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돈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계좌만 잠깐 빌려줬어요.”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보낸 계좌의 명의자가 이렇게 말하면 피해자는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내 돈이 그 계좌로 들어갔으니 전액을 바로 돌려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계좌 명의자라는 사정만으로 손해배상책임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핵심은 명의자가 통장, 현금카드, 비밀번호 등 계좌 접근수단을 어떤 경위로 제공했는지, 해당 계좌가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입니다. 피해구제를 위한 지급정지를 신청했다면, 이후에는 송금 자료와 계좌 제공 정황을 함께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법 제750조에 따르면 고의 또는 과실로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손해배상책임이 문제됩니다. 여기서 고의란 계좌가 사기에 쓰일 것을 알면서 제공한 경우를 말할 수 있습니다. 과실은 사기 이용 사실을 확실히 알지 못했더라도, 보통 사람이라면 의심하고 제공하지 않았어야 할 상황에서 주의를 다하지 않은 경우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민법 제760조 제3항은 불법행위를 도운 사람, 즉 방조자도 공동행위자로 봅니다. 따라서 계좌명의자가 직접 피해자에게 전화를 하거나 송금을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사기 조직이 돈을 받는 데 필요한 계좌를 제공해 범행을 쉽게 했다면 방조책임이 검토될 수 있습니다.
다만 과실에 의한 방조책임은 쉽게 인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다음 사정을 종합해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단순히 “명의자 계좌로 송금했다”는 이체확인증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대구지방법원은 금융기관 직원인지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상황에서 통장·현금카드·비밀번호를 넘기고, 회수 시기나 방법도 정하지 않은 계좌명의자에게 방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해당 계좌가 전화금융사기에 이용될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본 것입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중심으로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명의자가 누구에게, 어떤 이유로 계좌 관련 물건이나 정보를 주었는지가 출발점입니다. 통장, 카드, 비밀번호 등을 함께 넘겼는지, 상대방의 신원을 확인했는지, 회수 약속이 있었는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회수 시기와 방법조차 정하지 않은 채 계좌 접근수단을 넘긴 사정은 책임 판단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금융기관 직원인지 분명하지 않은 사람에게 계좌 제공을 요구받았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통장이나 비밀번호를 요구받았다면 범죄 이용 가능성을 의심할 사정이 될 수 있습니다.
명의자의 설명만 볼 것이 아니라, 계좌 제공 전후의 대화 내용과 실제 거래 흐름이 서로 맞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송금 시각, 수취계좌, 이후 이체 또는 출금 흐름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제공된 통장 등이 실제 사기 범행의 주요 수단으로 사용되어 범행을 용이하게 했는지가 방조책임 판단에서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피해금 500만 원을 송금했다면, 단순히 ‘500만 원 송금’이라고만 기록하기보다 송금 일시, 금융회사, 계좌번호, 예금주, 송금 메모, 당시 통화 또는 메시지 시점을 연결해 정리하는 방식이 도움이 됩니다.
계좌명의자를 상대로 한 민사 청구는 감정적인 항의보다 기록의 연결이 중요합니다. 다음 자료는 가능한 한 원본 또는 원본에 가까운 형태로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화 캡처는 일부 문장만 잘라 보관하기보다 상대방, 날짜와 시간, 앞뒤 맥락이 드러나도록 남기는 편이 좋습니다.
피해금이 계좌명의자 계좌에 입금됐다고 해서 그 돈이 곧바로 명의자 개인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법원도 입금 사실만으로 명의자에게 실질적 이득이 귀속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따라서 “계좌에 돈이 들어갔으니 반환하라”는 부당이득반환과, 계좌 제공으로 사기를 도왔으니 배상해야 한다는 방조에 기초한 손해배상은 구별해 검토해야 합니다. 명의자가 실제로 돈을 인출하거나 취득했는지가 불분명하더라도, 계좌 제공 경위와 예견가능성에 관한 자료가 있다면 방조책임은 별도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었다고 해서 피해자에게 책임이 돌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법원은 피해자가 확인 절차 없이 송금한 사정이 손해 발생 또는 확대에 기여했다고 보면 배상 범위를 제한할 수 있습니다. 실제 사례에서도 계좌명의자의 책임이 해당 사건 손해액의 30%로 제한됐습니다.
청구를 준비할 때에는 왜 송금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구체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방이 어떤 신분을 사칭했는지, 어떤 말로 긴급성을 만들었는지, 피해자가 무엇을 믿고 송금했는지를 대화와 시간 흐름에 맞춰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말만으로 판단이 끝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알았는지뿐 아니라, 계좌 제공 당시 범죄 이용 가능성을 의심할 상황이 있었는지와 주의의무를 다했는지를 함께 살펴봅니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실제 이득을 얻었는지는 부당이득반환에서 중요하지만, 계좌 제공으로 범행을 용이하게 했는지는 방조책임에서 별도로 검토됩니다.
송금내역은 기본 자료이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계좌 제공 경위, 접근수단 전달 여부, 범죄 이용 가능성, 피해금 이동 흐름을 함께 정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계좌명의자를 알게 된 시점과 관련 자료를 확인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계좌명의자가 대포통장 명의자로 의심된다는 사정만으로 손해배상책임이 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계좌 제공 경위, 예견가능성, 피해금 흐름, 피해자 측 송금 경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보유한 자료를 기준으로 청구 가능성과 입증 방향을 검토해야 합니다.
법률사무소 완봉에서는 보이스피싱 피해 대응과 대포통장 명의자에 대한 손해배상 쟁점에 관한 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송금자료, 대화 원본, 지급정지 관련 자료 등을 바탕으로 필요한 대응 순서와 입증 방향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