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만기를 앞두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연락을 받는 세입자분들이 많습니다.
"계약서 쓸 때 분명히 '계약갱신청구권은 쓰지 않는다'고 특약 넣고 도장까지 찍으셨잖아요. 이번에 집을 매수한 새 주인인데, 제가 실거주할 예정이니 만기에 맞춰 이사 나가주셔야겠습니다."
당시에는 집주인의 요구로 어쩔 수 없이 '갱신권을 행사하지 않는다'거나 '만기 시 조건 없이 퇴거한다'는 문구에 서명했지만, 막상 만기가 다가오니 이사 갈 곳도 마땅치 않고 보증금에 맞는 전세 매물도 없어 막막하기만 합니다.
계약서에 도장까지 찍은 약속인데도 법적으로 이를 뒤집고 계속 거주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보장하는 임차인의 권리를 미리 포기하는 약정은 원칙적으로 법적 효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완봉입니다. 오늘은 그 구체적인 이유와 실전 대응법을 명확하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서로 합의해서 계약서에 쓰고 도장까지 찍었으면 그 약속을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는 민법의 대원칙인 사적 자치의 원칙(계약자유의 원칙)에 근거한 생각입니다.
그러나 사회적·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히 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주임법) 영역에서는 이 원칙이 제한됩니다. 주임법 제10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0조(강행규정)
"이 법에 위반된 약정(約定)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그 효력이 없다."
이를 '편면적 강행규정'이라고 합니다. 당사자가 아무리 자유롭게 합의하여 특약을 맺었더라도, 그 내용이 법이 정한 기준보다 임차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면 법적 효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계약 체결 시점이나 계약 기간 중에 미리 "갱신요구권을 쓰지 않겠다"고 약정하는 것은 임차인의 법적 권리를 박탈하는 조항으로, 처음부터 무효가 됩니다.
(※ 다만, 이미 갱신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기에 이르러 이사비 지원 등 실질적인 대가를 받고 포기 합의를 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효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집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가장 자주 발생하는 분쟁이 '새 임대인의 실거주 갱신거절'입니다. 이때 임차인이 반드시 파악해야 할 핵심은 소유권이전등기 시점과 갱신권 행사 시점의 선후 관계입니다.
임차인이 갱신권을 먼저 행사한 경우 (임차인 유리):
새 임대인이 아직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임차인이 기존 임대인에게 갱신요구권을 먼저 행사했다면, 새 임대인은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할 수 없습니다. 갱신권 사전 포기 특약은 이미 무효이므로, 임차인은 정당하게 2년 연장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새 임대인이 등기를 먼저 마친 경우 (새 임대인 유리):
임차인이 갱신요구권을 행사하기 전에 새 임대인이 이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상태라면, 새 임대인은 실거주를 이유로 주임법 제6조의3 제1항 제8호에 따라 임차인의 갱신 요구를 정당하게 거절할 수 있습니다.
결국 새 임대인의 등기 이전에 기존 임대인을 상대로 신속하게 갱신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주거권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임대인이 과거 특약을 근거로 퇴거를 압박할 때, 당황하여 "알겠습니다"라거나 "어쩔 수 없네요"라고 물러서면 법원이 이를 '갱신권 포기 합의'로 해석할 위험이 있습니다. 다음 세 가지를 반드시 실천하세요.
계약갱신요구권은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에만 행사할 수 있습니다. 하루라도 늦으면 권리가 소멸하므로 반드시 이 기간 내에 명시적으로 의사표시를 해야 합니다.
전화 통화만으로는 나중에 임대인이 "그런 말을 들은 적 없다"고 부인할 수 있습니다.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내용증명 우편을 활용하고 증거를 보관하세요.
[갱신요구 문자 예시]
"임대인님(또는 새로운 매수인님), 본 임차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에 의거하여 현재 거주 중인 임대차 계약의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합니다. 계약 당시 기재된 '갱신 불행사 특약'은 동법 제10조(강행규정)에 따라 효력이 없는 무효 약정입니다. 따라서 법이 보장하는 권리에 따라 계약을 2년 연장하고자 하오니 양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새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하고 임차인이 퇴거했다면, 이후 임대인이 실제로 거주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실거주하지 않고 제3자에게 임대하거나 매도한 사실이 밝혀지면 주임법 제6조의3 제5항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합니다.
Q1. 계약 기간 중에 따로 '만기 시 무조건 퇴거하겠다'는 각서를 써줬는데도 무효인가요?
네, 무효입니다. 계약 체결 당시든 계약 기간 중이든, 갱신요구권이라는 권리가 구체적으로 발생하기 전에 미리 이를 포기하는 합의는 주임법 제10조 위반으로 효력이 없습니다. 단, 이미 갱신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기(만기 6개월~2개월 전)에 이사비 지원 등 실질적인 대가를 받고 포기 합의를 한 경우라면 유효할 수 있습니다.
Q2. 집주인이 "명도소송을 걸어서 소송비용까지 다 청구하겠다"고 하는데, 정말 제가 비용을 물어내야 하나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법적으로 효력이 없는 '사전 포기 특약'을 근거로 제기하는 명도소송은 임대인 패소로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송비용은 패소한 쪽이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임차인에게 소송비용이 청구될 일은 없습니다.
Q3. 만기 3개월 전에 전 집주인에게 갱신요구권을 행사했는데, 그 후 새 집주인이 등기를 마치고 실거주하겠다고 합니다. 비워줘야 하나요?
비워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임차인이 적법한 기간 내에 기존 집주인에게 먼저 갱신요구권을 행사했고, 그 당시 새 집주인은 아직 등기를 마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이미 적법하게 갱신된 계약 관계를 새 매수인이 그대로 승계하는 것이므로, 새 집주인은 실거주를 이유로 이를 번복할 수 없습니다.
Q4.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하면서 다른 임차인도 구하지 않고 비워두겠다고 합니다. 이 경우에도 계속 살 수 있나요?
네, 가능합니다. 임대인 또는 직계존비속의 실제 거주가 아닌, 단순히 비워두겠다는 이유는 갱신 거절의 정당한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임대인은 법이 정한 사유 없이 임차인의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없으므로, 이 경우 임차인은 2년간 계속 거주할 권리가 있습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지식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자료이며, 개별 사실관계에 따라 법적 판단이나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약의 효력은 합의 시점, 작성 경위, 대가 수수 여부 등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분쟁이 발생한 경우에는 반드시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의 개별 자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법률사무소 완봉에서는 임대차 계약 분쟁 및 갱신청구권 관련 법률 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약의 효력이나 갱신 거절 대응이 고민되신다면 편하게 문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