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지금 큰일 났습니다. XX정밀이 어제 최종 부도 처리됐답니다! 사장님은 벌써 연락 두절이고, 공장 문 닫기 직전이래요. 다른 채권자들이 몰려와서 공장 다 털어가기 전에, 우리가 지난달에 납품한 그 5천만 원짜리 CNC 가공 기계부터 빨리 트럭 대서 실어 와야 하는 것 아닙니까?"
B2B 제조업 현장에서 거래처 부도 소식을 접했을 때 채권 담당자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생각입니다. "아직 기계 대금도 한 푼 못 받았고, 계약서에 '대금 완납 전까지 소유권은 우리에게 있다'는 소유권유보 조항도 명시해뒀으니 당연히 우리 기계 아닌가. 도로 가져오는 게 무슨 문제야?"라며 당장 공장으로 달려가고 싶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다급한 마음에 감행하는 '사설 야간 회수 작전'은 미수금을 지키기는커녕, 담당 실무자와 대표이사를 형사 처벌로 이어지게 만드는 가장 빠른 지름길입니다.
소유권유보부 매매계약서가 존재하더라도 법적 절차 없이 임의로 물건을 가져오는 행위가 왜 형사 처벌 대상이 되는지, 그리고 이 긴박한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신속하고 합법적인 회수 경로는 무엇인지 상세히 알려드립니다.
소유권유보부 매매(所有權留保附 賣買)란, 동산 물품을 판매하면서 대금을 분할로 받기로 하되, '대금이 완전히 납부될 때까지 목적물의 소유권은 매도인에게 남겨두고, 대금 완납을 정지조건으로 매수인에게 소유권이 이전되도록 하는 특약'을 의미합니다.
법적으로 대금이 완납되지 않았다면 기계의 소유권은 납품업체(매도인)에게 있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점유권(占有權)에 있습니다. 소유권은 우리에게 있더라도, 기계를 공장에 들여놓고 사용 중인 거래처(매수인)는 그 물건에 대한 적법한 점유를 행사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우리 형법은 소유권만큼이나 현재 평온하게 유지되고 있는 '점유 상태'도 강하게 보호합니다. 이로 인해 다음과 같은 심각한 형사 리스크가 발생합니다.
"타인의 점유 또는 권리의 목적이 된 자기의 물건을 취거, 은닉 또는 손괴하여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소유권유보 계약에 의해 기계가 '자기 물건'인 상태라 하더라도, 그것이 '타인(거래처)의 점유' 하에 있다면 상대방 동의 없이 무단으로 가져오는 행위(취거)는 정확히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합니다.
야간에 직원 여럿이 연장을 챙겨 거래처 공장에 들어갔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잠긴 공장 문을 따거나 펜스를 넘는 순간 공동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하고, 기계를 바닥에서 분리하는 과정에서 앵커볼트나 전선, 주변 설비를 훼손하면 공동재물손괴죄가 추가됩니다. 벌금형 없이 징역형 선고까지 가능한 중한 혐의들입니다.
납품한 물건이 지게차, 크레인 등 등록이 필요한 건설기계나 차량인 경우 법리가 달라집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등록이 필요한 동산은 등록명의자가 대외적 소유자로 인정되므로, 상대방 명의로 등록된 장비를 무단 회수하면 절도죄 또는 특수절도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결국 미수금을 떼인 억울한 피해자가 하루아침에 전과자가 되고, 거래처 사장에게 합의금을 건네며 고소 취하를 빌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부도 직전 공장에는 우리 회사만 채권자로 대기하고 있지 않습니다. 주거래은행이 공장 전체에 공장근저당(공장저당)을 설정해 놓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공장저당법에 따르면, 공장 토지·건물뿐 아니라 공장 내에 설치되어 가동 중인 기계·기구 일체에도 저당권의 효력이 미칩니다. 소유권유보 기계라는 이유로 임의 철거·반출하면, 은행 측에서 "저당권 목적물을 무단으로 반출하여 담보 가치를 훼손했다"며 형사 고소나 민사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은행과의 법적 분쟁은 중소 제조업체가 감당하기에 너무나 가혹한 리스크입니다.
그렇다면 거래처 부도 징후를 감지했을 때, 손을 놓고 기계가 경매로 넘어가는 것을 지켜봐야만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법이 허용하는 가장 신속하고 안전한 수단이 있습니다.
[증거 확보] ➔ [점유이전금지가처분] ➔ [동산인도단행가처분] ➔ [집행관 동행 하에 적법 집행]
거래처가 기계를 제3자에게 급히 처분하거나 다른 장소로 빼돌리지 못하도록 현 상태 그대로 묶어두는 사전 조치입니다. 이 조치가 선행되어야 추후 소송·집행 과정에서 피고가 바뀌어 집행 불능 상태가 되는 사태를 막을 수 있습니다.
