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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법무 2026.06.30

거래처 부도 조짐 시, 줄 돈과 받을 돈 퉁치는 '상계' 타이밍 놓치면 다른 채권자에게 다 빼앗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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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완봉입니다.

거래처의 부도나 폐업 징후를 가장 먼저 감지하는 사람은 대개 현장 실무자나 자금 담당자입니다. 결제 대금이 미뤄지거나 거래처 대표가 연락을 피하기 시작하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기 마련이지요.

이때 많은 기업이 "마침 우리도 그 거래처에 줘야 할 물품 대금이 있으니, 받아야 할 미수금이랑 퉁치면(상계) 되지 않을까?"라며 안일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다른 채권자(은행, 타 협력업체 등)가 발 빠르게 움직여 여러분의 회사에 채권 가압류나 압류를 걸어온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타이밍을 놓치면 내가 줘야 할 돈은 다른 채권자에게 고스란히 넘어가고, 정작 내가 받아야 할 미수금은 한 푼도 건지지 못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거래처 부도 위기 상황에서 회사 자금을 지키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수단, '상계(Set-off)'의 타이밍과 법률 실무 가이드를 알기 쉽게 정리해 드립니다.


📌 핵심 요약 (TL;DR)

  1. 줄 돈과 받을 돈을 상계하려면 양측 채무의 변제기가 모두 도래한 '상계적상' 상태여야 하며, 다른 채권자가 압류를 걸기 전에 이 요건을 갖추어야 안전합니다.
  2. 거래처의 부도 징후가 보이면 계약서상 '기한이익 상실(EOD) 조항'을 즉시 검토하여 받을 돈의 변제기를 오늘로 앞당겨야 합니다.
  3. 압류 결정문이 자사에 도달하기 전에 신속히 상계 통지 내용증명을 거래처에 도달시키는 것이 실무의 핵심 골든타임입니다.

1. '상계(Set-off)'의 기본 원리와 함정

상계(相計)란, 두 당사자가 서로에게 같은 종류의 채권·채무를 가지고 있을 때, 이를 대등한 금액만큼 소멸시키는 일방적인 의사표시입니다. 쉽게 말해 "너한테 줄 돈과 받을 돈을 서로 퉁치겠다"고 선언하는 것입니다.

상계를 이해하려면 두 가지 채권 개념을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 자동채권 (내가 받을 돈): 상계를 주장하는 우리 회사가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있는 채권 (예: 거래처로부터 받아야 할 미수금)
  • 수동채권 (내가 줄 돈): 상대방이 우리 회사에 청구할 수 있어 우리가 갚아야 하는 채무 (예: 거래처에 지급해야 할 매입 대금)

민법 제492조에 따르면 상계를 하려면 양 채권의 이행기(변제기)가 모두 도래해야 하는데, 이 상태를 '상계적상(相計適狀)'이라고 합니다.

평온한 상황에서는 장부상 정산으로 충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래처가 부도 직전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거래처의 다른 채권자들이 거래처의 채권(즉, 우리 회사가 거래처에 지급해야 할 물품 대금)에 가압류나 압류를 신청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법원으로부터 압류 결정문을 송달받는 순간, 우리는 법적으로 임의 결제를 할 수 없는 '제3채무자' 지위가 됩니다.


2. 압류가 들어왔을 때 상계가 가능한 요건 (대법원 판례 기준)

다른 채권자가 우리 회사를 제3채무자로 하여 거래처 채권에 압류를 걸어왔다면, 우리는 여전히 미수금과 상계할 수 있을까요?

민법 제498조는 "지급금지명령(압류 등)을 받은 제3채무자는 그 후에 취득한 채권에 의한 상계로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합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대법원 2012. 2. 16. 선고 2011다45521 판결 등)는 압류 상황에서 상계로 대항할 수 있는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합니다.

[압류 전 상계 대항 요건 — 변제기 기준설]
압류 결정문이 우리 회사에 송달된 날을 기준으로:
1. 이미 자동채권과 수동채권 모두 변제기가 도래하여 상계적상에 있었거나,
2. 압류 당시 자동채권의 변제기가 아직 도래하지 않았더라도, 자동채권의 변제기가 수동채권의 변제기와 동시에 또는 그보다 먼저 도래하는 경우여야 합니다.

💡 구체적 사례로 이해하기

  • 상황 A (상계 가능)
  • 줄 돈(수동채권) 변제기: 2026년 7월 31일
  • 받을 돈(자동채권) 변제기: 2026년 7월 20일
  • 압류 결정문 송달일: 2026년 7월 15일
  • 👉 압류 당시 두 채권 모두 변제기가 도래하지 않았지만, 받을 돈의 변제기(7/20)가 줄 돈의 변제기(7/31)보다 먼저 오므로 상계 가능합니다.

  • 상황 B (상계 불가능)

  • 줄 돈(수동채권) 변제기: 2026년 7월 31일
  • 받을 돈(자동채권) 변제기: 2026년 8월 15일
  • 압류 결정문 송달일: 2026년 7월 15일
  • 👉 받을 돈의 변제기(8/15)가 줄 돈의 변제기(7/31)보다 늦습니다. 압류 채권자에게 7월 31일에 돈을 지급해야 하고, 미수금은 상계하지 못한 채 손실로 이어집니다.

결국, 부도 징후를 감지했다면 다른 채권자의 압류가 완료되기 전에 받을 돈의 변제기를 앞당기고 상계를 완료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3. 부도 징후 포착 즉시 실행해야 할 실무 3단계

[1단계] 계약서의 '기한이익 상실(EOD)' 조항 즉시 검토

기존 거래 계약서에서 기한이익 상실 조항을 찾으십시오. 보통 다음과 같은 문구가 포함됩니다.

