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100만 원씩 반드시 갚겠습니다. 대신 처벌불원서부터 써 주세요.”
사기·횡령·배임 피해를 입은 뒤 이런 제안을 받으면, 당장 일부라도 돌려받기 위해 합의서부터 작성하고 싶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갚겠다”는 약속과 실제로 돈을 회수할 수 있는 장치는 다릅니다. 선처 의사를 먼저 표시한 뒤 분할금 지급이 끊기면, 피해자는 다시 민사 절차와 회수 방법을 고민해야 할 수 있습니다.
분할변제 합의의 출발점은 채무자가 자신의 지급의무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이를 채무승인이라고 합니다. 채무승인은 반드시 서면이나 “채무를 인정합니다”라는 표현으로만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채무의 존재를 알고 인정하는 취지가 드러난다면 묵시적으로도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추후 분쟁을 줄이려면 문서에는 명확한 표현을 사용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단순히 “피해금 3,000만 원을 갚는다”라고 적기보다, 해당 사건으로 발생한 금전 지급의무를 인정하고 변제할 총액을 특정하는 방식이 바람직합니다.
합의서에는 다음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집행권원에는 강제로 실현할 급부의 종류·내용·범위가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표시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형편이 나아지면 갚겠다”, “수입이 생기면 변제하겠다”는 문구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금액과 날짜를 표로 정리해 두는 방법도 도움이 됩니다.
분할납부를 허용하면 채무자는 약정된 지급일까지 남은 금액을 한꺼번에 갚지 않아도 되는 이익을 얻습니다. 이를 기한의 이익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분할금 지급이 끊겼을 때입니다. 기한의 이익 상실에 관한 약정이 없다면, 피해자는 이미 지급일이 지난 금액만을 대상으로 대응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합의서에는 일정한 연체가 발생하면 남은 잔액 전부의 지급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기한의 이익 상실 조항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연체하면 잔액 전부를 갚는다”는 문구만으로 자동 상실 여부가 언제나 분명한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기한의 이익 상실 약정이 있더라도, 연체만으로 자동 상실되는 경우와 채권자의 통지 또는 청구가 있어야 상실되는 경우를 구별합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통지나 청구가 필요한 유형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 바 있습니다.
따라서 합의 단계에서 다음 사항을 확인해야 합니다.
당사자끼리 작성하고 서명한 합의서는 채무의 존재와 변제 약속을 보여 주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그러나 일반 합의서만으로 곧바로 채무자의 예금이나 재산에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금전 분할변제 약정을 강제집행의 근거로 활용하려면, 공증인이 작성하고 채무자의 강제집행 승낙 취지가 기재된 공정증서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일정 금액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고 이러한 요건을 갖춘 공정증서는 강제집행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일반 합의서는 ‘갚겠다는 약속을 기록한 문서’이고, 강제집행 승낙 공정증서는 약정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집행 절차의 근거가 될 수 있도록 갖춘 문서입니다.
다만 공정증서가 있어도 아직 지급일이 오지 않은 장래 분할금까지 바로 집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지 않았다면 이미 변제기가 지난 분할금은 집행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장래 분할금은 각 지급일이 오거나 약정에 따른 기한의 이익 상실 시점이 되어야 합니다.
가해자가 합의를 서두르는 이유 중 하나는 형사사건에서 선처 자료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사기범죄 양형기준에서도 처벌불원, 실질적 피해 회복, 공탁 등은 감경요소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분할변제 약속만으로 피해가 실제로 회복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피해자는 전액을 받은 뒤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할지, 일부 변제를 받고 공정증서까지 작성한 뒤 표시할지 등을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처벌불원 의사표시와 고소취소는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고소는 제1심 판결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지만, 한 번 취소한 고소는 다시 할 수 없습니다. 합의서에 무심코 고소취소를 넣거나, 분할변제가 시작되기도 전에 고소취소서를 제출하는 일은 신중해야 합니다.
일반 채권은 원칙적으로 10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자 등 일부 채권에는 별도의 단기소멸시효 규정이 있을 수 있으므로, 장기간 분할변제를 정했다면 청구권 관리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채무를 인정했다는 증거로는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단순 합의서와 강제집행의 근거가 되는 공정증서는 요건이 다릅니다. 미이행 시 회수 절차까지 고려한다면 공정증서 작성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동으로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약정 문구에 따라 채권자의 통지나 청구가 필요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미납 횟수, 자동 상실 여부, 통지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합니다.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지 않았다면 장래 분할금은 바로 집행할 수 없습니다. 이미 지급일이 지난 금액과 아직 지급일이 오지 않은 금액은 구분해서 보아야 합니다.
분할변제 약속은 실질적인 피해 회복과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고소취소는 다시 할 수 없으므로, 문서의 종류와 제출 시점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분할변제 합의의 문구, 공정증서 작성 여부, 처벌불원 의사표시 및 고소취소의 효과는 사건의 죄명, 진행 단계, 채무자의 변제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서명 또는 제출 전 계약 문안과 현재 사건의 진행 상황을 함께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분할변제 합의는 단순히 감정적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는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수개월 또는 수년간 이어질 채권 회수 구조를 정하는 일입니다. 선처 의사부터 표시하기보다 채무 승인, 지급 일정, 연체 대응, 공정증서, 처벌불원서 제출 시점의 순서를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법률사무소 완봉에서는 사기 등 재산범죄 피해자의 합의 문안 검토와 분할변제 구조 점검에 대한 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합의 제안을 받았거나 처벌불원서 제출을 앞두고 있다면, 서명 전에 현재 사건에 맞는 대응 방향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