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완봉입니다.
밤늦은 시간, 어두운 도로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무단횡단 보행자를 미처 피하지 못해 가벼운 접촉사고가 났습니다. 속도도 빠르지 않았고 툭 부딪힌 정도라 크게 다치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며칠 뒤 경찰로부터 "피해자가 전치 12주 진단서를 제출했습니다"라는 연락을 받게 됩니다. 피해자는 척추 압박골절이나 디스크 파열 등을 주장하며 수천만 원에 달하는 합의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분명 가벼운 접촉사고였는데 어떻게 전치 12주라는 진단이 나올 수 있을까요? 알고 보니 피해자는 원래 허리 디스크나 골다공증 등 뼈와 관절이 약한 기왕증(旣往症, 기존에 앓고 있던 질환)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무단횡단 보행자의 기존 질환과 과실이 결합해 과도한 형사 책임을 지게 될 위기에 처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오늘은 그 구체적인 대응 방법을 안내해 드립니다.
운전 중 보행자를 충격하여 상해를 입히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하 교특법) 위반(치상) 혐의로 형사 입건됩니다. 이때 운전자의 처벌 수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피해자의 상해 정도(전치 주수)와 운전자의 과실 비율입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고령이거나 퇴행성 질환, 골다공증, 척추관 협착증 등 기왕증이 있는 경우, 아주 경미한 충격에도 뼈가 부러지거나(압박골절) 인대가 파열되어 전치 10~12주에 달하는 진단이 나올 수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피해자의 기왕증이 사고와 경합하여 악화됨으로써 특정 상해의 발현 또는 치료 기간의 장기화에 기여한 경우, 기왕증 기여도를 참작하여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5. 4. 9. 선고 2014다88383 판결 등 참조).
이 법리는 민사상 손해배상뿐만 아니라, 형사 사건에서의 과실과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 판단 및 양형 조율 단계에서도 매우 강력한 근거가 됩니다. 전치 12주 중 사고의 실질적 기여도가 20~30%에 불과하다면, 운전자가 부담해야 할 형사적 책임과 합의금 역시 그에 맞게 조정되어야 합니다.
특히 교특법상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더라도 피해자가 중상해에 이른 경우에는 형사 처벌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때 피해자의 부상이 사고 자체가 아닌 기왕증에 의한 것임을 밝혀내어 중상해 요건을 다툰다면, 사건을 무혐의나 공소기각으로 종결시킬 수도 있는 결정적인 포인트가 됩니다.
교통사고 형사합의금은 통상 '전치 1주당 50만 원에서 100만 원 선'으로 거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치 12주라면 피해자는 1,000만 원에서 2,000만 원 이상의 합의금을 요구하게 됩니다.
그러나 기왕증 기여도가 70%이고 사고 기여도가 30%라면, 법률적으로 평가받는 실질 피해는 '약 3~4주'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를 수사기관과 법원에 객관적으로 입증해낸다면 다음과 같은 실무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의 주장에 끌려다니지 않고 과학적·법리적으로 대응하려면 수사 초기 단계부터 정교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경찰 조사 단계에서 피해자의 진단서가 제출되면 즉시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요양급여내역서 사실조회를 신청하거나, 피해자 측에 과거 진료기록 제출을 요청해야 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요양급여내역을 조회하면 피해자가 사고 전부터 척추·관절 관련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아왔는지 명확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확보한 MRI·CT 등 영상 자료와 진료기록부를 바탕으로 사설 의료감정원이나 제3의 전문의에게 기왕증 기여도 감정을 의뢰합니다. 예를 들어 "피해자의 요추 압박골절은 기존의 중증 골다공증(T-score -3.0 이하)으로 인해 발생하였거나, 극히 미미한 외력에 의해 악화된 것"이라는 의학적 소견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를 변호인 의견서와 함께 경찰·검찰에 제출하면 수사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피해자의 과실도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합니다. 보행자가 신호를 위반해 무단횡단한 경우, 운전자가 이를 예견하고 회피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블랙박스 영상 분석, 도로교통공단 분석 등을 통해 입증해야 합니다. 피해자 과실이 60~70% 이상이고 기왕증 기여도까지 높다면, 운전자의 형사적 책임은 상당히 줄어들게 됩니다.
피해자가 기왕증을 무시하고 "12주 진단이 나왔으니 무조건 3,000만 원을 가져오라"며 합의를 완강히 거부할 수 있습니다. 이때 피해자의 과도한 요구를 모두 들어줄 필요는 없습니다.
현재 시행 중인 형사공탁제도(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몰라도 법원에 공탁금을 맡길 수 있는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무작정 고액을 공탁하는 것이 아니라, 기왕증 기여도와 보행자 무단횡단 과실을 차감한 법정 손해배상액 기준의 합리적인 금액을 정밀하게 산정하는 것입니다.
합리적인 금액을 공탁하면서 "가해자는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으며 피해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피해자의 과도한 요구로 합의에 이르지 못해 공탁한다"는 취지의 공탁서와 변호인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면, 법원은 이를 합의에 준하는 사정으로 반영하여 감형 혜택을 부여하게 됩니다.
Q1. 피해자가 전치 12주 진단서를 이미 제출했는데, 이를 다투는 게 정말 가능한가요?
네, 충분히 가능합니다. 의사가 발급하는 상해진단서는 환자의 호소와 외형적 상태를 기준으로 작성될 뿐, 그 상해가 100% 교통사고로 인해 발생한 것인지는 판단하지 않습니다. 과거 진료기록이나 MRI 등 정밀검사 결과를 분석해 "사고 전부터 이미 척추관 협착증이나 골다공증이 심각했다"는 점을 입증하면, 진단서의 실질적인 증명력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Q2. 무단횡단 사고라도 운전자에게 무조건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요?
차량 운전자에게 보행자 보호 의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제한적인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닙니다. 야간이나 악천후 상황에서 보행자가 갑자기 뛰어들어 제동이 불가능했던 경우에는 운전자에게 '회피 불가능성'이 인정되어 무죄가 선고되기도 합니다. 무죄가 되지 않더라도 피해자의 과실 비율은 합의금과 벌금 액수를 낮추는 핵심 요인이 됩니다.
Q3. 기왕증 기여도 조사는 언제 신청해야 가장 효과적인가요?
경찰 수사 단계(첫 조사 직후)가 가장 중요한 시점입니다. 수사 단계에서 기왕증이 소명되면 검찰 단계에서 기소유예나 약식기소로 사건이 조기에 종결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만약 정식 재판으로 넘어갔다면 법원에 신체감정 또는 사실조회를 공식적으로 신청하여 재판부를 설득해야 합니다.
Q4. 피해자가 합의서 작성 시 민사상 이의제기 금지 조항을 빼달라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절대 양보해서는 안 됩니다. 형사 합의를 진행할 때는 반드시 "향후 이 사고와 관련하여 어떠한 민·형사상 이의도 제기하지 않으며, 형사합의금은 추후 보험사 민사 합의금에서 공제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명시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형사 합의금을 지급하고도 나중에 민사 소송을 또 당하거나, 보험사로부터 그 금액만큼 차감되어 합의가 실질적으로 무의미해질 수 있습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법적 판단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직접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의 내용만을 근거로 취한 법적 조치에 대해 법률사무소 완봉은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피해자의 과도한 합의금 요구에 막막하게 끌려다닐 필요는 없습니다. 법률사무소 완봉에서는 교통사고 형사 사건에 대한 전문 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의료기록 분석부터 경찰 조사 대응, 형사공탁 전략 수립, 재판 변론까지 의뢰인의 상황에 맞는 실질적인 조력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