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완봉입니다.
내 돈(보증금) 몇억 원을 제때 돌려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것도 서러운데, 어느 날 갑자기 경찰서로부터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당했으니 나와서 조사받으라"는 연락을 받는다면 어떨까요?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일 것입니다.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2026년 현재까지도 지속되는 가운데, 보증금 반환을 늦추거나 불리한 합의를 종용하기 위해 집주인이 적반하장으로 임차인에게 '업무방해죄' 형사 고소 카드를 꺼내 드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아 다음 세입자를 못 구했다, 즉 내 임대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 집주인들의 논리인데요. 과연 이 주장이 법적으로 타당할까요? 임차인이 취해야 할 대응 전략을 법률사무소 완봉에서 상세히 짚어드립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고 이사를 나가는 임차인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일부 집주인은 임차인이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거나 짐 일부를 남겨두었다는 점을 꼬투리 잡아 형사 고소를 진행하곤 합니다.
집주인의 주장은 대개 이렇습니다.
"세입자가 이사는 가놓고 문을 잠근 채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다. 새로운 세입자에게 집을 보여줘야 계약을 체결할 수 있고, 그 돈으로 보증금을 마련해 돌려줄 수 있는데, 비밀번호를 안 알려줘서 내 '임대 업무'를 방해했다!"
졸지에 피의자 신분이 된 임차인은 경찰서 출석 요구를 받으면 겁을 먹고 집주인의 요구에 응하거나 불리한 합의서에 도장을 찍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는 집주인의 법리 오해와 압박 전술에 휘말리는 지름길입니다.
민법 제536조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상대방이 의무를 이행할 때까지 나도 내 의무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임대차 계약이 종료되었을 때, '임차인의 집을 비워줄 의무(목적물 인도)'와 '임대인의 보증금을 돌려줄 의무(보증금 반환)'는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따라서 집주인이 보증금은 한 푼도 돌려주지 않으면서 "비밀번호부터 알려달라, 짐부터 빼라"고 요구하는 것은 법적으로 근거가 없습니다. 보증금을 전액 돌려받을 때까지 임차인은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고, 열쇠를 넘겨주지 않으며, 짐을 남겨두고 점유를 유지할 정당한 권리가 있습니다.
법원은 임차인이 동시이행항변권에 기하여 주택을 계속 점유하는 것은 불법점유가 아니라고 일관되게 판단하고 있으며, 형사적으로도 정당한 권리 행사로 인정합니다.
많은 분이 혼란을 겪는 부분이 바로 '주택임차권등기명령'입니다.
주택임차권등기명령이란, 보증금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하거나 주민등록을 옮기더라도 기존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되도록 등기부에 기록해 두는 제도입니다.
일부 임대인은 이를 두고 이렇게 주장합니다.
"임차권등기까지 마쳐서 우선변제권도 확보해 놓고선, 왜 굳이 짐을 남겨두고 비밀번호까지 걸어 잠그냐? 이건 악의적인 임대 방해 행위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임차권등기명령에 의한 임차권등기가 마쳐진 경우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의무는 임차인의 임차권등기 말소의무보다 먼저 이행되어야 하는 선이행의무가 됩니다(대법원 2005다4529 판결).
즉, 임차권등기가 완료된 이후에도 집주인은 보증금부터 먼저 돌려줘야 합니다. 돈을 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임차인이 점유를 유지하거나 비밀번호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여전히 정당한 권리 행사의 범주 안에 있으며, 이를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는 없습니다.
형법 제314조의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려면 다음 세 가지 방법 중 하나로 타인의 업무를 방해해야 합니다.
임차인이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고 짐 일부를 남겨둔 행위는 이 세 가지 중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집주인의 무리한 고소로 경찰로부터 피의자 출석 요구를 받았다면 아래 단계를 철저히 준비하세요.
수사관에게 내 행위가 "보증금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방어 수단"이었음을 객관적 자료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경찰은 하루에도 수많은 사건을 처리합니다. 장황한 구두 설명보다는 관련 법리와 판례를 정리한 변호인 의견서를 서면으로 제출하면, 수사관이 사건을 빠르게 파악하여 무혐의(불송치) 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Q1. 집주인이 "부동산에 집 보여주게 비밀번호 알려달라"고 하는데 절대 알려주면 안 되나요?
법적으로는 알려주지 않아도 무방하며, 이는 동시이행항변권의 정당한 행사입니다. 다만 원만한 해결을 원한다면 '부동산 중개업자가 동행하는 조건'으로 일시적으로 문을 열어주는 방식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밀번호 자체를 완전히 넘겨주면 점유를 상실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합니다.
Q2. 짐을 거의 다 빼고 이불 몇 개만 남겨뒀는데, 이것도 점유로 인정되나요?
그렇습니다. 대법원은 임차인이 완전히 퇴거하지 않고 가구 일부나 사소한 짐을 남겨둔 채 비밀번호를 인도하지 않았다면 사실상 점유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봅니다. 비밀번호를 지배하고 있는 이상 임차인의 점유 하에 있는 것이며, 보증금을 받지 못한 임차인은 이 점유를 유지할 권리가 있습니다.
Q3. 집주인이 문을 강제로 따고 들어가 짐을 빼버리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집주인이 임차인의 동의 없이 도어락 비밀번호를 바꾸거나 강제로 진입하여 짐을 처분하는 행위는 형법상 주거침입죄, 재물손괴죄, 권리행사방해죄 등에 해당하여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현장 사진·동영상 등 증거를 확보하고 경찰에 신고하세요.
Q4. 경찰 조사에서 '혐의없음'을 받으면 집주인을 무고죄로 역고소할 수 있나요?
무고죄는 상대방이 허위 사실을 고의로 꾸며내어 형사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고소했을 때 성립합니다. 집주인이 단순한 법리 오해로 고소한 것이라면 무고죄 성립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입자가 강제로 들어와 물리적 행패를 부렸다"는 등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을 고소장에 기재했다면 무고죄로 역고소하는 것을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해 경제적·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데 형사 고소까지 당해 경찰 조사를 앞두고 계신다면, 혼자서 끙끙 앓지 마십시오.
경찰의 첫 조사는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입니다.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에 따라 억울함을 빠르게 벗을 수도, 지리한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법률사무소 완봉에서는 임대차 분쟁 및 무리한 업무방해 고소 대응에 대한 전문 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의뢰인의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여 변호인 의견서 작성부터 경찰 조사 동행까지, 정당한 권리가 불법으로 매도당하지 않도록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개별 사안에 따라 법률 해석과 적용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전문가의 직접적인 법률 자문을 받으시기를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