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 동안 개발팀 전체가 밤을 새워 원청사가 요구하는 사양을 맞춰드렸는데, 납품을 마치자마자 돌아온 것은 잔금 지급이 아니라 '납기가 늦어졌으니 지체상금을 공제하겠다' 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입니다.
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완봉입니다.
IT 외주 개발이나 제조업 협력사 현장에서는 원청사가 메신저나 구두로 수시로 기획을 바꾸고, 중간 결과물을 보내도 보름 넘게 피드백을 주지 않아 일정이 밀리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그러다 정산 시점이 되면 계약서상 '최초 납기일'만 들이밀며 하루당 수백만 원씩 쌓인 지체상금을 청구하곤 합니다. 수억 원의 잔금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빚더미에 앉을 위기에 처한 대표님과 실무 담당자분들을 위해, 계약서상 독소조항을 깨고 지체상금을 감액·면제받을 수 있는 실전 대응 전략을 정리했습니다.
지체상금이란 약정한 납기 내에 목적물을 인도하지 못했을 때 수급인(하도급업체)이 도급인(원청사)에게 지급하기로 미리 정해둔 손해배상액을 의미합니다(민법 제398조 제2항, 손해배상액의 예정).
많은 원청사가 계약서에 "어떠한 사유로든 납기를 지키지 못하면 지체상금을 부과한다", "서면 합의가 없는 일정 연장은 인정하지 않는다" 는 조항을 넣어두고 이를 압박 수단으로 활용합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다릅니다.
대법원 판례의 태도
"수급인이 약정 준공기한을 지키지 못한 이유가 도급인의 귀책사유(설계 변경 등)에 있다면, 수급인은 자신의 책임 없는 사유로 지연된 기간을 증명하여 그 기간만큼의 지체상금을 공제받을 수 있다." (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3다60136 판결 등 참조)
즉, 계약서 문구와 상관없이 납기 지연의 실질적인 원인이 원청사에 있다면 그 기간에 대해서는 지체상금을 물지 않아도 됩니다. 관건은 "원청의 요구 때문에 늦어졌다"는 주장을 법원이 인정할 수밖에 없는 객관적인 타임라인 증거로 뒷받침하는 것입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적용 대상 거래라면 원청사의 일방적인 지체상금 공제는 더욱 엄격하게 제한됩니다. 원청사들이 가장 흔히 간과하는 부분이 바로 검수 지연 문제입니다.
하도급법 제9조에 따르면, 원청사는 납품을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검사 결과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합니다. 이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검사에 합격한 것(묵시적 검수 완료) 으로 간주합니다.
따라서 원청사가 최종 결과물을 받아두고도 내부 사정을 이유로 검수 확인서 발급을 미룬 기간은 지체일수 계산에서 제외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지체상금을 빌미로 합의 없이 대금을 일방적으로 유보하거나 삭감하는 행위는 하도급법 제11조(부당한 대금결정 금지) 및 제13조(하도급대금의 지급 등)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및 손해배상 청구의 대상이 됩니다.
민사 소송이나 하도급 분쟁조정으로 가기 전, 반드시 확보해야 할 디지털 증거와 작성 요령은 다음과 같습니다.
구두나 전화로 내려진 지시는 반드시 텍스트 기록으로 남겨두어야 합니다. 지시를 받은 직후 아래와 같이 메일이나 카톡으로 내용을 정리하고 상대방의 확인을 받아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작성 예시:
"OO님, 오늘 통화로 지시하신 [메인 페이지 UI 전면 개편 및 결제 수단 3종 추가] 건 확인했습니다. 당초 계약된 과업 범위(기획서 v1.2)에 없는 내용이 추가됨에 따라 추가 개발 및 테스트 공수가 약 7영업일 소요될 예정입니다. 이 내용대로 진행할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원청사 담당자가 "네, 일정 참고하여 진행해 주세요" 라고 답변한 카톡 캡처나 이메일 수신 기록은 법원에서 가장 강력한 면책 증거가 됩니다.
수행사가 결과물을 정상적으로 전송했음에도 원청사가 답변을 미뤄 공정이 멈춘 기간을 증명해야 합니다. 송신 일자와 회신 일자를 명확히 대조할 수 있는 메일 이력이 필요합니다.
작성 예시:
- 11월 1일 (수행사): "2차 마일스톤 산출물 검수 요청드립니다. 피드백을 주셔야 다음 단계 개발이 가능합니다."
- 11월 20일 (원청사): "검수 결과 전달합니다. 추가 수정사항 반영해 주세요."➡️ 수행사가 일을 진행할 수 없었던 19일간의 공백은 전적으로 원청사의 피드백 지연에 따른 것이므로, 지체일수에서 배제되어야 합니다.
