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완봉입니다.
새로 이사한 집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첫 주말을 보내고 나니, 장마철도 아닌데 안방 벽지가 축축하게 젖어 듭니다. 가구 뒤편을 확인해 보니 손바닥만 한 검은 곰팡이가 벽면 전체로 번져 있고, 쾨쾨한 냄새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릴 지경입니다. 집주인에게 연락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차갑습니다. "세입자분이 환기를 제대로 안 시켜서 그래요. 문 좀 열고 제습기 틀고 사세요."
과연 내 돈 주고 들어온 집에서 이런 고통을 참으며 계약 기간을 다 채워야 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습니다. 주거에 심각한 지장을 주는 곰팡이와 누수는 집주인이 해결해야 할 법적 의무이며, 이를 방치할 경우 임차인은 계약을 중도에 해지하고 보증금과 이사비까지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많은 임대인들이 벽지 곰팡이가 발생하면 무조건 '세입자의 환기 부족'이나 '청소 소홀'로 몰아가곤 합니다. 하지만 법의 기준은 명확합니다.
민법 제623조(임대인의 의무)는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존속 중 그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임대인의 유지·수선의무라고 합니다.
대법원 판례(94다34692)도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합니다.
"임차인이 별도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손쉽게 고칠 수 있는 사소한 것이 아니라, 수선하지 않으면 임차인이 계약에서 정한 목적대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될 정도의 하자라면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부담한다."
즉, 단순히 모서리에 살짝 핀 미관상의 곰팡이가 아니라, 외벽 균열로 인한 누수나 단열재 시공 불량으로 인한 극심한 결로 등 구조적 원인으로 발생한 곰팡이는 집주인이 비용을 들여 고쳐야 하는 영역입니다.
분쟁 조정이나 소송 단계에서 집주인은 대부분 세입자의 관리 소홀을 주장합니다. 말싸움보다는 법원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객관적 증거를 미리 수집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블루투스나 와이파이로 연결되어 일별·시간별 온·습도 추이가 그래프로 저장되는 스마트 습도계를 설치하세요. 하루에 2~3회 이상 환기를 시켰음에도 실내 습도가 80~90%를 웃도는 데이터는 '환기를 안 했다'는 집주인의 주장을 반박하는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곰팡이가 처음 발생한 시점부터 번져가는 과정을 주 단위로 촬영해 두세요. 가구 뒷면, 천장 모서리, 바닥 장판 밑 등 상세한 부위를 사진으로 남기고, 누수로 물방울이 떨어지는 장면은 동영상으로 소리와 함께 기록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자를 발견하는 즉시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사진을 보내며 수리를 요구해야 합니다. 법원은 임차인이 하자를 알고도 즉시 알리지 않아 피해가 커진 경우, 임대인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서울중앙지법 2014나13609). '알아서 없어지겠지' 하고 방치하면 절대 안 됩니다.
사설 누수 탐지 업체나 결로 하자 진단 업체에 점검을 의뢰하세요. '이 하자는 외벽 크랙으로 인한 우수 유입이 원인'이라는 전문가의 소견서나 견적서는 건물 자체의 구조적 문제를 입증하는 직접적인 근거가 됩니다.
곰팡이 포자로 인해 천식, 알레르기성 비염, 피부염 등이 발생하거나 악화되었다면 이비인후과나 피부과를 방문해 진단서를 받으세요. 가능하다면 진단서에 '환경적 요인(곰팡이, 습기 등)으로 인한 발생 또는 악화 가능성'이라는 문구를 넣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자가 심각해 도저히 거주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면, 단순히 이사 가겠다고 말하고 짐을 싸면 안 됩니다. 법적 절차를 밟아야 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고 이사비까지 청구할 수 있습니다.
전화나 구두 약속은 나중에 효력이 흐려지기 쉽습니다. 문자나 메신저로 기한을 명시하여 수리를 요구하세요.
"상기 하자로 인해 정상적인 주거가 불가능하므로, 2026년 O월 O일까지 누수 방지 공사와 도배 전면 재시공을 요청합니다. 기한 내 수리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지할 예정입니다."
기한이 지나도 집주인이 묵묵부답이거나 수리를 거부하면 내용증명 우편을 정식으로 발송합니다. 내용증명에는 아래 사항이 명확히 담겨야 합니다.
계약이 해지되었더라도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고 해서 열쇠를 넘기거나 그냥 이사 가면 안 됩니다. 이사를 먼저 가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사라져 보증금을 영영 돌려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고, 등기부등본에 등기된 것을 확인한 후에 이사해야 안전합니다.
Q1. 곰팡이 때문에 가방과 옷을 버렸습니다. 배상받을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단, 하자 발견 즉시 집주인에게 통지(민법 제634조)했어야 하며, 피해 물품의 원래 가치와 훼손 상태를 사진·영수증으로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곰팡이를 알고도 아무 조치 없이 방치했다면 임차인의 과실이 일부 인정되어 배상액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Q2. 계약서에 '현 시설 상태에서의 계약', '사소한 수선은 임차인이 한다'는 특약이 있어도 청구할 수 있나요?
네, 청구할 수 있습니다. 판례에 따르면 이러한 특약이 있더라도 외벽 크랙 보수, 옥상 방수, 보일러 교체 등 건물의 주요 구성 부분에 대한 대수선은 여전히 임대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곰팡이의 원인이 구조적 누수나 건물 노후화라면 특약과 무관하게 집주인의 책임입니다.
Q3. 이사비와 새 집 중개수수료(복비)도 청구할 수 있나요?
집주인의 수선의무 위반으로 계약이 중도 해지된 것이므로, 이로 인해 발생한 이사비와 중개수수료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민법 제390조)으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계약 해지의 책임이 집주인에게 있음을 입증하는 내용증명과 영수증을 꼼꼼히 챙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4. 벽지에 살짝 핀 곰팡이인데, 즉시 중도 해지가 가능한가요?
어렵습니다. 시중에서 파는 제거제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경미한 수준이라면 즉각적인 계약 해지는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해지가 인정되려면 하자로 인해 임대차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 즉 사람이 정상적으로 거주하기 힘든 수준의 중대성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지독한 곰팡이와 누수 문제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거주자의 건강과 일상을 송두리째 흔드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임대인이 끝까지 책임을 회피하며 보증금 반환을 미룬다면, 단호하게 법적 절차를 밟는 것이 소중한 재산과 건강을 지키는 방법입니다.
임대차 분쟁은 초기 증거 수집 단계부터 내용증명 작성까지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준비하는 것이 소송 기간을 줄이고 확실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지름길입니다.
※ 주의 및 면책사항
본 내용은 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 계약서 특약, 증거 수준에 따라 실제 법적 판단이나 소송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반드시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와 직접 상담하여 대응 방안을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법률사무소 완봉에서는 주거 하자로 인한 보증금 반환 분쟁 및 계약 중도 해지 문제에 대한 전문 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관련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다면 언제든지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