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완봉입니다.
공동창업자나 이사진 중 한 명이 이사회 몰래 회사가 공들여 키워온 거래처나 신사업 기회를 개인 법인으로 가로챈 사실을 발견하셨나요?
"회사가 수개월째 기획하던 신규 사업인데, 이사 개인이 세운 법인 명의로 계약을 따냈다고?"
"우리 회사의 원천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가져가서 개인 사업을 차렸네?"
믿었던 경영진이 회사의 핵심 성장 동력을 뒤에서 빼돌려 사익을 취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배신감과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단순한 동업 갈등을 넘어 회사의 존립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위기 상황입니다.
이러한 행위를 법률적으로 '회사 기회 유용(Corporate Opportunity)' 이라고 합니다. 이사가 대놓고 경쟁 사업을 하지 않더라도, 교묘하게 회사의 유망한 사업 기회만 가로채 사익을 취하는 고난도 배임 행위입니다.
오늘은 빼앗긴 회사의 권리와 손해를 합법적으로 환수하고, 배신한 임원에게 확실한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한 상법 제397조의2를 활용한 손해배상 청구 전략을 실무적 관점에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이사가 회사의 기회를 빼돌렸을 때 많은 분들이 '경업금지 의무 위반'만을 떠올리십니다. 하지만 이 둘은 엄연히 다르고, 대응하는 법적 수단도 달라야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가 A 대기업과 독점 납품 계약을 맺기 위해 수개월간 제안서를 작성하고 미팅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담당 이사가 이사회 몰래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신설 법인을 통해 그 계약을 따냈다면 어떻게 될까요?
동종 영업 여부를 떠나, 회사가 획득할 수 있었던 구체적인 사업 기회 자체를 가로챈 행위이므로 명백한 '회사 기회 유용'에 해당합니다.
법정에서 상대방 이사는 대부분 "그건 회사가 실제로 추진할 수 없었던 막연한 아이디어에 불과했다", "회사가 자금이 부족해 포기한 기회였다"라며 빠져나가려 할 것입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6다16191 판결은 다음과 같이 판시했습니다.
"회사가 제3자와 독점 계약을 체결하여 영업을 하고 있었다면, 그 계약 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도 해당 사업을 계속하여 영위함으로써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는 회사의 '사업 기회'에 해당한다. 이사가 이를 자신이 지배하는 다른 회사로 하여금 영위하게 한 것은 회사의 사업 기회를 유용한 행위이다."
이 판결이 실무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손해의 범위를 대폭 넓혔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이사가 가로채서 벌어들인 매출(일실 영업수익)뿐만 아니라, 피해 회사가 상실한 사업 기회 자체의 무형적 가치인 '영업권 가치'까지 손해액에 포함시켜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회사 기회 유용 소송에서 가장 어려운 고비는 "우리 회사가 입은 피해액이 정확히 얼마인가?" 를 입증하는 것입니다.
민사소송의 원칙상 피해 규모는 원고가 입증해야 하지만, 피고가 빼돌린 사업으로 얼마를 벌었는지 원고 회사가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법은 강력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상법 제397조의2 제2항: "이로 인하여 이사 또는 제3자가 얻은 이익은 손해로 추정한다."
법원 송달 또는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 등을 통해 가해 법인의 재무제표와 매출 내역을 확보한 뒤, 그 이익을 회사의 손해액으로 제시하면 됩니다. 이를 반박할 입증 책임은 피고(가해 이사)에게 넘어가게 됩니다.
법원은 통상 아래 산식을 기준으로 일실수입을 계산합니다.
가해 법인이 가로챈 매출액 × 피해 회사의 기존 순이익률앞서 언급한 대법원 판례에 따라 영업권 가치를 별도로 감정 신청해야 합니다. 이사가 사업 기회를 가로챔으로써 회사가 상실한 브랜드 가치, 거래처 네트워크 등을 전문 감정인을 통해 금액으로 평가받아 청구액에 합산하는 전략입니다. 이 과정을 거쳐야만 실제로 빼앗긴 회사의 가치를 온전히 보전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 배신의 정황을 포착하셨다면, 이사에게 직접 따지기 전에 차분히 다음 단계를 밟으시기 바랍니다.
