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완봉입니다.
"김 대표님, 이번 프로젝트 견적 내시려면 우선 CAD 도면이랑 원재료 배합 레시피부터 메일로 넘겨주셔야 합니다."
이제 막 거래 물꼬를 트나 싶던 대기업 원청사 담당자의 가벼운 이메일 한 통. 제조업, 엔지니어링, IT 솔루션 분야의 하도급업체 대표님들이 가장 가슴 철렁하면서도 거절하기 힘든 순간입니다.
정식 계약을 맺기도 전에 핵심 기술을 다 보여달라니, 기술만 빼 가고 다른 저가 업체에 외주를 줄까 봐 덜컥 겁이 납니다. 그렇다고 대기업의 요구를 단호히 거절했다가는 입찰 기회조차 잃고 관계가 틀어질까 봐 결국 조용히 파일을 첨부해 보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러한 을(乙)의 애로사항을 악용하는 무리한 요구를 세련되게 차단하고, 거래 관계도 지키면서 우리 회사의 기술 자산을 지키는 실무 대응법을 상세히 알려드립니다.
원청사 실무자들이 가장 자주 대는 이유는 '단순 검토용', '견적 산출용', '설계 정합성 확인용'입니다. 얼핏 들으면 납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오가야 할 자료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정식 발주서나 계약서가 없는 상태에서 도면 전체나 제조 레시피 원본을 넘겨주는 순간, 하도급업체의 협상력은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대기업이 해당 기술을 바탕으로 자체 생산을 검토하거나, 경쟁 하도급업체에 슬쩍 보여주며 단가 후려치기의 도구로 악용할 우려가 매우 큽니다.
'원활한 거래 진행을 위해 어쩔 수 없다'며 순응하기 전에, 우리 회사를 지켜줄 강력한 법적 방어막인 하도급법 제12조의3을 반드시 알아두어야 합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제12조의3은 대기업이 우월한 지위를 남용해 중소기업의 기술을 무단으로 가져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된 조항입니다.
하도급법의 보호를 받는 기술자료는 특허 기술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비밀로 관리되는 설계도면(CAD), 제조 공정 레시피, 시방서, 생산 원가 내역서, 소프트웨어 소스코드 등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지닌 기술상·경영상의 모든 정보가 포함됩니다. 2026년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법 집행 기준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해당 자료를 '비밀'로 지정하고 내부적으로 일정 수준 관리하고 있었다면 기술자료로서 법적 보호를 받습니다.
견적 검토 등 정당한 사유가 있더라도, 대기업은 수급사업자가 자료를 건네기 전에 반드시 법정 기재사항이 담긴 서면(기술자료 제공 요구서)을 교부해야 합니다. 이를 교부하지 않고 이메일이나 구두로 자료를 받아 갔다면, 요구 사유의 정당성과 관계없이 하도급법 위반에 해당합니다.
기술자료를 제공받는 원청사는 자료 제공일까지 비밀유지의무, 사용 목적 제한, 위반 시 배상 책임 등이 담긴 비밀유지계약을 의무적으로 체결해야 합니다.
대기업 실무자에게 "하도급법 위반이니 서면부터 가져오라"고 딱딱하게 버티면 관계가 멀어질까 걱정되실 겁니다. 비즈니스 관계는 지키면서 실리를 챙기는 대응 전략을 소개합니다.
원청사에 도면이나 레시피를 보내기 전, 해당 파일이 영업비밀임을 명확히 표시해 두어야 합니다.
메일 회신 시, 거절하는 뉘앙스 대신 '법과 원칙을 함께 지키자'는 협력적인 톤으로 서면 발급을 정중히 요청해 보세요.
[실무 이메일 회신 템플릿]
"담당자님, 제안하신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검토를 위해 적극 협조하고자 합니다. 다만, 요청하신 CAD 도면 및 제조 배합비 자료는 당사의 핵심 기술자료(영업비밀)에 해당하여, 당사 내부 준법 지원 정책 및 하도급법(제12조의3) 준수를 위해 사전 서면 발급 절차가 필수적입니다.
