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완봉입니다.
특정 사업본부에서 발생한 수십억 원대의 하자 소송 리스크나 대규모 부채 우려를 격리하기 위해 회사 분할(인적분할 또는 물적분할)을 검토하는 기업이 많습니다. '리스크가 큰 사업부만 따로 떼어내 신설법인을 만들면, 원래 회사는 안전하겠지'라는 판단으로 구조조정을 기획하곤 합니다.
하지만 법률적인 정밀 검토 없이 단순히 분할 절차만 진행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상법이 규정하고 있는 '연대책임의 원칙'이라는 숨겨진 지뢰밭 때문입니다. 분명히 리스크 있는 사업부를 분리했는데도 분할 전 채무에 대해 존속회사와 신설회사가 여전히 연대하여 책임을 지게 되는 상황, 그 원인과 예방법을 짚어드립니다.
많은 경영진과 실무자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사업부를 분할해 별도 법인으로 등기를 마치면, 이전된 사업부의 채무나 소송 리스크도 자동으로 신설회사에만 귀속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상법은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해 전혀 다른 기본 원칙을 세우고 있습니다.
상법 제530조의9(분할 및 분할합병 후의 회사의 책임)
① 분할회사, 단순분할신설회사, 분할승계회사 또는 분할합병신설회사는 분할 또는 분할합병 전의 분할회사 채무에 관하여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다.
이 조항에 따라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회사를 분할하면, 분할 전 존재하던 모든 채무(소송 중인 우발채무 포함)에 대해 분할 후의 모든 회사가 공동으로 책임을 집니다. 이를 법률 용어로 부진정연대채무라고 합니다. 채권자는 분할 전 채무를 근거로 존속회사든 신설회사든 어느 곳에 청구하더라도 전액을 받아낼 수 있는 권리를 유지하게 됩니다.
따라서 '리스크 사업부 격리'라는 분할 목적을 달성하려면, 반드시 연대책임을 배제하는 예외 규정을 발동시켜야 합니다.
상법 제530조의9 제2항은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연대책임을 면하고, 분할계획서에 지정된 회사만 해당 채무를 지도록 정할 수 있게 허용합니다. 이 예외를 인정받으려면 다음 두 가지 절차적 요건을 동시에, 완벽하게 충족해야 합니다.
분할계획서에 "신설회사는 이전되는 사업과 관련된 채무만 승계하며, 존속회사는 해당 채무에 대해 연대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취지를 명확히 기재해야 합니다. 이 분할계획서는 주주총회 특별결의(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를 통해 승인받아야 합니다.
주주총회 승인 결의일로부터 2주 이내에, 채권자들에게 분할에 이의가 있으면 1개월 이상의 기간 내에 제출하라는 내용을 신문에 공고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공고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상법 제527조의5 제1항에 따라, '알고 있는 채권자'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따로 통지(최고)해야 합니다.
기업분할 실무에서 가장 빈번하게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개별 최고 누락'입니다.
대법원은 "분할회사와 신설회사가 연대책임을 지지 않는 분할채무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알고 있는 채권자에게 개별적인 최고 절차를 제대로 거쳐야 하며, 이를 누락한 경우에는 해당 채권자에 대하여 연대책임 배제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4. 12. 2. 선고 2004다41154 판결 등 참조).
아무리 주주총회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신문 공고를 성실히 냈더라도, 개별 통지를 받지 못한 '알고 있는 채권자'가 존재한다면 그 채권자는 존속회사와 신설회사 모두에게 전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리스크를 떼어내려 한 분할의 목적이 통지 누락 하나로 완전히 무력화되는 것입니다.
법원은 이 범위를 매우 넓게 해석합니다.
- 회계장부나 계약서에 이름과 주소가 명시된 채권자는 기본입니다.
- 대표이사나 실무 담당자가 이메일·메신저 등으로 소통하며 인지하고 있었던 채권자도 포함됩니다(대법원 2011. 9. 29. 선고 2011다38516 판결).
