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완봉입니다.
어려운 시기를 버티며 회사를 키워온 스타트업 대표님이나 인사담당자분들이 가장 허탈해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믿었던 직원이 퇴사하면서 인수인계는커녕 업무용 PC를 통째로 포맷하거나, 회사 클라우드에 저장된 소스코드와 영업 데이터를 몽땅 지우고 사라졌을 때입니다.
"어차피 제가 밤새워 직접 만든 파일인데, 퇴사할 때 지우는 게 뭐가 문제인가요?"
"제 개인 정보가 담겨 있어서 깔끔하게 포맷하고 나왔습니다."
당장 업무는 마비되고 거래처와의 약속도 지키지 못하게 되었는데, 이런 직원을 법적으로 처벌하고 복구 비용까지 받아낼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가능합니다. 퇴사 직원의 악의적인 업무 파일 삭제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명백한 형사 범죄입니다. 아래에서 데이터를 무단 삭제한 직원을 형사 처벌받게 하고, 디지털 포렌식 비용을 포함한 손해배상까지 청구하는 실무 절차를 단계별로 설명드리겠습니다.
퇴사자들이 가장 흔하게 내세우는 변명은 "내가 직접 만든 문서니까 내 마음대로 지워도 된다"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전혀 다릅니다.
형법 제366조는 타인의 재물·문서뿐만 아니라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하여 그 효용을 해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타인의 전자기록'이 무엇인가입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5816 판결
"비록 피고인이 오로지 혼자 작성한 것이라 하더라도, 회사가 이를 지배·관리하고 있다면 피고인이 이를 임의로 삭제한 행위는 전자기록등손괴죄에 해당한다."
즉, 직원이 재직 중 급여를 받으며 업무상 작성한 모든 파일은 회사의 자산입니다. 본인이 작성했더라도 이를 마음대로 삭제하면 형사 처벌 대상이 됩니다.
단순히 파일을 지우는 것을 넘어 PC 전체를 포맷하거나 백업 없이 무단 퇴사했다면 업무방해죄가 추가로 성립합니다.
형법 제314조 제2항은 정보처리장치나 전자기록을 손괴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시켜 업무를 방해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합니다.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17도16384 판결
매달 업무 자료를 공용 폴더에 백업해야 한다는 회사 방침이 있었음에도, 퇴사 전 3개월간 백업을 하지 않은 채 노트북을 포맷하고 인수인계 없이 퇴사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업무방해죄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형을 확정했습니다.
법원이 말하는 '위력(威力)'이란 직접적인 폭행·협박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곤란하게 만드는 무형의 힘을 모두 포함합니다. 후임자가 정상적으로 일할 수 없도록 고의로 포맷하는 행위는 전형적인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에 해당합니다.
퇴사자의 PC가 비워진 것을 확인했다면, 당황해서 이것저것 클릭하거나 재부팅을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수사기관이 신속히 움직일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포맷되거나 삭제된 하드디스크는 겉보기에 비어 있어도 데이터 흔적이 남아 있어 복구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PC를 켜서 인터넷을 사용하거나 새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기존 흔적 위에 새 데이터가 덮어씌워지는 오버라이팅(Overwriting) 현상이 발생합니다. 오버라이팅이 진행되면 전문 포렌식으로도 복구가 불가능해지므로, 이상 징후를 발견하는 즉시 전원선을 뽑아 물리적으로 차단하고 그대로 보존해야 합니다.
고소를 먼저 제기하면 수사기관이 알아서 포렌식을 진행해 줄 것이라 기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기초 증거 없이 제출된 고소장은 수사가 지연되거나 반려되기 쉽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포렌식 업체를 통해 디스크 이미징(원본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하드디스크를 그대로 복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어떤 파일이 언제·어떤 경로로 삭제되었는지 기록된 포렌식 보고서를 미리 확보해두어야 합니다.
삭제된 파일의 성격(매출 장부, 고객 DB, 제품 도면, 소스코드 등)을 정리하고, 이를 복구하거나 재제작하기 위해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과 업무 마비의 심각성을 구체적인 수치로 기술해야 합니다.
포렌식 보고서와 피해 내역을 고소장에 반영하여 형사 고소를 접수합니다. 동시에 민법 제750조(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를 근거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합니다. 청구 범위에는 ① 데이터 복구 비용, ② 포렌식 의뢰 비용, ③ 업무 마비로 인한 영업상 손실이 모두 포함됩니다. 포렌식 비용도 상대방의 불법행위와 인과관계 있는 손해로 법원에서 인용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Q1. 퇴사자가 개인정보를 지우기 위해 포맷했다고 주장하면 처벌이 안 되나요?
처벌됩니다. 대전지방법원 판결(2024고단615) 등에서 법원은, 개인정보 삭제를 목적으로 했더라도 회사의 동의 없이 PC 전체를 포맷해 업무 데이터를 모두 날린 행위에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라는 목적이 있더라도, 회사 핵심 자산까지 함께 삭제하는 방식은 수단의 적합성을 결여한 위법 행위입니다.
Q2. 정직원이 아닌 프리랜서가 파일을 지운 경우는 어떤가요?
계약 형식보다 자료의 지배·관리 주체를 따져야 합니다. 회사 공간이나 회사가 제공한 PC에서 생성되어 회사 관리하에 사용된 자료라면 '타인의 전자기록'에 해당합니다. 계약서상 결과물 소유권이 회사에 귀속되도록 규정되어 있다면, 이를 무단 삭제한 행위는 정직원과 마찬가지로 형사 처벌 대상입니다.
Q3. 구글 드라이브나 노션 같은 클라우드의 공유 파일을 지운 것도 처벌이 되나요?
됩니다. 클라우드 데이터 무단 삭제는 형법상 전자기록등손괴죄 외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9조 위반 혐의까지 추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정당한 권한 없이 타인의 정보통신망에 저장된 데이터를 훼손하는 행위는 중하게 처벌됩니다.
Q4. 포렌식을 맡겼는데도 데이터가 완벽히 복구되지 않으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나요?
받을 수 있습니다. 복구가 완벽히 되지 않은 사실 자체가 오히려 핵심 자산이 영구적으로 상실되었다는 중대한 피해를 입증하는 증거가 됩니다. 복구 불가능한 데이터를 새로 구축하기 위한 재제작 비용(인건비·시간 환산)이나 기회비용 손실액을 산정하여 손해액으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단 한 명의 일탈 행위가 수년간 쌓아 온 회사의 핵심 자산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데이터 유실을 인지한 순간부터 얼마나 신속하고 냉정하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데이터 복구 가능 여부와 법적 대응의 성패가 갈립니다.
초기 단계에서 퇴사자를 섣불리 회유하려 하거나, 준비 없이 PC를 조작해 증거를 오염시키면 이후 수사와 재판에서 매우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법률사무소 완봉에서는 디지털 포렌식 연계, 형사 고소장 작성, 민사 손해배상 청구까지 기업 데이터 분쟁 전반에 대한 전문 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억울한 피해를 당하셨다면 언제든지 문의해 주십시오.
본 블로그의 내용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사안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반드시 변호사와의 직접 상담을 통해 수립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