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피해를 당한 것도 억울하고 가슴이 무너지는데, 어느 날 경찰서에서 전화 한 통을 받습니다.
"OOO 씨 맞으시죠?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이 접수되어 피의자 조사를 받으러 나오셔야 합니다."
중고거래 사기나 SNS 마켓 사기, 투자 리딩방 사기를 당한 직후 추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순수한 마음에서 가해자의 이름·연락처·계좌번호 등을 온라인 커뮤니티나 단체 채팅방에 올렸다가 겪게 되는 전형적인 상황입니다.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사기 가해자들은 이를 빌미로 "돈을 돌려받고 싶으면 명예훼손 고소부터 취하해라", "합의해 주지 않으면 너도 전과자로 만들겠다"라며 협박하기도 합니다. 사기 피해자에서 하루아침에 형사 피의자 신분으로 뒤바뀐 억울하고 당황스러운 순간, 어떻게 대응해야 무혐의(불송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실무적인 방어 전략을 안내해 드립니다.
많은 분이 "내가 지어낸 거짓말도 아니고, 실제로 나한테 사기를 친 사실을 그대로 적었는데 왜 죄가 되느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법은 '사실을 말한 경우'에도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터넷이나 SNS 등 온라인 공간에 글을 올린 경우, 형법이 아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제70조가 적용됩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 (벌칙)
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온라인의 전파력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일반 명예훼손보다 처벌 수위가 훨씬 높습니다. 내가 적은 글이 100% 진실이더라도, 수사기관이 '상대방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하면 형사 처벌을 받게 되는 구조입니다. 사기 가해자들은 바로 이 법적 허점을 악용해 피해자를 역으로 압박합니다.
그렇다면 억울하게 고소당한 사기 피해자는 처벌을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할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핵심은 '비방할 목적'이 실제로 존재했는가를 깨뜨리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일관되게 다음과 같은 법리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 2022도4171 판결 등)
특히 사기 피해자가 가해자 정보를 공유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의미 있는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고등학교 동창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동창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 "얘가 내 돈 안 갚아서 사기죄로 감방 살다 나왔다. 너희들도 조심해라"라고 올린 사건에서, 대법원은 피고인의 주된 목적이 '다른 동창들의 추가 피해 방지(공공의 이익)'에 있으므로 비방 목적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 취지로 판결했습니다(대법원 2022도4171 판결).
또한 최근 대법원 판결에서도 이러한 법리가 재확인되었습니다.
"행위자의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사익적 동기(개인적인 원망, 억울함, 분노 등)가 포함되어 있더라도 공익을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즉, 사기꾼에 대한 배신감과 억울함에 화가 나서 글을 썼더라도, 그 글의 실질적인 효과와 주된 목적이 "다른 사람들이 나와 같은 사기 피해를 보지 않도록 경고하기 위함"이었다면 비방 목적이 조각(부정)되어 처벌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경찰서에서 출석 요구를 받았다면, 아무 준비 없이 가서는 안 됩니다. 수사관이 나의 억울함을 알아서 대변해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음 3가지를 철저히 준비해 '공익적 목적'을 소명하는 프레임을 짜야 합니다.
내가 올린 신상 정보가 '진실한 사실'임을 증명해야 합니다.
- 사기 가해자와 나눈 카카오톡·문자 메시지 대화 캡처본
- 가해자 계좌로 돈을 보낸 송금 이체증
- 더치트(The Cheat) 등 사기 피해 공유 사이트의 피해 등록 내역
- 이미 경찰에 접수한 사기죄 고소장 접수증 또는 수사 진행 상황 통지서
내가 작성한 글의 표현 수위를 객관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 좋은 예 (공익성 인정 확률 높음): "중고나라 아이디 OO, 계좌번호 신한은행 OOO-OOO 홍길동 조심하세요. 입금받고 연락 두절되는 수법입니다. 추가 피해자가 없기를 바라며 공유합니다."
- 나쁜 예 (비방 목적 인정 확률 높음): "홍길동 이 쓰레기 사기꾼 새끼야, 인생 그따위로 살지 마라. 대대손손 천벌 받을 거다."