- 분할 시점에 아직 확정판결이 나지 않았더라도 소송이 진행 중이거나 분쟁 조정을 신청한 상대방 역시 '알고 있는 채권자'에 해당합니다.
채무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무리하게 물적분할을 감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알짜 자산과 유망한 사업부는 신설법인으로 몰아주고, 존속법인에는 부채와 소송 리스크만 남겨두는 형태입니다.
이 경우, 주주총회 특별결의와 채권자 보호절차를 외관상 완벽하게 거쳤다 하더라도 채권자들로부터 사해행위취소소송을 당할 위험이 큽니다. 분할 이후 존속법인의 자산이 급감하여 채권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졌다면, 분할 행위 자체가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사해행위)로 인정되어 분할이 취소되거나 자산이 강제 환원될 수 있습니다.
무리한 자산 편중 분할을 피하고, 분할 전후 각 회사의 자산·부채 비율이 객관적으로 타당한지 법률 및 회계 전문가의 정밀 검토를 받아 설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1단계: 잠재적 채권자 전수조사]
- 미지급금뿐만 아니라 진행 중인 소송·조정 상대방 리스트 정리
- 하자보수 청구 기간 내에 있는 발주처 및 고객사 파악
- 이메일·내용증명 등으로 클레임을 제기해 온 잠재적 채권자 식별
[2단계: 분할계획서 작성 및 이의신청 대응 시나리오 준비]
- 연대책임 배제 문구를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삽입
- 채권자 이의 제기 시 제공할 담보 확보 또는 변제 자금 마련 계획 수립
[3단계: 배달증명 내용증명을 통한 개별 최고 집행]
- 알고 있는 모든 채권자에게 개별 통지 발송
- 도달 여부를 증명할 수 있도록 배달증명 우편 활용 및 증빙자료 영구 보관
Q1. 판결이 나지 않고 소송이 진행 중인 원고도 '알고 있는 채권자'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채무 액수가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분쟁 상태에 있는 소송 상대방은 '알고 있는 채권자'에 해당하므로 반드시 개별 최고를 해야 합니다. 통지를 누락할 경우 승소한 원고가 분할 후 어느 회사에나 전액 청구할 수 있게 됩니다.
Q2. 개별 통지를 누락한 채 이미 분할 등기를 마쳤습니다. 사후에 보완할 수 있나요?
이미 완료된 분할 등기에 소급하여 채권자 보호절차를 다시 밟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개별 통지를 받지 못한 채권자에 대해서는 연대책임이 확정적으로 유지됩니다. 이 경우 해당 채권자와 개별 합의를 통한 채무인수 계약 체결이나 조기 변제 등 우회적인 리스크 해소 방안을 검토해야 합니다.
Q3. 채권자가 분할에 이의신청을 제기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채권자가 적법한 이의 제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하면, 회사는 해당 채권자에게 변제를 하거나 상당한 담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것이 어렵다면 신탁회사에 상당한 재산을 신탁해야 합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연대책임 배제 효력이 상실될 수 있습니다.
Q4. 인적분할과 물적분할 모두 동일한 요건이 적용되나요?
그렇습니다. 상법 제530조의9는 인적분할과 물적분할 모두에 적용됩니다. 분할 형태와 관계없이 연대책임을 배제하려면 동일하게 주주총회 특별결의와 철저한 채권자 보호절차를 마쳐야 합니다.
기업분할은 단순히 사업 구조를 바꾸는 행정을 넘어, 수많은 이해관계자의 책임재산에 변동을 일으키는 고도의 법률 행위입니다. 채권자 통지 한 건의 누락이 수십억 원의 연대책임 부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실무 단계에서의 꼼꼼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법률사무소 완봉은 기업분할 기획 단계부터 채무 분석, 분할계획서 작성, 채권자 보호절차 진행 및 우발 소송 방어까지 기업분할 전 과정에 대한 법률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다면 초기 단계에서부터 전문가와 함께 설계하시길 권해 드립니다.
본 내용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업분할 진행 전 반드시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