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이 끝난 뒤에도 "이 기능이 왜 안 되냐"는 연락이 끊이지 않는다면, 그 원인은 기술이 아니라 계약서에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완봉입니다.
공들여 제품을 납품하거나 시스템 구축을 마쳤을 때, 기업 입장에서는 이제 비로소 대금을 정산받고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진짜 갈등은 그때부터 시작되기도 합니다. 1년, 2년이 지나서도 "이 기능이 안 된다", "저번에 고친 게 또 말썽이다"라며 끊임없이 무상 수리를 요구하는 거래처 때문입니다.
단순한 서비스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업의 수익성을 갉아먹는 '무한 AS'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 '하자담보책임'과 '유지보수'의 개념을 명확히 분리해 두어야 합니다.
많은 대표님이 혼동하시는 것이 바로 '하자담보책임'과 '유지보수'입니다. 이 둘은 법적 근거와 책임의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IT 및 제조 현장에서는 이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을 이용해 '하자 보수'라는 명목으로 사실상의 무상 유지보수를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이를 방지하려면 계약서에 "하자란 인도 당시의 설계도서와 상이하거나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객관적 결함에 한정한다" 는 정의를 반드시 포함시켜야 합니다.
일반적인 민법상 하자담보책임 기간은 목적물을 인도받은 날로부터 1년인 경우가 많지만, 기업 간 거래(B2B)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상법 제69조는 상인 간의 매매에서 매수인이 목적물을 받은 후 지체 없이 검사하고 하자를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납품 업체 입장에서는 계약서에 "검수 완료 후 7일 이내에 이의 제기가 없으면 하자가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조항을 넣어 책임 범위를 조기에 확정 짓는 것이 유리합니다. 반대로 구매 업체라면, 숨은 하자에 대비해 검수 기간을 충분히 확보해 두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분쟁이 발생했을 때 법원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언제 검수가 완료되었는가?"입니다. 검수 확인서에 날인이 이루어지는 순간, 외견상 드러난 하자에 대한 책임은 상당 부분 소멸합니다.
실무적으로는 계약서에 '간주 검수' 조항을 넣어두는 것을 권장합니다. "상대방이 물건을 수령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서면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검수가 완료된 것으로 본다"는 식의 문구입니다. 상대방이 검수를 미루며 대금 지급을 늦추거나, 수개월 뒤에 하자를 핑계로 결제를 거부하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최근 선고된 한 판례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 계약에서 '사용자의 단순한 요구사항 변경'을 '하자'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재판부는 "기존 기획서에 명시되지 않은 기능을 추가하거나 성능을 개선하는 것은 하자의 보수가 아닌 새로운 용역의 제공이므로, 이에 대한 비용 지급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법원은 계약 당시의 '과업 지시서'나 '사양서'를 기준으로 하자 여부를 판단합니다. 계약서 별첨 서류에 구현해야 할 기능을 구체적인 수치와 지표로 기록해 두는 것이, 분쟁 발생 시 가장 강력한 방어 수단이 됩니다.
Q1. 계약서에 하자보수 기간을 2년으로 적었는데, 상법상 6개월보다 우선하나요?
네, 그렇습니다. 상법의 규정은 당사자 간의 합의가 없을 때 적용되는 보충적 성격이 강합니다. 계약서에 별도의 기간을 명시했다면 그 기간이 우선 적용되므로, 기간 설정에 신중해야 합니다.
Q2. 상대방이 하자를 이유로 잔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하자의 정도를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전체 공정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사소한 하자라면, 상대방이 전체 잔금 지급을 거절하는 것은 권리 남용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하자 보수에 소요되는 합리적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대해 즉시 청구 소송이나 지급명령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Q3. 유지보수 계약을 따로 맺지 않았는데, 계속 연락이 옵니다. 무시해도 되나요?
법적 하자가 아닌 단순 문의나 운영 지원이라면 거절할 수 있습니다. 다만, 비즈니스 관계를 고려해 일정 횟수 이상의 지원은 유상으로 전환된다는 점을 내용증명 등 공문을 통해 공식화하고, 유지보수 계약 체결을 제안하는 것이 현명한 대응입니다.
Q4. 하자담보책임 면제 특약을 계약서에 넣을 수 있나요?
B2B 거래에서는 원칙적으로 가능합니다. 다만, 공급자가 알면서도 고지하지 않은 하자에 대해서는 면책 특약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특약의 범위와 문구를 신중하게 설계해야 합니다.
Q5. 납품한 지 3년이 지났는데, 상대방이 갑자기 하자를 주장합니다. 대응 방법이 있나요?
상법 제69조의 통지 기간이 도과했다면 담보책임을 묻기 어렵고, 민법상 소멸시효(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은 목적물 인도 후 1년) 역시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계약서에 별도의 기간을 정한 경우 그 내용이 우선 적용되므로, 계약 조건과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분쟁이나 계약 관련 문제는 반드시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계약서는 좋을 때가 아니라 나쁠 때를 대비해 쓰는 것입니다. 납품 후 발생하는 수많은 분쟁은 결국 '이게 하자냐, 아니냐'라는 단 한 문장의 정의에서 갈립니다.
법률사무소 완봉에서는 기업 간 계약서 검토 및 납품·용역 관련 분쟁 대응에 대한 전문 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귀사의 기술력과 수익이 계약서 한 줄로 인해 흔들리지 않도록, 실전적인 솔루션으로 함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