"계약 상대방에게 부도, 파산 신청, 회생절차 개시 신청, 주요 자산에 대한 가압류·압류, 당좌거래정지 등의 사유가 발생할 경우, 상대방은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며 채무 전부를 즉시 변제하여야 한다."

이 조항이 있다면 거래처에 부도 징후(예: 당좌거래정지)가 발생한 즉시, 약정 기한과 관계없이 미수금의 변제기가 '오늘'로 앞당겨집니다. 곧바로 상계적상 요건을 충족하게 되는 것입니다.

[2단계] '기한의 이익' 포기를 통한 수동채권 변제기 도래

줄 돈의 변제기가 아직 남아 있다면 민법상 채무자는 기한의 이익을 스스로 포기할 수 있습니다. 변제기가 2026년 8월 31일이라도 "오늘 즉시 갚겠다"고 선언하면 줄 돈의 변제기 역시 오늘로 도래한 것이 됩니다. 이를 통해 양 채권을 즉각적인 상계 가능 상태로 만들 수 있습니다.

[3단계] 상계 통지 내용증명 즉시 발송 및 도달 확인

상계는 소송 없이 상대방에게 의사표시를 하는 것만으로 효력이 발생합니다(민법 제493조 제1항). 단,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도달'해야 효력이 생기므로(도달주의), 말이나 문자메시지만으로는 추후 입증이 어렵습니다. 반드시 내용증명 우편으로 발송해야 합니다.

⚠️ 내용증명에 반드시 포함해야 할 사항
1. 당사자 인적사항 (발신인·수신인)
2. 자동채권의 명시 (미수금 금액, 발생 원인, 변제기 도래 사유)
3. 수동채권의 명시 (지급 대금 금액, 원인, 기한이익 포기 의사표시)
4. 상계의 의사표시 ("상기 자동채권과 수동채권을 대등액의 범위에서 상계 처리함을 통지합니다")

거래처 대표가 잠적하여 송달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면, 내용증명 발송과 함께 이메일,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등으로도 통지서 전문을 전송하고 수신 여부(읽음 표시 등)를 캡처하여 증거로 확보해 두십시오.


4. 실무자가 자주 범하는 치명적인 실수 2가지

① 구두 합의나 장부상 정산으로 끝내는 경우

"대표님끼리 전화로 퉁치기로 했다"며 서류 한 장 남기지 않고 회계 장부에서만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후 거래처의 다른 채권자나 법원 파산관재인이 "적법한 상계 통지가 압류 전에 도달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소송을 제기하면 법적으로 방어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반드시 문서로 흔적을 남겨야 합니다.

② 압류 이후 타인으로부터 채권을 매입하여 상계하는 경우

가압류 결정문을 받은 뒤, 제3자로부터 해당 거래처에 대한 채권을 헐값에 매입하여 상계하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민법 제498조에서 금지하는 '지급금지명령 송달 후 취득한 채권에 의한 상계'에 해당하여 법적 효력을 인정받지 못합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A)

Q1. 거래처 대표가 잠적했는데, 상계 통지서를 어떻게 도달시키나요?

거래처 법인 등기부등본상 본점 주소와 대표이사 주민등록상 주소로 각각 내용증명을 발송하십시오. 폐문부재 등으로 반송된다면 카카오톡·이메일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시에 활용하고 수신 이력을 보존해야 합니다. 분쟁이 심화될 경우 법원의 공시송달 절차를 통해 의사표시를 도달시킬 수도 있습니다.

Q2. 계약서에 '상계 금지' 조항이 있는데, 그래도 상계할 수 있나요?

민법 제492조 제2항에 따라 당사자 간에 상계를 금지하기로 약정했다면 원칙적으로 상계할 수 없습니다. 다만, 거래처가 부도나 파산 상태에 이른 경우 계약의 전제가 무너진 것으로 보아 해당 금지 약정의 효력을 제한하는 법리적 주장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법률 전문가와 계약서 문구를 정밀 검토하시기 바랍니다.

Q3. 가압류 결정문이 이미 송달되었습니다. 상계가 아예 불가능한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가압류 효력 발생일(송달일) 이전에 이미 미수금의 변제기가 도래해 있었거나, 당시 변제기가 도래하지 않았더라도 자동채권의 변제기가 수동채권의 변제기보다 먼저 또는 동시에 도래하는 구조였다면 지금이라도 상계 통지로 대항할 수 있습니다. 포기하지 마시고 변제기 선후 관계를 날짜별로 꼼꼼히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Q4. 받을 돈(1억 원)과 줄 돈(6천만 원)의 금액이 다른데, 일부만 상계해도 되나요?

네, 가능합니다. 금액이 다를 경우 대등액의 범위에서 상계가 이루어집니다. 이 사례에서는 줄 돈 6천만 원과 받을 돈 중 6천만 원이 상계되어 소멸하며, 남은 미수금 4천만 원에 대해서는 별도의 회수 절차(소송, 강제집행 등)를 진행하시면 됩니다.


⚖️ 주의 및 면책사항

본 글에서 다룬 상계의 요건과 판례는 일반적인 법리 해석에 기초한 것입니다. 실제 거래처의 구체적인 부도 원인(기업회생 신청 여부 등), 계약서의 개별 조항 유무, 채권의 성격에 따라 상계의 제한 요건이 복잡하게 얽힐 수 있습니다. 자금을 집행하거나 상계 통지서를 발송하기 전, 반드시 기업 법무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의 검토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 상담 안내

법률사무소 완봉에서는 거래처 부도 리스크 대응 및 상계 통지 관련 법률 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계약서와 채권 내역을 지참하시면 보다 구체적인 검토가 가능합니다.

  • 전화: 02-6263-9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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