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완봉입니다.
"임차권등기명령도 신청해 뒀고, 짐도 다 빼서 이사했는데 설마 무슨 일 있겠어?"
전세 사기나 역전세 등으로 임대차 계약이 끝났음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임차인들이 정말 많습니다. 당장 다른 집 잔금을 치러야 하거나 직장 이직 등의 이유로 부득이하게 살던 집을 비우고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지요.
많은 분이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 두고,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것을 확인한 뒤 짐을 빼면 모든 법적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보증금 안 준 기간만큼 지연이자(연 5% 또는 소송 시 연 12%)를 톡톡히 받아내야지" 하고 안심합니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덫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보증금 반환 소송을 시작하면 임대인이 대리인을 선임해 이렇게 나오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임차인이 이사는 갔지만 현관 도어락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집을 넘겨받지 못해 다른 세입자에게 보여주지도 못했고 집을 쓰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니 완전히 인도받은 것이 아니므로 지연이자는 줄 수 없습니다. 오히려 집이 비어 있던 기간의 월세와 관리비를 보증금에서 공제하겠습니다!"
실제 법정에서 임대인들이 자주 쓰는 '동시이행항변 및 부당이득 상계 주장'입니다. 이 주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어렵게 받아내야 할 보증금에서 수백만 원의 월세가 깎이거나, 받아야 할 지연이자를 한 푼도 못 받는 억울한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임대인의 이러한 주장을 무력화하고 보증금과 지연이자를 온전히 지켜내기 위한 핵심 법리와 실무적인 증거 확보 방법을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임대인이 억지를 부릴 때 사용하는 무기는 민법상 '동시이행의 항변권'입니다.
동시이행관계란?
임대차 계약이 끝나면 임대인은 '보증금을 돌려줄 의무', 임차인은 '집을 비워줄(인도할) 의무'가 생깁니다. 이 두 가지 의무는 법적으로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즉, 상대방이 먼저 이행하기 전까지는 "너 돈 주기 전엔 나 집 안 비워줘", "너 집 비우기 전엔 나 돈 안 줘"라고 정당하게 거부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이행지체'를 만들어야 지연이자가 붙는다
동시이행관계가 유지되는 동안에는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더라도 법적으로 '연체(이행지체)' 상태가 아닙니다. 지연이자(연 5% 민사 법정이율, 소송 제기 후 연 12% 소송촉진법상 이율)를 청구하려면, 내가 먼저 의무를 다했거나 언제든 이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이행제공)을 증명해 임대인을 '수령지체' 상태에 빠뜨려야 합니다.
대법원 판례도 이를 명확히 짚고 있습니다.
"임차인이 임차목적물에서 퇴거하기는 하였으나 그 사실을 임대인에게 알리지 아니한 경우에는 임차목적물의 명도의 이행제공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1다77697 판결)
아무리 짐을 깔끔히 빼고 이사를 갔더라도, 임대인에게 이를 명확히 알리고 언제든 들어와 집을 지배할 수 있도록 조치하지 않았다면 법적으로 이행제공이 완료되지 않은 것입니다.
"보증금을 완전히 입금하면 비밀번호를 알려주겠다"며 번호키 비밀번호를 고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속 점유를 유지하며 버티는 상황에서는 유효한 방어 수단입니다. 하지만 임차권등기명령을 마치고 실제로 퇴거한 상황이라면 얘기가 다릅니다. 임차권등기 덕분에 이사를 가도 우선변제권과 대항력이 유지되므로, 비밀번호를 끝까지 알려주지 않으면 임대인의 동시이행항변권이 유지되어 지연이자를 청구할 수 없습니다.
베란다 구석에 부서진 의자 하나, 싱크대 밑에 청소 도구 몇 개가 남아있는 것을 트집 잡아 "원상복구가 안 되었다", "여전히 점유 중이다"라며 명도 완료를 부정하고 보증금에서 처리 비용과 월세를 공제하겠다고 주장하는 경우입니다.
법원에 신청서를 제출한 날 바로 이사하면 절대 안 됩니다. 법원의 결정이 내려지고, 부동산 등기부등본 을구에 '임차권'이 실제로 기재된 것을 인터넷 등기소에서 직접 확인한 뒤에 짐을 빼야 합니다. 등기 기재 전에 퇴거하면 대항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짐을 전부 뺀 후, 집안 전체가 비어 있고 청소된 상태를 사진과 동영상으로 구석구석 촬영해 둡니다.
- 촬영 대상: 빈 거실, 방 전체, 싱크대 안쪽, 화장실, 신발장, 베란다
- 촬영 팁: 오늘 날짜가 표시된 스마트폰 화면이 함께 나오도록 촬영하면 날짜 조작 시비를 차단할 수 있습니다.