번거로우시겠지만 아래 공정거래위원회 표준 양식에 따른 [기술자료 제공 요구서]를 먼저 회신해 주시면, 확인 절차를 마치는 대로 지체 없이 자료를 발송해 드리겠습니다."■ 기술자료 요구서 필수 기재사항
1. 기술자료 요구 목적
2. 비밀유지에 관한 사항
3. 요구 대상 기술자료의 명칭 및 범위
4. 기술자료의 권리 귀속 관계
5. 대가 및 대가의 지급 방법
이렇게 메일을 보내면 대기업 내부 법무팀의 검토가 필요해집니다. 기술 유용 의도가 있었던 실무자라면 서면이라는 '발자국'을 남기기 꺼려 스스로 요구를 철회하거나 대폭 줄이게 됩니다.
자료를 부득이하게 전달해야 할 때는 대기업이 제시하는 일방적인 NDA 대신, 공정거래위원회가 배포한 '표준비밀유지계약서' 양식을 활용하자고 요청하십시오. 표준 계약서에는 원청사가 비밀을 유출했을 때 고의·과실이 없었음을 스스로 입증하도록 하는 입증책임 전환 조항이 포함되어 있어 중소기업에 유리합니다.
"요구서 한 장 못 받고 이메일로 CAD 도면과 전체 단가 내역서를 다 넘겨줬는데 어쩌죠?"
너무 낙담하실 필요 없습니다. 원청사가 '기술자료 제공 요구서'를 교부하지 않은 채 핵심 기술을 받아 간 사실 자체가 하도급법 위반입니다. 기술 유출 정황이 의심된다면 즉시 다음 증거들을 확보해 두십시오.
이러한 증거가 확보되어 있다면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를 통해 대기업에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이끌어낼 수 있으며, 피해액의 최대 3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로 합당한 보상을 받아낼 수 있습니다.
Q1. 원청사 실무자가 "단순 견적용이라 요구서 발급 같은 사내 절차는 밟기 어렵다"며 거부합니다. 어떻게 하나요?
A. 절차의 번거로움을 핑계 대는 것은 전형적인 회피 수단입니다. 이 경우 핵심 기술이 모두 담긴 전체 CAD 도면 대신, 크기와 외관 레이아웃만 확인할 수 있는 '간소화 버전(아웃라인 도면)'을 제공하거나, 민감한 배합비 부분을 삭제한 '마스킹(Masking) 처리 자료'만 우선 제공하겠다고 제안하는 것이 비즈니스와 기술 보호를 동시에 챙기는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Q2. 정식 하도급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인 입찰·미팅 단계에서도 하도급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나요?
A. 네, 받을 수 있습니다. 하도급법 제12조의3 제4항은 '하도급계약 체결 전에 행한 행위를 포함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사전 협의 단계에서 기술자료를 요구받았더라도 하도급법상 의무 규정은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Q3. 공정위에서 인정하는 '기술자료'와 단순 '일반 자료'를 나누는 기준이 있나요?
A. 핵심 기준은 '비밀관리성'과 '경제적 유용성'입니다. 홈페이지나 카탈로그에서 누구나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일반 자료입니다. 반면 외부인이 알 수 없도록 관리해 온 가공 수치, 커스텀 도면, 내부 원가 계산서 등은 비밀성이 인정됩니다. 평소 문서나 폴더에 보안 등급을 표시하고 접근 제한 조치를 해 두는 것이 법적 보호의 첫걸음입니다.
Q4. 대기업이 자체 보안 양식을 보내줬는데, 법정 필수 기재사항이 일부 빠져 있습니다. 이것도 유효한가요?
A. '권리 귀속 관계'나 '대가 지급 방법' 같은 필수 기재사항이 누락된 서면은 불완전한 교부로 하도급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제공된 기술자료에 기초한 신규 특허는 원청사에 귀속된다'는 식의 독소조항이 끼워져 있는 경우도 많으므로, 서명하기 전에 반드시 전문가의 검토를 거치시기 바랍니다.
법률사무소 완봉에서는 대기업과의 하도급 거래에서 발생하는 기술자료 요구 대응, 부당 기술 탈취 피해 구제, 비밀유지계약서 검토 등에 대한 전문 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원청사의 압박 때문에 핵심 도면과 레시피를 무작정 넘겨주지 마십시오. 한 번 유출된 기술은 되돌리기 어렵고, 기업의 생존을 직접 위협합니다. 부당한 기술 요구에 당면하셨거나 이미 기술 탈취 징후가 포착되어 법적 대응을 고민하고 계신다면 편하게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은 반드시 변호사와의 직접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