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완봉입니다.
겨울철 한파가 몰아치던 날, 갑자기 보일러가 굉음을 내며 멈춰 섰습니다. 서비스 센터 기사님을 불렀더니 "내부 부품이 다 삭아서 수리는 불가능하고 전면 교체가 필요합니다"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게 됩니다. 교체 비용만 무려 120만 원.
급한 마음에 집주인에게 연락했더니 돌아오는 답변은 이렇습니다.
"계약서 특약 안 보셨어요? '퇴거 시 원상복구한다', '수선 비용은 임차인이 부담한다'고 적혀 있잖아요. 보일러 교체비는 세입자가 내셔야 합니다."
과연 집주인의 이 말이 법적으로 맞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닙니다. 계약서에 원상복구 특약이 있더라도, 보일러 전면 교체나 대규모 배관 공사처럼 주택을 정상적으로 사용하는 데 꼭 필요한 비용은 법적으로 집주인에게 청구해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많은 세입자가 몰라서 그냥 포기하는 필요비상환청구권의 실체와, 집주인의 주장에 맞서 수리비를 회수하는 구체적인 법적 대응법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민법은 세입자가 임차 목적물에 지출한 비용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바로 필요비와 유익비입니다.
많은 집주인이 계약서에 적힌 "임차인은 만료 시 원상복구하여 반환한다" 또는 "수선 비용은 임차인이 부담한다"는 특약을 근거로 수리비 지급을 거부합니다.
실제로 법원은 이러한 특약을 세입자가 필요비·유익비 상환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2다3609 판결 등).
하지만 여기에 중요한 법률적 반전이 있습니다.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 존속 중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합니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다34692, 94다34708 판결
"임대인의 수선의무는 특약에 의하여 이를 면제하거나 임차인의 부담으로 돌릴 수 있으나, 그러한 특약에서 수선의무의 범위를 명시하고 있지 아니한 한 (...) 대파손의 수리, 건물의 주요 구성부분에 대한 대수선, 기본적 설비부분의 교체 등과 같은 대규모의 수선은 이에 포함되지 아니하고 여전히 임대인이 그 수선의무를 부담한다."
즉, 계약서에 포괄적인 수선 부담 특약이 있더라도 보일러 전면 교체나 대규모 누수 배관 공사처럼 기본 설비 자체를 교체하는 대규모 수선은 여전히 집주인의 책임입니다. 세입자가 부담해야 하는 수선은 전등 교체, 문고리 수리, 변기 막힘 해결처럼 일상적이고 소액이 드는 소규모 수선에 한정됩니다.
따라서 100만 원이 넘는 노후 보일러 교체 비용은 집주인의 의무 범위에 속하므로, 원상복구 특약이 있더라도 세입자는 이를 필요비로 당당히 청구할 수 있습니다.
법적 권리가 있더라도 이를 입증할 객관적 증거가 없으면 소송이나 조정에서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아래 3단계 수칙을 반드시 실천하세요.
고장이 발생하면 즉시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세요. 그 후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로 집주인에게 고장 사실과 교체 필요성을 전달해야 합니다.
집주인은 흔히 "세입자가 관리를 잘못해서 고장 낸 것 아니냐"고 주장합니다. 이를 방어하려면 수리 기사님께 "고장 원인이 사용자 과실이 아닌 기계 자체의 노후화에 있다"는 내용을 소견서나 영수증 비고란에 기재해 달라고 요청하세요. 전문 업체의 객관적 판정은 법원에서도 강력한 증거로 인정됩니다.
수리비는 반드시 계좌이체나 카드 결제로 금융 증빙을 남기세요. 현금 지불이나 손으로 쓴 거래명세서만으로는 지출 사실을 온전히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견적서, 세금계산서(또는 카드 영수증), 이체 확인증을 한 세트로 묶어 보관하세요.
Q1. 보일러가 동파로 터졌습니다. 이 경우에도 집주인에게 교체비를 청구할 수 있나요?
동파의 경우 세입자의 관리 소홀 책임이 일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실무 기준에 따르면 보일러의 권장 사용 기간은 보통 7년입니다. 설치 후 7년이 지난 노후 보일러라면 동파가 발생하더라도 세입자의 과실을 묻지 않고 집주인이 교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인 판단 기준입니다.
Q2. 집주인이 교체비를 안 주는데, 월세에서 그만큼 공제하고 보내도 되나요?
법적으로 가능합니다. 임차인의 필요비상환청구권과 임대인의 차임 청구권은 민법상 상계할 수 있습니다. 단, 아무런 예고 없이 월세를 덜 보내면 무단 연체로 오해받아 계약 해지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반드시 "민법 제626조 및 제492조에 의거하여 이번 달 월세에서 수리비를 상계 처리하고 남은 금액만 입금합니다"라는 내용을 내용증명으로 먼저 발송한 뒤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Q3. 이사 나온 지 3달이 지났습니다. 뒤늦게도 청구할 수 있나요?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시간 제한이 있습니다. 민법 제654조 및 제617조에 따라, 필요비·유익비 상환청구권은 임대인에게 목적물을 반환한 날(열쇠를 넘겨준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반드시 행사해야 합니다. 이 기간이 지나면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기각될 수 있으므로, 분쟁이 있다면 신속히 법적 조치를 취하세요.
Q4. 집주인이 전화를 안 받아서 허락 없이 먼저 수리했습니다. 그래도 돌려받을 수 있나요?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필요비는 긴급성을 요하는 경우가 많아 집주인의 사전 동의가 청구의 필수 요건은 아닙니다. 고장 상태 사진, 수리 업체의 노후화 소견서, 집주인에게 연락을 시도한 통화 기록 및 문자 캡처본이 있다면 사후 청구로도 전액 회수가 가능합니다.
노후 주택이나 빌라에서 발생하는 수리비 분쟁은 금액을 떠나 임차인에게 큰 정신적 부담을 줍니다. 계약서의 독소 조항 한 줄 때문에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포기하지 마세요.
법률사무소 완봉에서는 임대차 수리비 갈등, 보증금 무단 공제 등 임대차 분쟁에 대한 전문 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내용증명 작성부터 조정 신청, 소송 대리까지 의뢰인의 권리를 끝까지 지켜드리겠습니다.
본 글은 2026년 6월 17일 기준의 법령과 대법원 판례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개별 사안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대응은 반드시 전문가와의 직접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