짐을 뺀 직후, 임대인에게 아래 양식으로 문자메시지 또는 카카오톡을 보내고, 필요하다면 내용증명도 함께 발송하십시오.
[이행제공 통지 문자 예시]
임대인 귀하. 본인은 오늘(2026년 6월 17일) 임차목적물(주소지 기재)의 이삿짐을 완전히 정리하고 퇴거를 완료하였습니다. 법원의 임차권등기명령이 등기부등본에 정상 기재되었음을 확인하였기에, 임대인께서 언제든지 목적물을 인도받아 사용·수익하실 수 있도록 현관 도어락 비밀번호를 아래와 같이 고지합니다.
- 현관 도어락 비밀번호: [XXXX#]
- 전체 호실 내부 상태: 완전 공실 및 청소 완료 (사진·동영상 별첨)
이로써 임차인의 임차목적물 반환 및 인도의무의 이행제공이 완료되었습니다. 따라서 오늘 이후 발생하는 임대차 보증금 [금액]원의 미반환에 대한 법적 지연손해금(연 5% 또는 소송 시 연 12%) 및 모든 법적 책임은 임대인 귀하에게 있음을 통지합니다.
이 문자가 발송되고 임대인이 수신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순간, 법적으로 '이행제공'이 완료됩니다. 이때부터 보증금에 대한 지연이자가 날마다 쌓이게 됩니다.
이행제공은 단 한 번의 행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송이나 변제가 끝날 때까지 계속되어야 합니다(대법원 2022다302497 판결 등).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
- 비밀번호를 한 번 알려줬다가 임대인이 돈을 안 준다는 이유로 비밀번호를 임의로 다시 바꿔버리는 행위
- 임대인이 새 세입자에게 집을 보여주겠다고 요청했는데 "돈 주기 전까지는 절대 아무도 못 들어온다"며 방문을 완강히 거부하는 행위
법원은 이를 '이행제공의 중지'로 평가합니다. 한 번 이행제공을 해서 임대인을 지체 상태에 빠뜨렸더라도, 이후 비밀번호를 다시 잠가버리거나 방문을 거부한 기간에 대해서는 임대인의 동시이행항변권이 되살아나 그 기간의 지연이자를 청구할 수 없게 됩니다.
임대인이 밉더라도, 완전히 퇴거한 이후에는 방문 요청에 협조하며 이행제공 상태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보증금과 지연이자를 온전히 지키는 길입니다.
Q1. 짐만 빼두고 문을 잠가둔 상태입니다. 이 기간 동안 월세를 내야 하나요?
실제로 거주하지 않고 사용·수익을 전혀 하지 않았다면 원칙적으로 월세(부당이득)를 줄 의무는 없습니다. 다만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고 열쇠를 쥐고 있었다면 '이행제공'이 인정되지 않아 임대인에게 지연이자를 청구할 수 없습니다.
Q2.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자마자 바로 이사 가도 대항력이 유지되나요?
아닙니다. 법원에 신청서를 제출한 것만으로는 효력이 없습니다. 등기부등본에 임차권등기가 실제로 기재된 것을 확인한 후 이사를 가야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됩니다. 등기 기재 전에 퇴거하면 대항력을 잃을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Q3. 비밀번호를 문자로 보냈는데 임대인이 고의로 확인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임대인이 고의로 문자를 읽지 않더라도, 사회통념상 임대인이 비밀번호를 알 수 있는 상태(도달)에 놓였다면 이행제공의 효력은 인정됩니다. 우리 민법은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도달했을 때 효력이 발생하는 '도달주의'를 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확실히 하려면 동일한 내용의 내용증명 우편을 함께 발송해 두는 것이 소송 실무상 가장 안전합니다.
Q4. 임대인이 도배 상태나 청소 상태를 핑계로 보증금 반환을 거부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사소한 하자나 청소 불량을 이유로 보증금 전액 반환을 거부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해 법원에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퇴거 시 촬영해 둔 사진을 제시하며 의무 이행이 완료되었음을 주장하고, 부당한 트집으로 반환을 미루는 것에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소송 및 지연이자 청구)를 예고하시기 바랍니다.
이사를 가면서 비밀번호 하나, 안내 문자 한 통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수백만 원짜리 지연이자가 내 손에 들어올 수도 있고, 임대인에게 부당하게 월세를 공제당할 수도 있습니다.
임대차 분쟁은 감정싸움이 아니라 철저한 증거 싸움입니다. 퇴거 단계부터 대법원 판례에 부합하는 증거를 꼼꼼히 확보해 두어야만 향후 소송에서 임대인의 어떠한 주장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습니다.
보증금 미반환으로 이사를 고민하고 계시거나, 이미 퇴거 후 부당한 공제 주장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다면 법률사무소 완봉에서 전문 상담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 본 게시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건의 사실관계에 따라 법적 판단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법률 전문가와 직접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