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완봉입니다.
신제품 런칭을 코앞에 둔 브랜드 매니저나 스타트업 대표님이 가장 깊은 절망을 느끼는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특허청으로부터 "이미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가 먼저 등록되어 있어 브랜드 등록이 거절된다"는 의견제출통지서(거절이유 통지)를 받았을 때입니다.
수개월 동안 밤낮없이 고민해 만든 브랜드 이름, 상세페이지, 패키지 디자인을 전부 폐기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까요? 아니면 이름만 올려놓고 정작 쓰지 않는 상표권자를 찾아가 수천만 원의 합의금을 내고 권리를 사 와야 할까요?
돈을 쓰거나 브랜드를 포기하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합법적인 돌파구가 있습니다. 바로 상표법이 보장하는 '불사용취소심판' 입니다. 상대방이 이름만 등록해 두고 실제로는 쓰지 않는 '잠자는 상표'라면, 수백만 원 수준의 심판 비용만으로 그 권리를 완전히 소멸시키고 자사 브랜드를 안전하게 등록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 기획 단계나 상표 출원 심사 과정에서 가로막히는 가장 흔한 원인은 '선점 상표'입니다. 유행할 만한 단어나 범용적인 명칭을 미리 대량으로 등록해 두고, 실제 사업은 하지 않으면서 타인이 해당 브랜드를 쓰려 할 때 수천만 원의 합의금이나 로열티를 요구하는 이른바 '상표 알박기'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많은 대표님이 법적 분쟁이 두렵거나 일정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상대가 요구하는 금액을 그대로 지불하곤 합니다. 하지만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 는 대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가가 부여한 상표권이라 할지라도 정당하게 사용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그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 상표법의 기본 태도입니다.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3호에 따르면, 상표권자나 사용권자 중 어느 누구도 정당한 이유 없이 등록상표를 지정상품에 대해 취소심판청구일 전 계속하여 3년 이상 국내에서 사용하지 않은 경우, 심판을 통해 해당 상표등록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상표를 등록만 해두고 3년 넘게 제품을 유통하거나 쇼핑몰을 운영한 사실이 없다면, 이 제도의 적용 대상이 됩니다.
일반적인 법적 분쟁에서는 문제를 제기한 쪽이 상대방의 잘못을 증명해야 합니다. 그러나 불사용취소심판은 다릅니다. 상표법 제119조 제3항은 입증책임을 상표권자(피청구인)에게 넘기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즉, 취소심판을 청구하는 쪽은 "상대방이 상표를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따로 증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심판이 청구되면, 상표권을 지키려는 피청구인이 "청구일 전 3년 이내에 이 상표를 국내에서 정당하게 사용했다" 는 구체적인 증거(거래명세서, 세금계산서, 제품 사진, 광고 집행 내역 등)를 스스로 제시해야 합니다.
실제로 사업을 하지 않고 이름만 묶어둔 상표권자라면, 이러한 실질적인 사용 증거를 제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증거를 내지 못하면 심판원은 상표 취소 결정을 내립니다.
상표권자들은 심판 과정에서 "사정이 있어 일시적으로 쓰지 못했다"며 상표법상 '정당한 이유'를 주장하며 방어하려 합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주장을 매우 엄격하게만 인정합니다.
대법원 2026. 3. 12. 선고 2024후10504 판결은 이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상표를 사용할 수 있는 자에게 법적 분쟁의 우려 등과 같은 주관적·내부적인 사유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상표등록의 취소를 면할 수 없다.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려면 질병이나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인 경우이거나, 법률적 규제 등 상표권자가 통제할 수 없는 객관적·외부적 요인에 의해 부득이하게 상표를 쓸 수 없었던 상황이어야 한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상표권자가 파산선고를 받아 파산절차가 진행 중이었더라도, 상표 사용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객관적 사유가 별도로 입증되지 않는 한 파산이라는 사정만으로는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따라서 "동업자와 분쟁이 있어 잠시 쉬었다", "자금 사정이 어려워 영업을 못 했다"는 식의 주장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쓰지 않은 상표는 가차 없이 취소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포털 사이트, SNS, 온라인 쇼핑몰(쿠팡,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 특허청 키프리스(KIPRIS) 등을 통해 상대방 상표가 실제 유통망에서 쓰이고 있는지 조사합니다. 도메인이 매물로 나와 있거나, 홈페이지가 폐쇄되었거나, 최근 수년간 관련 제품의 판매 이력이 전혀 없다면 불사용취소심판의 좋은 대상이 됩니다.
특허청으로부터 거절이유 통지를 받은 상황이라면, 의견제출 기한 내에 기간 연장을 신청하여 시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리고 불사용취소심판을 청구하기 전에(혹은 동시에) 자사 상표를 먼저 출원해 두어야 합니다. 심판에서 선등록 상표가 취소되는 순간, 미리 출원해 둔 상표가 우선순위를 확보하여 안전하게 등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법적 절차를 시작했다고 해서 반드시 끝까지 다툴 필요는 없습니다. 실무에서는 불사용취소심판 청구로 상대방을 압박한 뒤 협상 테이블로 이끄는 전략이 자주 활용됩니다. 어차피 패소하면 권리를 무상으로 잃게 되는 상표권자 입장에서는, 심판 비용보다 훨씬 적은 금액만 받고 상표권을 양도하는 합의에 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1. 상대방이 심판 청구 후 급히 블로그 글을 올리거나 중고 거래에 제품을 올리면 사용한 것으로 인정되나요?
A. 인정되지 않습니다. 상표법은 심판청구일 전 3년 이내의 '정당한' 사용만을 유효한 사용으로 봅니다. 심판을 피하기 위해 급조한 형식적·명목상의 사용은 '정당한 사용'으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Q2. 상대방 상표의 지정상품이 수십 개인데, 제가 쓰려는 상품 카테고리만 골라 취소시킬 수 있나요?
A. 네, 가능합니다. 상표법 제119조 제2항에 따라 지정상품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취소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내가 쓰고자 하는 제품군과 동일·유사한 분류(유사군코드)에 속한 지정상품이 남아 있으면 여전히 등록이 거절될 수 있으므로, 방해가 되는 지정상품 범위를 꼼꼼히 특정하여 청구해야 합니다.
Q3. 최종 승소까지 얼마나 걸리나요?
A. 통상 특허심판원에 청구하여 심결을 받기까지 약 6~10개월이 소요됩니다. 피청구인이 답변서나 증거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보다 빠르게 결론이 날 수도 있습니다.
Q4. 협상을 먼저 시도하고 안 되면 심판을 청구하는 게 나을까요?
A.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먼저 매입 의사를 타진하면 상대방이 가격을 대폭 올릴 수 있습니다. 사전 조사를 마친 뒤 심판 청구서 송달이라는 강력한 신호와 함께 적정 합의안을 제시하는 것이 협상 주도권을 잡는 더 확실한 방법입니다.
새로운 브랜드를 세상에 내보이는 과정은 수많은 노력과 자본이 투입되는 여정입니다. 누군가 이름만 선점해 두고 방치한 상표 때문에 그 여정이 가로막혀서는 안 됩니다.
법률사무소 완봉은 선등록 상표의 실제 사용 여부 정밀 분석부터 심판 청구, 출원 연계, 상표 양도 협상까지 불사용취소심판 전반에 걸친 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거절 통지서를 받으셨다면 언제든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개별 사안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대응 시에는 반드시 법률 전문가의 개별 자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