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완봉입니다.
스타트업부터 중견기업에 이르기까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는 기업에게 과감한 투자는 필수적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 인수(M&A)나 수십억 원 규모의 신규 공장 부지 매입 같은 결정은 기업의 운명을 바꾸기도 합니다.
그러나 비즈니스 세계에 100% 확실한 성공이란 없습니다. 고금리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지속되는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는, 아무리 철저히 준비했더라도 예상치 못한 시장 변화로 투자가 실패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투자 실패로 회사에 손실이 발생하는 순간, 일부 소수주주나 갈등 관계에 있던 동업자가 대표이사와 임원진을 향해 형법 제356조 '업무상 배임죄' 고소장을 들이미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 투자를 결정하는 이사회 단계에서부터 배임죄 리스크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경영판단의 원칙(Business Judgment Rule)'의 4대 요건과 이를 문서화하는 이사회 의사록 작성 가이드를 안내해 드립니다.
법적으로 이사는 회사와 위임 관계에 있습니다(상법 제382조 제2항). 이에 따라 이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선관주의의무)를 다해 직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만약 이 의무를 저버리고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상법 제399조)에 그치지 않고 업무상 배임죄로 기소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손해액이 5억 원을 초과하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이 적용되어 벌금형 없이 실형이 선고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투자 실패를 모두 배임죄로 처벌한다면 어떤 경영자도 모험적인 도전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법원 역시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경영자의 판단에 배임의 고의를 인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경영판단의 원칙을 판례를 통해 수용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관련 판례(대법원 2002도4229 등)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경영자가 아무런 개인적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선의에 기하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이익에 합치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다면, 비록 그 예측이 빗나가 기업에 손해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
핵심은 '의사결정을 내리던 바로 그 순간'에 적법한 절차와 신중한 검토가 있었는가입니다. 이를 수사 초기 단계에서 서면으로 입증할 수 있다면, 검찰 기소 전에 경찰 단계에서 '혐의없음(불송치)'으로 사건을 조기 종결시킬 수 있습니다. 그 핵심 도구가 바로 이사회 의사록입니다.
결의에 참여한 이사들이 투자 대상이나 거래 상대방과 개인적 이해관계가 없어야 합니다. 이해관계가 있는 이사는 상법 제398조에 따른 자기거래 특별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의결권 행사에서 제척되어야 합니다.
의사록 반영 팁: 거래 상대방이 회사 임원진과 특수관계 없는 독립 제3자임을 명시하고, 이해관계 이사가 있다면 해당 이사가 퇴장하여 의결에 불참했다는 사실을 시간 단위로 기록하십시오.
대법원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했는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제반 사정을 신중히 검토함"과 같은 추상적 표현은 피해야 합니다.
작성 예시: "본 이사회는 2026년 5월 10일 자 AA회계법인의 가치평가보고서(평가액 범위: 45억~52억 원) 및 2026년 5월 12일 자 BB법무법인의 법률 실사 보고서(특허 분쟁 리스크 검토 완료)를 바탕으로, 인수 대금 48억 원이 객관적 가치 범위 내에 있음을 확인하고..." 처럼 보고서 명칭과 핵심 수치를 구체적으로 기재하십시오.
전원 침묵 끝에 "만장일치 가결"로 마무리되는 의사록은 수사기관에 '거수기 이사회', 즉 형식적 결의로 의심받기 딱 좋습니다. 리스크에 대한 우려, 반론, 대안 조율 과정이 의사록에 남아 있어야 합니다.
작성 예시: "이사 OOO은 대상 기업의 부채 비율이 높은 점을 지적하며 재무 건전성 악화 우려를 표명함. 이에 대해 대표이사는 인수 계약서 제5조에 '인수 완료 전 발생한 우발채무는 매도인이 전액 보전한다'는 진술 및 보증(R&W) 조항을 삽입하여 리스크를 차단하기로 합의하였음을 설명함."
아무리 합리적인 결정이라도 상법이나 정관이 정한 절차를 어겼다면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받기 어렵습니다. 이사회 소집 통지 기간 준수, 의결 정족수 충족 여부 등을 반드시 기재하십시오.
제1호 안건: (주)한국테크 지분 인수 및 신규 투자 건
대표이사가 신규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주)한국테크의 지분 40%를 30억 원에 인수하는 안건의 요지를 설명하다. 이사들은 심도 있는 토론을 거쳐 회사의 미래 가치를 위해 본 안건이 타당하다고 판단하고, 참석 이사 전원 찬성으로 원안대로 만장일치 가결하다.
⚠️ 문제점
- 30억 원이라는 금액의 객관적 근거(회계법인 평가 등)가 전혀 없습니다.
- '심도 있는 토론'의 내용이 없어 형식적 결의로 의심받습니다.
