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완봉입니다.
어렵게 계약을 따내고 기일에 맞춰 납품까지 마쳤습니다. 이제 남은 건 기분 좋게 대금을 받는 일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거래처에서 연락이 옵니다. "현장에서 확인해 보니 하자가 발견됐습니다. 해결되기 전까지 잔금은 못 드립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대응하려면 결국 '계약서'가 힘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기업이 납품 이후의 책임 범위에 대해서는 '관례대로 하겠지'라며 대충 넘어가곤 합니다. 법원 판결은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묵시적 합의'를 점점 인정하지 않는 추세입니다. 오늘은 기업 간 거래(B2B)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하자담보책임과 사후관리 조항 검토법을 실무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일반 소비자 거래와 달리, 기업 간의 거래에는 상법이 적용됩니다. 여기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조항이 바로 상법 제69조(매수인의 목적물 검사와 하자통지의무)입니다.
이 조항에 따르면 물건을 산 기업은 물건을 받은 후 지체 없이 검사해야 합니다. 하자를 발견했다면 즉시 판매자에게 통지해야 하죠. 즉시 발견하기 어려운 '잠재적 하자'라 하더라도, 물건을 받은 지 6개월이 지나면 더 이상 하자를 이유로 계약 해제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실무 팁:
판매자(공급자) 입장에서는 계약서에 "검수 기간은 물품 수령 후 7일 이내로 하며, 해당 기간 내에 서면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검수에 합격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문구를 넣는 것이 유리합니다. 반대로 구매자 입장에서는 "검수 이후라도 통상적인 방법으로 발견하기 어려운 하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하자담보책임 기간을 둔다"는 예외 조항을 확보해야 합니다.
상법상 6개월이라는 기준이 있지만, 실무에서는 업종에 따라 1년에서 2년의 하자보증 기간을 별도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간의 시작점입니다.
단순히 '1년'이라고만 적어두면, 설치가 늦어지거나 검수가 지연될 때 책임 기간을 두고 분쟁이 생깁니다. 기간의 기산점(시작점)이 명확하지 않아 수억 원대 소송으로 번진 사례도 있습니다. 공급자라면 '납품일'부터 기간을 산정하는 것이 유리하고, 구매자라면 '최종 검수 통과일'부터 산정하도록 조정해야 합니다.
계약서에서 가장 위험한 독소는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습니다. 바로 손해배상의 범위입니다.
1,000만 원짜리 부품 하나에 하자가 생겼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부품 때문에 거래처 공장이 사흘간 멈춰 10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면 어떨까요? 상대방은 이 10억 원을 모두 물어내라고 요구할 것입니다. 이를 법률 용어로 특별손해 또는 간접손해라고 합니다.
해결책:
계약서에 "본 계약과 관련하여 공급자가 부담하는 총 손해배상액은 실제 납품 대금의 100%를 초과할 수 없으며, 어떠한 경우에도 기대이익의 상실이나 영업 중단으로 인한 간접 손해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책임 제한 조항을 반드시 넣어야 합니다. 이 문구 하나가 회사의 도산 위기를 막아줄 수 있습니다.
무상 하자보수 기간이 끝나면 모든 책임이 끝날까요? 아닙니다. 핵심 부품을 공급한 업체가 갑자기 부품 수급을 중단하거나 수리를 거부하면 구매자는 곤란해집니다. 이를 방지하려면 '부품 보유 의무 기간'이나 '유상 유지보수 전환' 조건을 미리 계약서에 명시해야 합니다.
이처럼 구체적인 숫자가 담긴 조항이 실질적인 서비스 품질을 담보하는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Q1. 계약서에 하자 기간을 안 적었는데, 상대방이 3년 전 납품 건을 고쳐내라고 합니다.
상법 제69조에 따라 기업 간 거래라면 6개월이 지난 시점에는 원칙적으로 거부할 수 있습니다. 다만 판매자가 하자를 알고도 숨겼다면(악의) 이 기간 규정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Q2. 하자가 미미한데 상대방이 전체 대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습니다.
하자의 정도와 미지급 대금 사이에는 균형이 맞아야 합니다. 전체 대금 대비 극히 일부인 하자를 이유로 거액의 잔금 전체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동시이행의 항변권' 남용으로 볼 수 있으며, 지연이자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Q3. 이메일로 주고받은 검수 요청도 법적 효력이 있나요?
네, 있습니다. 다만 나중에 증거로 활용하려면 상대방의 회신이 포함된 이메일이나 메신저 대화를 캡처해 보관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날인이 포함된 '검수확인서'를 별도로 받아두는 것입니다.
Q4. 납품 대금을 받는 대신 하자를 직접 고쳐주기로 합의했는데, 서류가 꼭 필요한가요?
반드시 필요합니다. 구두 합의는 나중에 "수리는 수리고, 손해배상은 따로 하라"는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수리 완료로써 모든 하자가 치유되었음을 확인하고, 이후 이 건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짧게라도 작성해 두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조언을 구성하지 않습니다. 실제 분쟁이나 계약서 검토가 필요하신 경우에는 반드시 변호사와 직접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잘 만든 계약서 한 장은 열 명의 영업사원보다 낫고, 잘 검토된 조항 하나는 뒤늦은 수습 비용 수십 배를 아껴줍니다.
법률사무소 완봉에서는 납품·용역 계약서 검토 및 하자담보책임 관련 분쟁에 대한 전문 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재 사용 중인 표준 계약서에 허점은 없는지, 거래처가 내민 계약서에 불리한 조항이 숨어 있지는 않은지 함께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