기계 반환을 구하는 본안 소송(동산인도청구)은 판결까지 최소 6개월~1년 이상 걸립니다. 그 사이에 공장은 폐업하고 기계는 고철로 처분되거나 사라질 위험이 큽니다.
이때 활용하는 것이 단행가처분(斷行假處分)입니다. "거래처 부도로 기계가 급격히 훼손·처분될 긴급한 우려가 있으니, 본안 판결 전에 우선 임시로 기계를 매도인에게 인도해 달라"고 법원에 신청하는 것입니다. 인용되면 단 몇 주 만에 집행 권원을 얻어 법원 집행관과 함께 합법적으로 기계를 회수할 수 있습니다.
가처분 집행으로 기계 점유를 확보한 후, 정식 본안 소송으로 소유권을 최종 확정합니다. 거래처가 대금을 지체하며 기계를 사용한 기간의 사용료(부당이득)나 기계 훼손에 대한 손해배상도 함께 청구하여 채권을 보전해야 합니다.
이러한 분쟁을 예방하려면 납품계약서 작성 시 소유권유보 조항 외에 아래와 같은 긴급 회수 특별 약정을 함께 명시해 두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계약서 추천 특약 문구]
"매수인이 대금 지급을 2회 이상 지체하거나, 매수인에게 부도·회생·파산 등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 매도인은 별도의 최고 없이 즉시 기한의 이익을 상실시키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 경우 매수인은 목적물에 대한 점유 권원을 상실하며, 매도인 또는 매도인의 대리인이 목적물 회수를 위해 매수인의 사업장 및 공장에 출입하여 목적물을 해체·반출하는 것에 대하여 사전 동의한다."
※ 주의사항: 이 조항이 계약서에 있더라도 거래처 직원이 물리적으로 진입을 막는다면 억지로 기계를 떼어오면 안 됩니다. 다만 이 조항은 법원에 동산인도단행가처분을 신청할 때 "상대방도 사전에 긴급 회수에 동의한 사안"임을 설득하는 강력한 근거가 됩니다.
Q1. 거래처 사장이 전화로 "기계 그냥 가져가세요"라고 했습니다. 주말에 문 닫힌 공장에 가서 가져와도 되나요?
구두 동의만으로는 절대 안 됩니다. 나중에 상대방이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번복하거나, 무단 공장 진입을 빌미로 형사 고소로 역공할 수 있습니다. 합의 하에 회수하려면 반드시 서면으로 작성된 '목적물 반환 및 회수 동의서'를 받고, 열쇠 인계 과정을 문자·녹취 등으로 기록해 두어야 합니다.
Q2. 기계가 공장 바닥에 콘크리트로 단단히 고정되어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소유권유보부로 회수가 가능한가요?
기계가 건물의 부합물(附合物)이 되었는지가 관건입니다. 볼트 해체 수준이라면 독립된 동산으로 보아 회수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건물 벽이나 바닥 구조물 자체를 파괴해야만 분리되는 수준이라면 소유권 행사가 제한될 수 있으므로, 사전에 법률 전문가의 검토가 필요합니다.
Q3. 거래처가 이미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습니다. 지금이라도 가처분을 신청하면 가져올 수 있나요?
법원의 포괄적 금지명령이나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었다면 개별 가처분·강제집행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소유권유보부 매도인의 권리는 회생절차 내에서 사실상 '회생담보권'으로 취급되므로, 임의 회수 시 법적 처벌을 받습니다. 이 경우 회생 법원에 담보권을 신고하고 절차 내에서 변제받거나 법원 허가를 얻어 환취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Q4. 야반도주 후 공장이 완전히 비어 있고 자물쇠만 채워져 있습니다. 아무도 없으니 들어가도 괜찮지 않나요?
공장이 비어 있어도 그 공간은 여전히 채무자(또는 공장 임대인)의 지배 하에 있는 점유 공간입니다. 자물쇠를 강제로 자르고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건조물침입 및 재물손괴에 해당합니다. 반드시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받아 집행관과 동행하여 적법하게 개문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거래처 부도나 폐업은 제조업체에게 회사의 생존이 걸린 중대한 위기입니다. 다급하고 억울한 마음에 한 순간의 감정적 대처가 도리어 상대방에게 형사 고소라는 무기를 쥐여주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법률사무소 완봉에서는 B2B 미수금 회수, 동산 가처분, 기업 채권 분야의 전문 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거래처의 부도 조짐을 감지하셨다면 지체 없이 연락해 주십시오.
본 포스팅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작성되었으며, 개별 사안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법적 판단이나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행 전 반드시 법률 전문가와의 상담을 거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