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완봉입니다.
어렵사리 수십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가슴을 쓸어내린 것도 잠시, 몇 달 뒤 투자사로부터 뜬금없는 내용증명 한 통을 받고 밤잠을 설치는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많습니다.
"귀사가 체결한 투자계약서 제O조 '진술과 보장' 위반에 따라, 투자금 전액에 대한 조기상환(EOD)을 청구하며, 대표이사는 이에 대해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것을 청구합니다."
이유를 들여다보면 기가 막힙니다. 투자 유치 전에 타사로부터 받았던 '단순 흔들기용' 특허 침해 경고장 한 장, 혹은 퇴사한 직원이 제기한 몇 백만 원짜리 미지급 수당 분쟁 등 대표가 보기엔 대수롭지 않거나 이미 해결 중인 사소한 사안이 빌미가 된 것입니다. 대표님들은 억울해합니다. "실사(Due Diligence) 때 투자사 담당자에게 구두로 다 설명했고, 드라이브에 관련 자료도 모두 올려뒀는데 이제 와서 왜 이러냐"고 말이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법은 그 억울함을 그냥 들어주지 않습니다. 투자계약에서 대표이사를 지키는 유일한 방패, '예외사항 기재 서류(Disclosure Schedule, 공개목록)' 를 제대로 작성해 두지 않았다면 말입니다.
투자계약서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면서도 대표님들이 "네, 문제없습니다" 하고 쉽게 넘어가기 쉬운 조항이 바로 '진술과 보장(Representations and Warranties)' 입니다.
진술과 보장이란 "우리 회사의 재무제표는 정확하고, 제3자의 특허권을 침해한 적이 없으며, 임금 체불이나 소송 등 어떠한 법적 리스크도 존재하지 않는다" 고 투자자에게 보증하는 선언입니다.
문제는 이 조항이 '무과실 책임' 이라는 점입니다. 대표이사가 고의로 숨긴 것이 아니라, 정말 몰랐던 하자(예: 미처 인지하지 못한 오픈소스 라이선스 위반 등)가 나중에 발견되더라도 진술과 보장 위반이 성립합니다.
특히 최근 투자 시장 위축으로 투자사의 사후 관리가 엄격해지면서, 사소한 빌미를 잡아 조기상환(EOD)을 청구하거나 대표이사 개인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대표님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바로 이것입니다.
"투자사 실사 때 특허 분석 리포트도 보냈고, 진행 중인 노무 분쟁 서류도 드라이브에 올려서 공유했습니다. 투자사도 다 알고 투자한 거 아닌가요?"
하지만 법원의 태도는 냉정합니다. 계약서 본문에 '진술과 보장'이 명시되어 있다면, 투자사가 실사 과정에서 특정 리스크를 인지했거나 인지할 수 있었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대표이사의 책임이 면제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투자자가 속으로는 알고 있었더라도, 계약서에 공식적으로 '이 하자는 예외로 한다'고 합의하지 않았다면 법적으로는 여전히 회사의 책임" 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인수합병(M&A) 분쟁에서 공개목록에 적지 못한 채무나 세금 미납이 드러나 수백억 원의 계약금 반환 판결이 내려진 사례가 이를 방증합니다.
투자자의 사후 문제 제기를 막고 대표이사를 보호하려면, 계약서 본문 뒤에 별지로 첨부하는 '예외사항 기재 서류(Disclosure Schedule)' 를 전략적으로 작성해야 합니다.
예외사항 기재 서류는 투자자에게 "우리 회사에 이런 하자가 있으니, 이 부분은 진술과 보장 위반으로 문제 삼지 말라"고 공식 고지하는 면책 문서입니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서 가장 흔히 발생하는 분쟁은 특허·상표권 침해 주장입니다. '제3자의 IP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진술 조항에 대응해 다음과 같이 작성해야 합니다.