가장 먼저 이사가 개인적 이득을 취했다는 연결고리와 회사가 그 기회를 추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보해야 합니다.
- 이사가 설립한 법인의 법인등기부등본(가족·측근의 주주·임원 등재 여부 확인)
- 가로챈 거래처와의 이메일·메신저 대화 내역
- 회사 내부의 이사회 준비 자료, 기획서, 예산 집행 내역
상법 제397조의2에 따라 사업 기회 이용은 이사 정원의 3분의 2 이상의 사전 승인이 필요합니다. 이사회 승인 절차가 없었거나 이사 본인이 스스로 찬성표를 던진 경우 명백한 절차적 위법입니다.
정황이 확실해지면 법원에 이사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선임 가처분을 신청하여 추가적인 정보 유출과 경영권 침해를 즉각 차단해야 합니다.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이사가 재산을 은닉하거나 법인을 폐업해 버리면 집행이 불가능해집니다. 가해 이사의 개인 재산(부동산·예금)과 가해 법인의 매출채권·예금 계좌에 신속히 가압류를 집행해 두어야 합니다.
이후 대표이사 명의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거나, 대표이사가 가해 이사와 공모 관계에 있다면 소수주주들이 주주대표소송을 통해 회사의 이름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Q1. 이사가 "회사 자금 사정이 나빠 어차피 추진 불가능한 사업을 내가 살려낸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법적으로 인정되나요?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우리 법원은 설령 회사의 재정적 어려움이 있었더라도, 이사가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이사회의 사전 승인 절차를 생략한 채 사업 기회를 독식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회사가 해당 기회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면, 이사회에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정식 승인을 받았어야 합니다.
Q2. 아직 계약이 성사되지 않은 '기획 단계'의 기회도 빼돌렸다면 청구가 가능한가요?
가능합니다. 다만 실제 매출이 없는 경우 손해액 추정 규정을 직접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회사가 해당 기회를 발굴·기획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인건비, 연구개발비, 실사 비용 등)을 손해액으로 청구하거나, 사업계획서와 프로토타입의 무형 가치를 감정 평가하여 손해액을 산정하는 정교한 소송 전략이 필요합니다.
Q3. 이사가 본인 명의가 아닌 배우자나 자녀 명의의 법인을 세워 기회를 빼돌린 경우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당연히 가능합니다. 상법 제397조의2는 이사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유용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배우자·자녀나 이사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법인은 '제3자'에 해당하며, 해당 법인이 이사의 실질적 지배 아래에 있음을 입증하면 이사 개인은 물론 해당 법인에 대해서도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물어 연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Q4. 민사 손해배상 소송 외에 형사 고소도 함께 진행하는 것이 유리할까요?
적극 권장합니다. 이사의 회사 기회 유용 행위는 회사의 신임 관계를 저버리고 재산상 손해를 가한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형사 고소를 병행하면 수사기관의 강제수사(압수수색, 계좌 추적 등)를 통해 민사 소송에서 직접 확보하기 어려운 자금 흐름이나 이메일 등 결정적 증거를 합법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 민사 소송의 결과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법적 판단과 소송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안의 성격상 고도의 입증과 세밀한 법리 검토가 요구되므로, 반드시 법률 전문가와 충분한 상담을 먼저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이사의 회사 기회 유용은 겉으로 합법적인 외관을 띠지만, 실질은 회사의 유망한 미래를 훔쳐가는 행위입니다. 초기 대응이 늦어질수록 증거는 사라지고 가로챈 사업 기회는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됩니다.
지금 의심스러운 정황을 포착하셨다면, 법률사무소 완봉에서는 기업 법무 및 경영권 분쟁에 관한 전문 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증거 수집 단계부터 소송 집행까지 빈틈없는 전략을 함께 수립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