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완봉입니다.
창업 후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회사를 매출 100억 원대 규모로 키워낸 A 대표이사. 그는 후임 경영진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고 이사회 결의를 거쳐 5억 원의 퇴직금을 지급받았습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였으나, 퇴임 후 1년이 지난 어느 날 날벼락 같은 소장이 날아왔습니다.
새로운 대주주와 후임 경영진이 "주주총회 결의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지급된 퇴직금은 무효이므로, 5억 원 전액을 반환하라"며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세무서는 이 퇴직금을 적법한 법인 비용(손금)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법인세를 추징하고, A 대표에게는 억대의 소득세까지 부과했습니다.
합법적인 이사회 절차를 밟아 받은 퇴직금인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오늘은 중소기업 대표이사가 퇴임을 준비할 때 반드시 챙겨야 하는 '임원 퇴직금·상여금 지급의 법적 요건과 정관 정비 실무'를 판례를 바탕으로 짚어드리겠습니다.
많은 대표이사님이 "이사들이 모두 찬성하고 이사회 의사록도 만들었는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반문하십니다. 그러나 상법은 임원 보수 결정에 매우 엄격한 기준을 요구합니다.
상법 제388조 (이사의 보수)
이사의 보수는 정관에 그 액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정한다.
이 조항은 이사들이 스스로의 보수나 퇴직금을 임의로 높게 책정해 회사 재산을 독식하고 주주·채권자의 이익을 해치는 것을 막기 위한 강행규정입니다. 보수 결정 권한을 회사의 주인인 '주주'에게 부여한 것이죠.
여기서 말하는 '보수'에는 월급여뿐만 아니라 상여금, 특별성과급, 퇴직금, 퇴직위로금, 중간정산금 등 직무수행의 대가로 지급되는 모든 금원이 포함됩니다. 따라서 주주총회 결의나 정관의 구체적 근거가 없다면, 이사회 의사록이 아무리 완벽해도 그 보수 지급은 법적으로 무효가 됩니다.
많은 중소기업 정관에는 "이사의 퇴직금은 이사회 결의로 정하는 임원퇴직금지급규정에 의한다"고 단순하게 적혀 있습니다. 실무상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치명적인 독소 조항입니다.
대법원은 정관에서 구체적인 지급 기준(산정 배수, 지급 한도 등)을 정하지 않은 채 퇴직금 결정을 이사회에 통째로 위임하는 규정은 상법 제388조 위반으로 무효라고 판시합니다. 이러한 무효 규정에 근거해 지급된 퇴직금은 소수주주나 후임 경영진에 의해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25. 12. 11. 선고 2025다214605 판결은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정관이나 임원보수규정에 "급여는 경영성과 및 기여도에 따라 대표이사가 정할 수 있으며, 지급한도는 주총 결의에 의한다"고 정해 두었더라도, 대표이사 스스로의 보수를 대표이사 단독으로 결정하도록 위임하는 것은 상법 제388조 위반으로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임원 퇴직금 중간정산금 역시 퇴직금과 동일한 성격이므로, 정관이나 주주총회 결의에서 구체적으로 허용하지 않았다면 이사회 결의만으로 지급한 중간정산금도 무효이며 전액 반환해야 한다고 확정했습니다(대법원 2017다17436 판결).
정관의 모호한 이사회 위임 조항을 "이사의 퇴직금은 주주총회 결의를 거친 임원퇴직급여지급규정에 의한다"로 변경해야 합니다. 정관 변경은 주주총회 특별결의(출석 주주 의결권의 2/3 이상, 발행주식총수의 1/3 이상 찬성) 사항이므로, 지분 구조를 사전에 확인하고 절차를 진행해야 합니다.
지급 규정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려 결의해야 하며, 다음과 같은 구체적 산정 공식이 명시되어야 합니다.
퇴직 당시 평균 월급여 × 재직기간 × 지급 배수실제로 주주를 소집하지 않고 도장만 찍어 만든 주총 의사록은, 추후 소수주주나 투자자가 소송을 제기하면 주주총회 결의 취소 또는 부존재 확인 소송을 통해 효력이 부인됩니다. 상법상 소집 통지 기간을 준수하고, 주주명부를 정비한 뒤 실제로 주총을 개최해 의사록을 작성하고 공증을 받아 보존해야 합니다.
절차적 흠결이 있는 임원 퇴직금은 민사 소송뿐만 아니라 세무조사에서도 문제가 됩니다.
정관이나 적법하게 위임된 규정에 따르지 않고 지급된 임원 퇴직금은 손금불산입(법인 비용으로 미인정) 처리됩니다. 이 경우 회사는 법인세를 추가 납부해야 하고, 퇴직금을 받은 전임 대표이사에게는 해당 금액이 '대표이사 상여'로 소득 처분되어 근로소득세와 가산세가 한꺼번에 추징됩니다. 결과적으로 퇴직금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납부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Q1. 주주총회에서 매년 승인받는 '임원 보수 한도' 내에서 퇴직금을 지급했다면 안전한가요?
안전하지 않습니다. 주주총회의 '임원 보수 한도액'은 전체 임원 급여의 총액 상한선을 의미할 뿐, 개별 임원에 대한 퇴직금의 구체적인 지급 기준이나 산정 공식까지 승인한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퇴직금 지급 규정이 주총 결의나 정관에 없다면 여전히 무효입니다.
Q2. 이미 퇴직금을 받고 회사를 떠났는데, 지금이라도 소급해서 주총 결의를 하면 하자가 치유되나요?
주주 전원이 동의하고 갈등이 없다면 사후 주주총회를 통한 추인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거나 소수주주가 반발하는 상황이라면 사후 추인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반드시 지급 '전'에 모든 절차를 완료해야 합니다.
Q3. 1인 창업 법인이라 주주가 저 혼자뿐입니다. 이 경우에도 정관을 고치고 주총을 열어야 하나요?
네, 반드시 해야 합니다. 지금은 1인 주주 회사라 해도 향후 투자 유치, 가업 승계, 임직원 지분 부여 등으로 주주 구성은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경영권이 변동된 이후 절차 없이 지급된 퇴직금을 문제 삼는 사례가 실무에서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지금 독점적 지위에 있을 때 선제적으로 정비해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Q4. 퇴직위로금이나 공로금이라는 명목으로 추가 지급하는 것은 어떤가요?
명칭과 무관하게 상법상 '보수'에 해당하므로 동일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대법원은 '퇴직위로금', '공로금', '경영성과급' 등 명칭에 관계없이 임원의 직무 수행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일체의 금원은 상법 제388조의 통제를 받는다고 봅니다.
대표이사의 퇴직금은 평생을 바쳐 일군 기업에서 합법적으로 개인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통로입니다. 그러나 상법과 세법의 요건을 간과한 채 집행했다가는 수년 뒤 심각한 문제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특히 주주 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 상대방이 가장 먼저 꺼내 드는 카드가 바로 '임원 보수 및 퇴직금의 절차적 하자'입니다.
법률사무소 완봉에서는 정관 정비, 임원 보수·퇴직금 규정 설계, 주주 간 분쟁 예방 컨설팅에 대한 전문 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은퇴나 승계, 투자 유치를 앞두고 계신다면 지금 정관과 규정에 허점이 없는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작성되었으며, 개별 사안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의사결정 전에 반드시 법률 전문가의 개별 자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