납기일이 지난 이후에도 원청사가 이의 제기 없이 업무를 지시하고 산출물을 요구했다는 정황을 확보해야 합니다. "늦어지는 일정은 양해하겠다" 는 취지의 메시지나, 납기 이후에도 수시로 수정을 지시한 이메일·회의록은 원청사의 지체상금 청구가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됩니다.
소송이나 분쟁조정에서 판사와 조정위원을 설득하려면, 메일 캡처본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전체 지연 기간을 원인별로 세분화한 타임라인 매칭 테이블을 제시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최초 납기는 10월 31일이었으나 최종 납품이 12월 20일이 되어 총 50일의 지체가 발생했다고 가정할 때, 아래와 같이 분석하여 서면으로 제출합니다.
| 기간 | 지연 일수 | 구체적 원인 | 입증 증거 | 귀책 주체 |
|---|---|---|---|---|
| 11.01 ~ 11.10 | 10일 | 원청사 지시에 따른 화면 설계서 전면 수정 | 11월 1일 메일 및 카톡 컨펌 내역 | 원청사 |
| 11.15 ~ 11.30 | 15일 | 1차 빌드 검수 피드백 지연 (15일 송신, 30일 수신) | 검수 요청 메일 및 수신 확인 로그 | 원청사 |
| 12.05 ~ 12.09 | 5일 | 원청사가 제공해야 할 서버 인프라 구축 지연 | 인프라 담당자 간 슬랙 메시지 캡처 | 원청사 |
| 합계 | 30일 | 원청사 귀책으로 입증되는 일수 | 지체일수에서 공제 청구 | - |
이처럼 분석표를 제시하면, 법원은 총 지체 50일 중 원청 귀책 30일을 공제하여 실질 지체일수를 20일로 삭감하거나, 전반적인 사정을 참작하여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지체상금 액수 자체를 직권 감액합니다.
Q1. 계약서에 '서면 합의 없는 납기 연장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는데, 카톡이나 이메일만으로 독소조항을 깰 수 있나요?
네, 충분히 가능합니다. 계약서에 서면 합의 요건이 규정되어 있더라도, 실질적으로 원청사가 구두나 메일로 추가 작업을 지시하고 그 결과물을 수령하여 이득을 얻었다면 법원은 실질적인 합의 또는 원청의 귀책사유에 따른 이행 장애를 인정합니다. 계약서 문구에만 얽매여 권리를 포기하지 않아도 됩니다.
Q2. 원청사가 지체상금을 이유로 잔금 전액을 동결했습니다. 소송 전에 당장 취해야 할 조치는 무엇인가요?
우선 원청사의 대금 공제 통보에 즉시 이의를 제기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해야 합니다. 내용증명에는 원청의 귀책사유 타임라인을 간략히 요약하고, 일방적인 대금 공제가 하도급법 위반이자 계약 위반임을 명시합니다. 이후 공정거래조정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하거나 법원에 잔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대응하시기 바랍니다.
Q3. 지체상금 요율(예: 하루당 3/1000)이 지나치게 높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요율 자체를 낮출 수 있나요?
하루당 3/1000(0.3%)의 요율은 연간으로 환산하면 100%를 넘는 고율입니다. 법원은 계약 당사자의 지위, 원청사가 실제로 입은 손해 규모, 동종 업계 거래 관행(공공기관 용역 계약의 경우 통상 하루당 1.3/1000~1.5/1000 적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예정된 지체상금이 과도하다고 판단되면 적정 수준으로 직권 감액합니다.
Q4. 하도급법 적용 대상인지 어떻게 확인하나요?
하도급법은 원사업자(원청)와 수급사업자(하도급업체) 사이에 제조·수리·건설·용역 위탁이 이루어지는 거래에 적용되며, 양 당사자의 매출액·자본금 규모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계약서와 사업자등록증, 거래 내역을 바탕으로 법률 전문가와 함께 적용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지체상금 분쟁은 단순히 '누가 더 억울한가'의 싸움이 아닙니다. 원청사의 불합리한 요구와 검수 지연 정황을 얼마나 꼼꼼하게 타임라인과 증거로 매칭하여 법리적으로 재구성해 내느냐에 따라 수억 원의 잔금 회수 여부가 갈립니다.
다만, 개별 계약서의 특약 내용이나 하도급법 적용 여부에 따라 구체적인 입증 전략과 대응 방식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분쟁의 조짐이 보이거나 이미 대금 지급 거절 통보를 받으셨다면, 골든타임을 놓치기 전에 계약서 분석과 디지털 증거 검토를 전문가와 함께 진행하실 것을 권장합니다.
법률사무소 완봉에서는 원청사의 부당한 지체상금 청구 및 하도급대금 미지급 분쟁에 대한 전문 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계약서 검토부터 증거 분석, 내용증명 발송, 소송·조정 대리까지 단계별로 도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