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300만 원을 보내드릴 테니, 오늘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부터 써 주세요. 나머지는 가족이 책임지고 갚겠습니다.”
사기·투자사기 피해를 입은 뒤 이런 제안을 받으면 일부라도 돌려받기 위해 서명을 서두르고 싶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족의 “대신 갚겠다”는 말은 실제로 누가, 어느 범위까지 책임지는지에 따라 법적 의미가 달라집니다. 일부 금액만 받은 상태에서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먼저 하면 남은 피해금 회수와 관련한 협상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민법 제469조에 따르면 피의자의 가족이나 지인처럼 제3자도 피해금 채무를 변제할 수 있습니다. 즉, 실제로 돈을 빌리거나 편취한 사람이 아닌 부모·배우자·형제·지인이 피해자에게 돈을 송금하는 것 자체는 가능합니다. 다만 채무의 성질이나 당사자의 의사표시에 따라 제3자 변제가 허용되지 않는 경우는 예외가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가족이 일부 돈을 냈다고 해서 그 가족이 남은 금액까지 당연히 책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제안을 받았다면 다음 중 어느 구조인지 분명히 해야 합니다.
가족이 우선 300만 원을 보내고, 그 금액만큼 피의자의 피해금 채무가 줄어드는 형태입니다. 예를 들어 전체 피해금이 1,000만 원이라면 300만 원을 받은 뒤 남은 700만 원은 원칙적으로 피의자가 부담합니다.
가족이 “피의자가 갚지 못하면 내가 갚겠다”고 약속하는 방식입니다. 보증인은 주채무자인 피의자가 이행하지 않을 때 책임을 부담합니다.
보증은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의사표시를 해야 효력이 발생합니다. 문자, 메신저, 녹음으로 “내가 책임지겠다”고 말한 것만으로는 보증으로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전자적 형태의 보증 의사표시는 원칙적으로 효력이 없습니다.
가족이 피해자에게 직접 “내가 이 채무를 맡아 갚겠다”고 약정하는 방식입니다. 피해자와 제3자가 직접 채무인수 계약을 하면 기존 피의자를 면하게 하는 구조도 가능합니다.
반면 제3자와 피의자 사이에서만 채무인수를 약정했다면, 피해자의 승낙이 있어야 효력이 생깁니다. 따라서 합의서에 단순히 “가족이 변제한다”라고만 적는 것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합의서에는 적어도 다음 내용을 분명히 적는 편이 좋습니다.
특히 피의자를 너무 이르게 면책하는 문구가 들어가면, 가족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 청구할 상대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피해금 2,000만 원 중 500만 원만 먼저 받았다면, 합의서에는 실제 수령액과 남은 금액을 분리해 기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500만 원을 받고 민형사상 일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거나 “추가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표현은 남은 금액을 받지 못한 경우에도 넓게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일부 변제라면 현재 받은 돈이 전체 피해금 중 일부라는 점과 잔액을 명확히 특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합의서에는 미지급 시 손해배상액이나 위약금을 미리 정할 수도 있습니다. 위약금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지만, 금액이 부당하게 과다하면 법원이 감액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조항이 있더라도 원래의 변제청구가 당연히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막연히 “약속을 어기면 책임진다”고 쓰기보다, 언제까지 얼마를 지급해야 하는지, 어느 지급이 지체되면 어떤 금액이 미지급으로 남는지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편이 분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처벌불원 의사표시는 피해자가 피의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대법원은 친고죄의 고소취소나 반의사불벌죄의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수사기관 또는 법원에 대한 소송행위로 보았습니다.
따라서 당사자끼리 합의서를 작성했다고 해서 처벌불원 의사표시가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적법하게 전달된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사기범죄 양형기준에서는 미합의를 불리한 주요참작사유로, 처벌불원 또는 실질적 피해 회복을 유리한 주요참작사유로 열거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피의자 측에서 일부 금액을 먼저 지급하면서 처벌불원서 제출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피해자 입장에서는 일부 입금과 실질적 피해 회복이 같은 의미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분할변제 약속이 남아 있다면 다음 사항을 확인해 보세요.
고소취소와 처벌불원 의사표시는 형사절차에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친고죄의 고소취소 및 반의사불벌죄의 처벌불원 의사표시 철회는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만 가능하며, 고소를 취소한 사람은 다시 고소하지 못합니다. 다만 개별 사건이 친고죄 또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는지, 제출하려는 서류가 어떤 효과를 갖는지는 사건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닙니다. 가족이 돈을 보낸 사실은 그 범위에서 변제가 될 수 있지만, 피의자를 면하게 할지는 채무인수와 합의서 문구에 따라 달라집니다. 일부 입금만으로 피의자의 남은 책임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보증은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이 필요합니다. 전자적 형태의 보증 의사표시는 원칙적으로 효력이 없으므로, 메시지만 믿고 피의자에 대한 권리행사를 포기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부 수령액, 잔액, 분할변제 일정, 미지급 시 처리가 정리되지 않았다면 서두르지 않는 편이 안전할 수 있습니다. 처벌불원 의사표시는 단순한 가족의 약속과 분리해 판단해야 합니다.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 예정은 정할 수 있지만, 부당하게 과다하면 법원이 감액할 수 있습니다. 감정적인 액수보다 실제 지급 구조와 불이행 상황을 고려한 문구가 중요합니다.
이 글은 사기 피해 합의 과정에서 제3자 변제, 보증, 채무인수,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검토할 때 참고할 일반적인 내용입니다. 합의서 문구, 실제 지급 여부, 사건의 진행 단계, 적용되는 범죄 유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처벌불원서나 고소취소 관련 서류는 제출 후 형사절차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서명 또는 제출 전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족의 변제 제안이 실제 피해 회복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일부 금액을 받는 것과 남은 금액까지 책임지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피의자 측이 “오늘 바로 제출해야 한다”고 압박한다면, 먼저 변제 주체, 남은 금액, 지급 기한, 불이행 시 처리 내용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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