고도 남은 돈, 즉 '배당가능이익(상법 제462조)'이 있을 때만 그 범위 안에서 상환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배당가능이익은 단순히 통장 잔액이 아닙니다. 아래와 같이 재무제표상의 숫자로 계산됩니다.
배당가능이익 = 순자산액 − (자본금 + 자본준비금 + 이익준비금 등 법정적립금)
매년 적자가 누적되어 재무제표에 결손금이 쌓여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통장에 후속 투자금으로 들어온 현금이 수억 원 남아 있더라도 배당가능이익은 '0원'입니다. 이 경우 법적으로 상환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서울회생법원 등 우리 법원은 "배당가능이익이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상환 청구는 효력이 없다"고 확고하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행기가 도래했더라도 배당가능이익이 생길 때까지 상환 의무는 합법적으로 연기되며, 이 기간 동안 이자나 지연손해금도 원칙적으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궁지에 몰린 투자사들은 계약서의 조항을 들이밀며 다음과 같은 요구를 합니다.
여기에 절대 응하셔서는 안 됩니다.
배당가능이익이 없는 상태에서 대표이사가 자산을 헐값에 매각하거나 사채를 끌어다 상환금을 지급하면, 혹은 변칙적으로 자사주를 취득해 투자금을 돌려주면 이는 상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위법한 자기주식 취득'이자 '위법한 배당'이 됩니다.
대법원은 위법한 자기주식 취득 행위를 예외 없이 '무효'로 처리합니다. 더 심각한 것은 형사 책임입니다. 편법으로 회삿돈을 주주에게 돌려준 대표이사는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것이 되어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투자사와의 협상에서 이 점을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핵심 카드입니다.
"대표인 내가 배임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상법을 위반한 상환을 결의할 수는 없다. 법적으로 불가능한 행위이므로 거절한다."
법적으로 불가능한 행위를 강요하는 요구는 법정에 가더라도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많은 대표님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이 바로 '연대보증' 조항입니다. 그러나 계약서상 문구를 면밀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대표이사의 개인 책임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이해관계인(대표이사)은 회사의 상환 채무를 연대하여 보증한다"는 문구만 있는 경우입니다.
보증채무는 주채무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부종성'을 가집니다. 회사에 배당가능이익이 없다면 회사의 상환 채무 자체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주채무가 없는 상태에서 보증인인 대표이사의 책임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 경우 개인 재산으로 갚을 의무가 없습니다.
"회사에 배당가능이익이 없는 경우, 이해관계인은 회사의 상환 의무와 별개로 해당 주식을 직접 매수하여 대금을 지급할 의무를 진다"는 취지의 조항이 있다면 상황이 다릅니다.
법원은 대주주 개인이 투자자와 별도로 체결한 주식 매수 약정은 상법상 자본유지 원칙을 해치지 않으므로 '유효'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 즉시 보유하신 투자계약서를 펼쳐서 연대보증 및 주식 매도 관련 조항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보셔야 합니다. 단순히 '연대하여 책임진다'는 문구만 보고 겁을 먹어 개인 자산을 처분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소송으로 넘어가기 전, 투자사가 압박을 가해오는 골든타임에 취해야 할 실전 행동 계획입니다.
가장 강력한 방패는 숫자입니다. 직전 정기주주총회에서 승인된 재무제표(재무상태표,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또는 결손금처리계산서)를 확보하고, 법적으로 계산한 배당가능이익이 '0원 이하'임을 명확히 보여주는 '배당가능이익 계산 소명서'를 세무대리인과 함께 작성해 두십시오.
투자사의 상환 청구 공문에 대해 공식 답변서를 내용증명으로 발송해야 합니다. 아래 내용을 논리정연하게 담으십시오.
이처럼 논리적인 방어막을 치면, 투자사 내부에서도 소송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여 만기 연장이나 출자전환 등 협상 테이블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투자사가 경영권을 흔들기 위해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대법원 판례(2017다251564)를 기억하십시오. 주주가 상환 청구를 했더라도 실제 상환금을 모두 지급받기 전까지는 주주의 지위를 유지합니다. 주총 소집 통지 절차부터 안건 상정까지 법적 절차에 미비함이 없도록 꼼꼼히 점검하며 시간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Q1. 통장에 후속 투자금으로 받은 현금이 수십억 원 있어도, 배당가능이익이 없으면 상환을 못 하나요?
네, 불가능합니다. 통장의 현금은 부채이거나 '자본금' 및 '주식발행초과금(자본준비금)'일 뿐,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배당가능이익이 아닙니다. 자본준비금을 깎아 주주에게 돌려주는 것은 상법이 엄격히 금지하는 자본 감소 행위이므로 상환 재원이 될 수 없습니다.
Q2. 투자사가 "IPO 의무를 위반했으니 위약금을 내라"며 조기상환을 청구합니다. 줘야 하나요?
서울고등법원 판결(2023나2038760)에 따르면, 상장 실패가 시장 악화 등 외부적 요인에 기인했고 기타 위반 사항이 경미하다면 투자사의 일방적인 조기상환 청구는 기각될 수 있습니다. 위약금 조항이 있다고 무조건 지급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귀책 사유를 법리적으로 따져보아야 합니다.
Q3. 배당가능이익이 없어 상환이 미뤄지면, 나중에 지연이자를 다 물어내야 하나요?
원칙적으로 배당가능이익이 없어 상환하지 못하는 것은 '이행지체'로 보지 않습니다. 상환의 지연은 상환주식에 내재된 본질적 위험이기 때문에, 배당가능이익이 생길 때까지 상환 기간이 연장되는 것일 뿐 지연손해금 청구는 할 수 없다는 것이 학계와 판례의 주류적 입장입니다.
Q4. 투자사가 대표이사 개인 부동산에 기습적으로 가압류를 걸어오면 어떻게 하나요?
계약서상 대표이사의 책임이 '단순 보증'임에도 무리하게 가압류를 걸어왔다면, 즉시 '가압류 이의신청'을 제기해야 합니다. 본안 소송에서 회사의 상환 채무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음을 입증하여 가압류를 취소시킬 수 있습니다. 가압류가 걸렸다고 패소한 것이 아니므로 당황하지 마시고 신속히 법적 구제 절차를 밟으십시오.
투자 혹한기 속에서 스타트업을 지켜내는 것은 외롭고 고된 싸움입니다. 오랜 기간 파트너라고 믿었던 투자사가 갑자기 상환 청구 소송을 예고하며 압박해 올 때의 배신감과 압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당황한 나머지 투자사가 요구하는 합의서나 각서에 섣불리 서명하지 마십시오. 서명하는 순간 상법상의 방어막이 무력화되고, 대표이사 개인의 무한 책임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법률사무소 완봉은 RCPS 상환 청구 대응 및 투자 계약 분쟁에 대한 전문 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독촉장을 받았거나 소송 제기 협박을 받고 계신다면,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언제든지 문의해 주십시오. 보유하신 계약서를 정밀하게 분석하여 가장 안전한 대응 시나리오를 함께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본 포스팅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의 개별 상담을 거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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