감정적인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표현이 과도하게 섞여 있다면 공익성이 훼손될 수 있습니다. 만약 거친 표현을 썼다면, "사기를 당해 극도로 격분한 상태에서 일시적으로 작성된 감정적 표현일 뿐, 전체 문맥의 본질은 추가 피해 방지"였음을 일관되게 주장해야 합니다.
글을 어디에 올렸는지도 매우 중요합니다. 아무 관련 없는 연예인 팬카페나 유머 게시판에 무차별적으로 올린 경우 비방 목적이 강하다고 의심받기 쉽습니다.
반면 중고거래 사기 피해자 모임 카페, 해당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동호회 게시판, 혹은 가해자와 거래를 조율 중이던 단체 채팅방 등 실제 사기 피해에 노출될 위험이 있는 구체적 집단을 향해 올렸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합니다. 이는 정보 공유의 목적이 공익에 닿아 있음을 증명하는 강력한 근거가 됩니다.
수사관들은 조사 과정에서 은연중에 자백을 유도하는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어쨌든 상대방 동의 없이 인터넷에 이름이랑 계좌번호 올린 건 잘못된 행동인 줄 알고 계셨죠?"
여기에 겁을 먹고 "네, 제가 너무 화가 나서 경솔하게 행동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라고 답변하는 순간, 조서에는 '비방의 목적과 명예훼손의 고의를 자백함'으로 기록되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될 확률이 매우 높아집니다.
이때는 당당하게 법리를 주장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정보를 동의 없이 올린 사실 자체는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당시 해당 가해자가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실시간으로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었기에, 추가적인 금전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신속히 막기 위해 공익적 차원에서 확인된 사실만을 적시한 것입니다. 비방이나 보복의 목적은 결코 없었습니다."
Q1. 가해자의 이름을 '홍OO'처럼 일부 가리고 계좌번호도 일부만 공개했는데도 고소가 되나요?
명예훼손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성', 즉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이름을 가렸더라도 전화번호·거래 물품·지역 등 주변 정황을 종합해 지인이나 제3자가 그 인물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면 명예훼손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누구인지 전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철저히 익명 처리를 했다면 명예훼손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Q2. 사기 가해자가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하겠다며 피해 금액을 돌려줄 테니 합의하자고 합니다. 응해야 할까요?
사기 가해자들이 흔히 쓰는 합의 종용 수법입니다. 합의를 진행하더라도 무작정 고소를 취하하기보다는, "사기 피해 금액을 전액 변제받음과 동시에 서로 제기한 형사 고소를 모두 취하하고 이후 어떠한 민·형사상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 는 합의서를 명확히 작성하고, 실제로 돈을 송금받은 뒤 움직이셔야 안전합니다.
Q3. 게시글에 욕설을 섞어 썼다면 공익 목적이라도 무조건 처벌받나요?
단편적인 욕설이 들어갔다고 해서 무조건 유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전체 게시글에서 욕설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고, 글의 본질이 사기 피해 정보 전달에 있다면 여전히 공익성이 인정되어 명예훼손 무혐의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다만 명예훼손죄와 별개로 모욕죄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위험이 있으므로, 초기부터 변호사의 검토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Q4. 경찰 조사를 혼자 가도 무방할까요?
단순한 사실관계 확인 수준이라면 혼자 대처할 수 있겠지만, 명예훼손 피의자 조사는 말 한마디의 뉘앙스에 따라 기소 여부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수사관이 작성하는 피의자신문조서에 공익성이 아닌 사적인 보복 심리만 강조되어 기록된다면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첫 경찰 조사 단계부터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의견서를 함께 제출하는 것이 불송치 결정을 받는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역으로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는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참담할 것입니다. 하지만 '비방 목적의 부재'와 '공공의 이익'을 입증하는 정교한 프레임을 구축한다면, 억울하게 기소되는 일 없이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온라인 게시글의 성격, 전파 범위, 사기 사건의 진행 단계에 따라 대응 전략은 세밀하게 달라져야 합니다. 법률사무소 완봉에서는 사기 피해자의 명예훼손 역고소 대응에 관한 법률 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가해자의 적반하장식 협박에 흔들리지 마시고, 지금 바로 연락해 주세요.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사안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정식 법률 상담을 거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