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한숨 돌려야 할 시기인데, 오히려 가슴이 답답해지는 세입자분들이 많습니다. 안방 장롱 뒤나 베란다 벽면을 가득 채운 시커먼 곰팡이 때문입니다. 옷가지는 물론 가구까지 상해 수백만 원의 피해가 발생했는데, 임대인에게 알렸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차갑기만 합니다.
"하루에 환기를 몇 번이나 시키셨나요? 세입자가 겨울에 문을 꽁꽁 닫고 가습기를 많이 틀어서 생긴 일이니, 도배 비용이랑 원상복구 비용은 세입자가 부담하셔야 합니다."
매달 비싼 월세를 내며 살았는데 이런 말을 들으면 억울한 것이 당연합니다. 과연 결로와 곰팡이는 전적으로 환기를 안 시킨 세입자의 잘못일까요? 임대인의 수선의무와 임차인의 관리 의무가 충돌할 때, 법원과 조정위원회는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요? 감정적인 싸움을 끝내고 내 권리와 돈을 지키기 위한 실무적인 해결책을 안내해 드립니다.
결로와 곰팡이 분쟁의 중심에는 두 가지 법 조문이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이 두 의무가 충돌할 때 대법원 판례의 일관된 태도는 결로와 곰팡이의 근본적인 발생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따지는 것입니다.
건물 외벽에 단열재가 제대로 시공되지 않았거나 균열로 빗물이 스며드는 구조적 하자라면 임대인의 책임입니다. 반대로 건물 자체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는데 임차인이 실내에서 빨래를 가득 말리며 겨울 내내 창문을 한 번도 열지 않고 가습기를 과도하게 사용했다면 임차인의 책임이 됩니다.
서로 "너 때문이다"라고 주장해 봤자 해결되지 않습니다. 민사소송이나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로 가면 건축 전문가인 법원 감정인이 현장을 감정하게 됩니다. 이때 책임을 판단하는 결정적 지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감정인은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설계도면과 실제 시공 상태를 비교합니다.
임대인은 소송 과정에서 "세입자가 환기를 한 번도 안 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임차인은 객관적인 데이터로 이에 대응해야 합니다.
안방에 곰팡이가 가득 피어 방 하나를 폐쇄하고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월세 전액을 내야 할까요?
민법 제627조 및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임대차 목적물의 일부를 임차인의 과실 없이 사용·수익할 수 없게 된 경우 임차인은 그 비율에 따른 차임 감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법원은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임차인이 목적물을 부분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면, 임차인은 그 지장의 한도 내에서 차임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5다221221 판결 등 참고).
주거 면적 대비 사용이 제한되는 면적의 비율을 기준으로 산정합니다.
결로가 흘러내리는 창틀, 곰팡이가 핀 벽면, 손상된 이불과 가구 등을 근접 샷과 전체 샷으로 꼼꼼히 촬영하세요. 매일 온습도계 촬영도 함께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카카오톡이나 문자 메시지로 사진을 전송하며 기록을 남기세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일정 기간 내 보수 조치'와 '미이행 시 손해배상 및 월세 감액 청구'를 담은 내용증명 우편을 발송하는 것입니다.
임대인이 수리를 거부하거나 무시한다면, 민법 제627조와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감액 비율과 금액을 기재한 통지서를 보낸 후 감액된 금액만 입금합니다.
소송이 부담스럽다면 국토교통부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소송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조정이 성립되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가져 빠른 해결이 가능합니다.
Q1. 집주인이 수리해 주기 전까지 월세를 한 푼도 안 내도 되나요?
안 됩니다. 하자가 있어도 부엌이나 다른 방을 정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면 월세 전액 지급 거절은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연체)이 됩니다. 반드시 사용 불가능한 부분의 비율만큼만 감액하여 지불하셔야 안전합니다.
Q2. 계약서에 "결로·곰팡이는 임차인이 관리하고 도배는 알아서 한다"는 특약이 있으면 제가 다 수리해야 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임차인이 수선의무를 부담한다'는 특약이 있더라도 이는 전구 교체 같은 소규모 수선에만 적용된다고 봅니다. 외벽 단열재 미시공 등 건물의 본질적인 하자에 대한 수선 의무까지 임차인에게 전가하는 특약은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Q3. 전세 세입자라 매달 내는 월세가 없는데, 이때도 감액 청구가 가능한가요?
네, 가능합니다. 전세의 경우 하자로 인해 집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한도만큼 전세금에 대한 법정이자 상당액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전세 만기 시 도배비·가구 피해 비용 등을 전세금 반환 채권과 상계하여 청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Q4. 법원 감정 비용이 비싼데, 소송에서 이기면 돌려받을 수 있나요?
원고(임차인)가 전부 또는 일부 승소하면 법원이 판결로 소송비용 부담 비율을 정해 줍니다. 법원 감정비도 정식 소송비용에 포함되므로 승소 비율에 따라 상당 부분 또는 전액을 집주인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벽지 얼룩 수준을 넘어선 결로와 곰팡이는 세입자의 환기 부족 때문이 아닌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그러나 많은 임대인이 비용 부담을 피하고자 세입자의 생활 습관 탓으로 몰아가곤 합니다.
이러한 분쟁은 법 조문만 읊는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단열재 시공 상태와 온습도 데이터 등 과학적 근거를 재판부에 어떻게 제시하느냐가 소송의 성패를 가릅니다. 억울하게 복구 비용을 떠안거나 주거 공간을 훼손당한 채 어려움을 겪고 계신다면, 법률사무소 완봉에서는 임대차 분쟁에 대한 전문 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당당하게 권리를 행사하실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안내 및 면책]
본 콘텐츠는 2026년 7월 13일 기준의 법령 및 판례를 바탕으로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개별 주택의 계약 조건, 하자 원인의 복합성 등에 따라 구체적인 판단과 소송 전략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행에 옮기시기 전 반드시 전문가와의 대면 상담을 통해 맞춤형 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