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완봉입니다.
독자적인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세계 무대를 꿈꾸는 벤처·스타트업 대표님들이 가장 설레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해외 대기업이나 글로벌 VC가 "투자를 검토하고 싶다", 혹은 "M&A나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싶다"며 연락해 오는 순간일 것입니다.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나면, 상대방은 본격적인 절차라며 '기술 실사(Technical Due Diligence)'를 제안합니다. 공장과 연구소를 직접 방문해 장비를 확인하고, 엔지니어들과 질의응답을 하며 소스코드까지 검토하고 싶다는 것이죠.
"이미 영문 NDA(비밀유지계약)도 체결했으니 괜찮겠지"라며 가볍게 실사단을 맞이했다가, 몇 달 뒤 투자 협상은 흐지부지 깨지고 상대방이 우리와 똑같은 제품을 출시하는 날벼락을 맞을 수 있습니다. 합법적인 검토를 가장해 원천 기술만 빼가는 '가짜 투자 실사'의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오늘은 해외 바이어의 기술 실사 요구 앞에서 우리 기업의 핵심 자산을 지켜내는 실무 보안 전략과 영문 계약 설계법을 상세히 안내드립니다.
많은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상대방이 보낸 영문 NDA에 서명했으니 비밀이 보장된다"고 안심하십니다. 하지만 해외 대기업이 제시하는 NDA 표준 양식에는 우리 기술을 무력화하는 교묘한 독소조항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그중 가장 위험한 것이 바로 'Residuals(잔존정보)' 조항입니다.
"Neither Party shall be limited in its use of any 'residuals' resulting from access to or work with the Confidential Information..."
이 조항은 정보를 제공받은 측의 직원이 업무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기억하게 된 잔존 정보(Residuals)'에 대해서는 비밀유지 의무를 적용하지 않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
상대방 엔지니어가 우리 연구실에서 장비를 살펴보고 공정 시연을 지켜본 뒤, 핵심 메커니즘을 머릿속에 담아 나갔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조항이 계약서에 살아 있다면, 상대방이 우리 기술을 복제해 특허를 출원하더라도 "서류를 훔친 것이 아니라 내 머릿속 잔상(Residuals)을 활용한 것"이라고 주장할 경우 법적 책임을 묻기가 극히 어려워집니다.
또 하나의 흔한 함정은 'Written Marking Clause(서면 표시 조항)'입니다. 제공하는 정보가 영업비밀로 보호받으려면 반드시 'CONFIDENTIAL' 스탬프가 찍힌 서면이나 파일 형태여야 한다는 조항입니다.
실사 현장에서는 시제품 시연, 공정 견학, 엔지니어의 구두 설명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이때 구두로 넘어간 기술이나 시각적으로 노출된 정보는 '서면 표시'가 없다는 이유로 영업비밀 보호 대상에서 원천 배제됩니다.
영문 NDA를 수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공장과 연구실 문이 열리는 순간부터 철저한 정보 통제 라인(Information Barrier)이 실무적으로 작동해야 합니다.
실사 과정에서의 무분별한 정보 제공은 기업의 재산 피해를 넘어 형사 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법적 리스크입니다.
우리 법원은 어떤 정보가 영업비밀로 인정받으려면 비공지성(비밀로 유지될 것), 비밀관리성(상당한 노력으로 비밀로 관리될 것), 경제적 유용성이라는 세 가지 요건을 요구합니다.
아무런 통제 없이 공장을 통째로 공개하고 장비 내부 구조를 그냥 보여주었다면, 법원은 "기업 스스로 비밀로 관리하려는 상당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기술 유출이 발생하더라도 법적 영업비밀로 보호해 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6년 5월부터 시행된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라 기술 해외 유출에 대한 단속과 수사가 한층 강화되었으며, 내부 고발 및 신고에 대한 포상금 제도가 최대 2억 원으로 대폭 확대되었습니다. 기술 유출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기업 경영진에게도 배임이나 법적 리스크가 전가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합니다.
보유 기술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면 상황은 더욱 엄중해집니다.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을 해외 기업에 수출하거나 M&A를 진행할 때는 반드시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사전 승인 또는 신고가 필요합니다. 공식 절차 없이 '실사'라는 명목으로 핵심 데이터를 넘겨주는 행위는 그 자체로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죄에 해당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Q1. 해외 바이어가 자사 표준 NDA가 아니면 투자 검토를 진행할 수 없다고 압박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글로벌 대기업일수록 내부 컴플라이언스를 이유로 자사 양식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약서 전체를 거부하기보다,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핵심 공정 스펙" 등 기술의 본질에 해당하는 영역에 한해서만이라도 Residuals 배제 조항을 특약(Addendum) 형식으로 덧붙이는 타협안을 제시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전문 로펌의 조력을 받아 상대방이 거부하기 어려운 합리적인 수정안(Redline)을 설계하는 것이 협상력을 높이는 지름길입니다.
Q2. 실사 전 상대방이 방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체크리스트를 보내왔습니다. 어디까지 제공해야 하나요?
투자·M&A 초기 단계에서 기술의 핵심 노하우(Know-how)까지 모두 넘겨줄 필요는 없습니다. 기술의 기능적 결과물(Output)과 시장성, 특허 등록 현황 등 '기술이 작동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수준의 정보만 먼저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핵심 설계도나 소스코드는 본 계약 체결 직전에 제공하거나, 에스크로(Escrow) 방식으로 제3의 신뢰 기관에 보관해 두고 검증하는 방법을 제안하시기 바랍니다.
Q3. 우리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확인하나요?
산업통상자원부나 영업비밀보호센터를 통해 '국가핵심기술 여부 판정 신청' 제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해당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실사 일정을 잡기 전에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상의하여 사전 판정 또는 신고 절차를 밟아야 형사 처벌 리스크를 피할 수 있습니다.
해외 대기업과의 파트너십은 스타트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귀한 기회입니다. 하지만 검을 휘두르기 전에 내 몸을 지킬 방패가 튼튼한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비즈니스의 철칙입니다. "설마 대기업이 우리 기술을 베끼겠어?", "나중에 문제 생기면 소송하면 되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회사의 문을 닫게 만들 수 있습니다. 글로벌 소송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 만큼, 스타트업이 감당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해외 기술 유출 방지와 안전한 계약 설계의 핵심은 '실사 전에 미리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계약서 한 줄의 수정, 실사 당일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라인 하나가 기업의 생존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법률사무소 완봉은 해외 투자 유치 및 수출 계약 단계에서의 기술 보호와 영문 계약 설계에 대한 전문 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바이어의 실사 요구를 받으셨다면, 첫 단추를 끼우기 전에 전문 변호사와 먼저 상의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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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블로그의 내용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작성되었으며, 개별 사안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계약서 작성 및 실사 진행 전에 반드시 법률 전문가의 개별 자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