- 리스크 인지 및 대응책을 이사회가 검토했는지 증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제1호 안건: (주)한국테크 지분 40% 인수(투자금 30억 원) 승인의 건
1. 안건 보고 및 자료 배포
대표이사는 (주)한국테크의 기술력 및 재무 현황을 보고하고 다음의 검토 자료를 배포하다.
- 가. AA회계법인 주식가치평가 보고서 (2026년 6월 10일 자)
- 나. BB특허법인 기술 특허 유효성 실사 보고서 (2026년 6월 12일 자)2. 이사회 질의 및 토론 요지
- 김동현 사외이사: "가치평가 보고서상 적정 기업가치가 60억~75억 원 수준인데, 지분 40%를 30억 원(전체 75억 원 기준)에 매입하는 것은 다소 고평가된 것이 아닌가?"
- 대표이사: "한국테크가 보유한 'A타입 센서 기술'은 당사 기존 제품과 결합 시 연간 20억 원 이상의 시너지 매출이 기대된다는 사내 기획실 분석 보고서가 있습니다. 또한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대주주에게 3년간 경업금지 의무를 부과하는 조건을 계약서에 명시했습니다."
- 최윤지 재무이사: "피인수 기업의 유동비율 악화가 우려됩니다. 인수 대금 30억 원을 일시 지급하기보다, 계약금 15억 원을 먼저 지급하고 6개월 후 기술 이전 및 매출 목표 달성 여부(Milestone)에 따라 잔금 15억 원을 분할 지급하는 구조를 제안합니다."
- 이사회 합의: 최윤지 이사의 제안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여, 분할 지급 조건 및 담보 설정 조항을 인수 계약서 최종안에 반영하는 것을 조건으로 투자를 진행하기로 합의하다.3. 결의 결과
상기 조건(리스크 보완 조항 반영)을 전제로 참석 이사 전원 찬성으로 가결하다. (관련 회계·기술 실사 보고서 및 시장성 분석 보고서는 본 의사록의 첨부 문서로 보관함)
Q1. 지분 100%를 가진 1인 주주이자 대표이사인데도 이렇게 해야 하나요?
A. 반드시 그렇습니다. "내 회사인데 내 맘대로 투자하는 게 왜 죄가 되느냐"고 억울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1인 주주 회사라 하더라도 회사와 주주 개인을 별개의 법적 인격체로 봅니다. 적법한 이사회 승인이나 합리적 검토 없이 자금을 집행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면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합니다.
Q2. 투자가 완전히 실패해 원금을 모두 잃었다면, 아무리 의사록이 잘 작성되어 있어도 무용지물 아닌가요?
A. 아닙니다. 경영판단의 원칙은 결과의 성패가 아니라 결정 당시의 절차와 신중함을 봅니다. 투자가 실패했더라도, 결정을 내리던 당시에 이사회가 수집 가능한 최선의 정보를 바탕으로 성실하게 고민했다는 사실이 의사록과 첨부 보고서로 입증된다면 배임죄의 '고의'가 부정되어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Q3. 이사회에서 투자를 강력히 반대했던 사외이사도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나요?
A. 주의가 필요합니다. 상법 제399조 제3항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에 참가하여 반대 의견을 냈더라도 이를 의사록에 기재해 두지 않으면 결의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반대 의견을 낸 이사는 반드시 자신의 반대 취지와 구체적 사유가 의사록에 명확히 기록되었는지 확인하고 서명날인해야 책임을 면할 수 있습니다.
Q4. 회계법인이나 법무법인의 자문 보고서만 받아두면 100% 방어가 되나요?
A. 보고서의 존재 자체만으로 자동 면책되지는 않습니다. 보고서 내용이 명백히 부실하거나 편향되었음에도 이사회가 아무 검증 없이 맹신했다면 선관주의의무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외부 전문가의 자문을 어떤 관점에서 신뢰하고, 어떤 리스크를 추가로 보완하려 했는지에 대한 토론 흔적을 의사록에 함께 남겨두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형사 배임죄 고소는 한 번 시작되면 대표이사의 신뢰도 하락, 투자 유치 중단, 경영권 불안 등 회사의 존립을 위협하는 리스크로 이어집니다. 사후에 변호사를 선임해 무죄를 입증하는 것보다, 투자를 결정하는 그날 이사회 의사록 한 줄을 철저히 다듬어 분쟁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 훨씬 현명합니다.
중요한 신규 투자, 지분 인수, 계열사 간 거래를 앞두고 계신다면 이사회 개최 전에 기업 법무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이사회 시나리오와 의사록 초안을 미리 정비하시길 권장합니다.
법률사무소 완봉은 기업 투자 및 분쟁 해결 관련 법률 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관련하여 법적 검토가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편하게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법률사무소 완봉 상담 안내]
- 대표전화: 02-6263-9093
- 오시는 길: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17 센트럴파크타워 12층 1202호
※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건의 결과는 사실관계와 증거 자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전문가의 자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