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공동 프로젝트 끝날 때까지 서로 직원 빼가기 없기로 합시다. 합의서에 도장 찍으시죠."
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완봉입니다.
신제품 공동 개발이나 외주 용역, 전략적 업무 제휴(MOU)를 진행하는 IT·제조·바이오 분야의 기업 대표님과 인사 담당자분들이 계약서를 작성할 때 가장 흔히 주고받는 제안입니다. 수억 원의 비용과 시간을 들여 키워온 핵심 연구원이나 개발자가 협력사로 이직해 버리면, 기술력은 물론 회사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아무렇지 않게 "계약 기간 및 계약 종료 후 O년간 상대방의 임직원을 채용하지 않는다" 는 이른바 '스카우트 금지 약정'을 계약서에 넣곤 합니다. 서로 신사협정을 맺었으니 안전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하지만 이 평범해 보이는 조항 하나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당한 공동행위(담합) 혐의로 조사를 받고, 매출액의 일정 비율에 달하는 수억~수십억 원의 과징금을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오늘은 최근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상호 채용 제한(No-Poach) 약정' 의 법적 리스크를 짚어보고, 법 위반 없이 합법적으로 인재와 영업비밀을 지킬 수 있는 계약 조항 설계법을 안내해 드립니다.
많은 대표님들이 "가격을 담합한 것도 아니고, 서로 합의해서 직원을 보호하겠다는 건데 왜 공정거래법 위반이냐"고 억울해하십니다.
핵심은 노동시장도 경쟁의 무대라는 점입니다. 기업은 소비자에게 제품을 파는 시장에서만 경쟁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고용 시장에서도 서로 경쟁합니다. 즉, 기업은 노동력의 '수요자'이고 근로자는 '공급자'입니다.
따라서 기업들이 "상대방 직원은 뽑지 말자"고 약속하는 것은, 노동력 수요자들이 담합하여 근로자의 임금 상승 기회를 박탈하고 노동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가 됩니다.
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 제9호는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 또는 사업내용을 방해하거나 제한함으로써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상호 채용 제한 약정은 바로 이 조항에 해당합니다. 2026년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미국 등 글로벌 경쟁당국의 흐름에 발맞춰 노동시장에서의 고용 담합과 인력 제한 합의에 대한 감시와 제재 수위를 전례 없이 높이고 있습니다.
바이오 벤처기업 A사와 대형 제약사 B사는 공동 연구 계약서에 "계약 체결일로부터 3년간 서로의 연구원을 채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넣었습니다. 이후 A사의 핵심 연구원이 퇴사하고 B사에 자발적으로 지원해 채용되었고, A사가 계약 위반이라며 항의하자 B사는 공정거래법 리스크를 우려해 채용을 취소했습니다. 이에 해당 연구원이 이직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받았다며 두 회사를 공정위에 고발했습니다.
결과: 공정위는 두 회사의 약정을 전형적인 No-Poach 담합으로 판단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수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해당 채용 제한 조항은 민사적으로도 무효 처리되었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등장하는 위험 문구입니다. 우리 회사 계약서에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다면 즉시 수정하셔야 합니다.
"갑과 을은 본 계약 기간 및 계약 종료일로부터 2년 동안, 상대방의 사전 서면 동의 없이는 상대방에 재직 중이거나 퇴사한 지 1년 이내의 임직원을 직·간접적으로 채용할 수 없다."
"갑 또는 을이 이를 위반하여 상대방의 직원을 채용할 경우, 위반한 당사자는 해당 직원 직전 연도 연봉의 2배를 위약금으로 지급하여야 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경쟁사 직원을 단순히 채용하는 것은 자유 경쟁 원칙상 허용되지만, 정당한 비즈니스 범위를 벗어나 부당한 수단으로 인력을 유인해 상대방의 사업 활동을 심히 곤란하게 하는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상 불법입니다.
따라서 '채용 제한'이 아니라, 영업비밀 탈취를 목적으로 한 부당한 스카우트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방식으로 조항을 설계해야 합니다.
[추천 조항]
"양 당사자는 본 계약 수행 과정에서 알게 된 상대방의 인적 정보나 기술 노하우를 부적절하게 이용하여 상대방 인력을 부당하게 유인하거나 스카우트함으로써 상대방의 사업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채용 금지는 담합 리스크가 매우 큽니다. 해당 프로젝트에 직접 투입되어 핵심 영업비밀을 다루는 인력으로 대상을 좁히고, 기간도 프로젝트 수행 기간 및 종료 후 6개월~1년 이내로 한정해야 법원의 합리성 판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른 기업과의 합의로 인력을 묶으려 하지 말고, 해당 직원과 직접 체결하는 경업금지 및 비밀유지 계약을 탄탄히 설계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고 효과적입니다. 법원이 인정하는 유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력 이탈의 본질적 위험은 기술과 거래처 정보의 유출입니다. 채용 자체를 막기보다, 그 직원이 이직하더라도 우리 기술을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근본적인 방어책입니다.
Q1. 경쟁사가 아닌 원청-하청 관계인데도 채용 제한 약정이 문제가 되나요?
네,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는 경쟁 관계에 있는 사업자 사이에서 성립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특정 개발자나 엔지니어 확보라는 관점에서는 원청과 하청 역시 고용 시장에서 경쟁 관계에 놓입니다. 업종이나 계약 구조를 불문하고 전면적 채용 금지 약정은 위법 리스크가 큽니다.
Q2. "사전 서면 승인을 받으면 채용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두면 안전한가요?
안전하지 않습니다. 승인 절차를 거치게 만드는 것 자체가 실질적으로 이직을 제한하고 기업 간에 채용 여부를 조율하는 행위로 평가받기 때문입니다. 승인 절차 유무와 관계없이, 자발적 이직자의 채용을 가로막는 형태의 합의는 피하셔야 합니다.
Q3. 직원이 스스로 퇴사한 뒤 협력사에 자발적으로 지원한 경우도 막을 수 없나요?
기업 간 약정으로는 막을 수 없습니다. 근로자의 자발적 이직은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에 해당합니다. 만약 특정 직원의 이직을 막아야 한다면, 기업 간 합의가 아닌 해당 직원과 개별적으로 체결한 경업금지약정을 근거로 법원에 전직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Q4. 이미 작성된 계약서에 상호 채용 금지 조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즉시 계약 조항을 정비하시기 바랍니다. 양사 합의 하에 변경 계약서 또는 부속 합의서를 작성하여 전면 채용 금지 조항을 삭제하고, 앞서 소개한 '부당한 인력 유인 및 기술 탈취 금지' 조항으로 대체하는 조치가 시급합니다.
인력 유출 방지와 공정거래법 준수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문구 한 줄, 단어 하나 차이로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기 때문에 기업 자문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의 검토가 필수적입니다.
법률사무소 완봉에서는 IT·바이오·제조업 등 기술 집약적 산업군의 계약서 작성 및 공정거래법 리스크 진단에 대한 전문 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계약서 작성 단계부터 독소 조항을 사전에 걸러내고, 가장 안전한 방식으로 인재와 기술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소중한 기술과 인력 유출이 걱정되시거나, 이미 체결한 계약 조항의 위법성이 우려되신다면 지금 바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 본 글은 2026년 8월 기준 법령 및 판례를 바탕으로 작성된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의 콘텐츠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적 자문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실제 계약 체결 및 분쟁 대응 시에는 반드시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