소액의 미지급 퇴직금이나 연차수당, 세무서로부터 받은 해명 요구서 등도 투자금 반환의 빌미가 될 수 있습니다. 근로계약서 미작성 직원 여부, 주 52시간 초과 이력 등을 전수 조사해 금액과 내용을 표 형식으로 기재하십시오. 예를 들어 "2026년 상반기 기준 연차미사용수당 총액 약 1,200만 원 미지급 상태"처럼 구체적인 숫자를 명시하는 것이 사후 분쟁을 예방하는 지름길입니다.
예외 목록을 아무리 꼼꼼하게 작성해도, 계약서 본문에 그 목록을 면책해 준다는 문구가 없으면 효력이 없습니다. 진술과 보장 조항 앞에 반드시 아래 문구를 연동하십시오.
"회사 및 이해관계인은 [별첨 O] 예외사항 기재 서류(Disclosure Schedule)에 공시된 사항을 제외하고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이 진실하고 정확함을 진술하고 보장한다."
예외목록 작성 외에도, 투자계약서 협상 단계에서 반드시 쟁취해야 할 두 가지 조항이 있습니다.
인식 기준 제한 조항 (Knowledge Qualifier)
"회사가 알고 있는 한(To the best of Company's knowledge)" 이라는 문구를 삽입하면, 고의나 중과실 없이 전혀 몰랐던 제3자의 특허 침해 주장에는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중요성 기준 조항 (Materiality Threshold)
"회사 경영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Material Adverse Effect)을 미치는 경우에 한하여" 책임을 지거나, "개별 분쟁 금액이 1,000만 원 이상인 경우에 한하여" 예외목록 기재 의무를 지도록 하한선을 설정하면 사소한 하자로 인한 소송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Q1. 실사 때 이메일과 드라이브 링크로 자료를 모두 공유했는데도 진술과 보장 위반 소송을 당할 수 있나요?
네, 그렇습니다. 법원은 '실사 자료를 제공했다'는 사실만으로 투자사가 해당 리스크를 인수하는 데 동의했다고 보지 않습니다. 예외목록(Disclosure Schedule)에 서면으로 명확히 기재해 두지 않으면 법적으로 책임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Q2. 하자를 솔직하게 다 적으면 투자가 무산되지 않을까요?
투자사는 하자가 전혀 없는 회사가 아니라, 하자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관리할 수 있는 회사에 투자합니다. 오히려 실사 때 알리지 않은 하자가 나중에 드러나면 사기죄 등 형사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중요성 기준을 계약서에 넣어 미미한 하자는 기재 범위에서 제외하고, 리스크가 큰 사항 위주로 기재하면 투자자의 신뢰를 지키면서 회사도 보호할 수 있습니다.
Q3. 계약 체결일(Signing)과 투자금 입금일(Closing) 사이에 새로운 특허 분쟁이 생겼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즉시 투자사에 서면으로 알리고, 예외목록을 업데이트(Bring-down Disclosure)해야 합니다. 계약 체결 시점에는 참이었던 내용이 납입 시점에 거짓이 되면, 투자사는 선행조건 미충족을 이유로 투자를 철회하거나 향후 계약 해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Q4. 대표이사 개인의 연대책임 범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완전한 면책은 어렵지만, 대표이사의 개인 책임을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로 좁히고, 손해배상 한도(Cap)를 '대표이사가 보유한 주식 가치 범위 내' 또는 '수령한 투자금의 일정 비율 내'로 제한하는 협상이 실무적으로 매우 유용합니다.
투자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 대표이사가 짊어지는 책임의 무게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진술과 보장' 조항의 문구 하나, 예외목록의 단 한 줄 누락이 훗날 회사의 파산과 대표이사 개인의 연대채무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법률사무소 완봉은 스타트업 투자 자문 및 투자금 반환 분쟁 대리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계약서 검토와 예외사항 기재 서류 설계에 대한 전문 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투자 계약 체결 전이나 투자사와의 분쟁 조짐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편하게 문의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