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저 아직 임기가 2년이나 남았습니다. 당장 나가라고 하시면 남은 임기 2년 치 연봉인 2억 원을 회사가 일시불로 배상해야 하는 거 아시죠? 상법 제385조 찾아보세요. 돈 안 주시면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들어갑니다."
성장 궤도에 오른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님들이 가장 당혹스러워하는 순간 중 하나입니다. 회사의 성장을 위해 어렵게 영입한 등기임원이 기대 이하의 성과를 내거나 다른 경영진과 사사건건 충돌하며 조직을 흔들 때, 대표님들은 자연스럽게 '내보내는 방법'을 고민하게 됩니다.
하지만 일반 직원을 내보내듯 가볍게 접근했다가는 큰코다칩니다. 일반 직원은 근로기준법의 영역이지만, 법인 등기부등본에 등재된 등기임원은 상법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상법 제385조 제1항 단서는 '이사의 임기를 정한 경우에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임기만료 전에 이를 해임한 때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해임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이때 손해배상액은 통상 '남은 임기 동안 받을 수 있었던 보수 전액'을 의미합니다.
성과도 없는 임원에게 수억 원의 합의금을 얹어주며 내보내야 할까요? 아니면 소송 리스크를 감수하고 해임을 강행해야 할까요? 오늘 법률사무소 완봉에서 등기임원 해임 시 발생하는 손해배상 청구를 합법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 입증 전략과 안전한 해임 절차를 실무적인 관점에서 상세히 짚어드리겠습니다.
많은 대표님이 "근로기준법상 해고 제한 규정을 잘 지켰으니 문제없다"고 안심하곤 합니다. 하지만 등기임원은 원칙적으로 근로자가 아닙니다. 회사로부터 경영을 위임받은 '위임 관계'에 해당합니다.
상법 제385조 제1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
"이사는 언제든지 제434조의 규정에 의한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해임할 수 있다. 그러나 이사의 임기를 정한 경우에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임기만료 전에 이를 해임한 때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해임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즉, 주주총회 특별결의(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만 거치면 이사는 언제든 강제 해임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간단해 보입니다.
문제는 "정당한 이유 없이" 해임했을 때 발생하는 손해배상 책임입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회사가 배상해야 하는 금액은 '해임되지 않았더라면 잔여 임기 동안 지급받을 수 있었던 보수 상당액'입니다. 연봉 1억 원인 이사의 임기가 2년 남아있다면, 회사는 하루아침에 2억 원의 현금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법원은 이 기준을 매우 엄격하게 판단합니다. "다른 임원들과 사이가 안 좋다", "기대한 만큼 매출을 올리지 못했다" 같은 주관적인 신뢰 관계의 상실이나 단순 성과 부진은 정당한 사유로 거의 인정되지 않습니다.
대법원(2004다25611 판결 등)이 제시하는 정당한 이유의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당해 이사가 경영자로서 업무를 집행하는 데 장해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한 경우"
실무적으로 재판부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객관적 상황은 크게 세 가지 유형입니다.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하거나(횡령·배임), 이사회 승인 없이 경쟁 업체를 운영하거나 경쟁 업체 주식을 취득하는 등 상법상 '경업금지 의무'를 위반한 경우입니다. 명백한 위법행위이므로 정당한 해임 사유에 해당합니다.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인해 경영자로서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해진 상황을 의미합니다.
단순한 실적 부진을 넘어, 핵심 사업 추진 과정에서 치명적인 과실을 범해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입힌 경우입니다. 대법원 2012다98720 판결에서는 대표이사 재임 기간 중 회사 매출이 약 40% 감소하고, 동종 업계나 같은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비교해도 해당 회사의 실적만 현저히 악화된 사안에서 "경영 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가 상실되었다"며 정당한 이유를 인정한 바 있습니다.
소송전으로 치닫게 되었다면, 최신 대법원 판례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방어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과거에는 "주주총회 의사록에 기재한 해임 사유만 법정에서 주장할 수 있다"는 오해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해임의 정당한 이유 여부는 주주총회 결의 당시 객관적으로 존재하던 모든 사유를 참작하여 판단할 수 있으며, 주주총회에서 명시적으로 삼은 사유에 한정되지 않는다"라고 판결했습니다.
실무 적용: 이사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왔다면, 즉시 법인카드 사용 내역, 업무용 PC 포렌식, 이메일 수발신 내역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해임 결의 당시 주주총회에서 언급하지 않았던 비위 사실이라도 해임 결의 시점에 이미 존재했다면, 재판 과정에서 정당한 이유를 입증하는 증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공동대표나 각자대표 체제에서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을 때 유용한 전략입니다. 대법원은 "이사회가 대표이사를 해임하는 경우에는 상법 제385조 제1항 단서를 유추적용할 수 없다"고 명확히 판시했습니다. 주주총회가 대표이사를 해임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실무 적용: 문제가 되는 임원이 '대표이사 겸 사내이사'라면,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직을 바로 해임하기 전에 이사회 결의로 '대표이사' 직함만 박탈하고 일반 사내이사로 전환하는 방법을 먼저 검토하십시오. 이 경우 상대방은 대표이사직 해임을 이유로 잔여 임기 보수 배상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경영권과 대표권을 먼저 박탈한 뒤 차분하게 합의 사직을 유도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현명한 접근입니다.
정당한 이유 입증에 실패해 일부 손해배상이 불가피하더라도 포기하긴 이릅니다. 법원은 해임된 이사가 잔여 임기 동안 다른 회사에 취업하거나 자문역을 맡아 얻은 수익(중간수입)이 있다면, 이를 회사가 지급해야 할 배상액에서 공제해야 한다고 봅니다. 상대방의 건강보험 자격득실확인서나 소득 자료를 법원을 통해 조회하여 배상액을 줄이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소송은 이기더라도 상흔이 남습니다. 가장 좋은 결과는 소송 이전에 마무리짓는 것입니다.
1단계: 객관적 증거 수집 (포렌식 및 감사)
성과 지표 데이터, 이메일, 업무 보고 누락 자료, 법인카드 사용 내역 등 법원에서 '정당한 이유'로 삼을 수 있는 자료를 조용히 확보합니다.
2단계: 불이익 카드를 제시하며 합의 사직 제안
확보된 증거를 바탕으로 임원과 면담합니다. "주총 해임이나 형사 고발로 이어지면 업계에 소문이 나고 재취업도 어려워진다. 서로 원만하게 사임서를 제출하고 마무리하자"는 타협안을 제시합니다.
3단계: 확실한 '부제소 합의서' 작성
합의 사직에 동의했다면 반드시 서면으로 합의서를 작성합니다. "본 합의로써 임용 관계는 원만히 종료되었으며, 상법 제385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권을 포함하여 향후 상호 간에 민·형사상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부제소 합의 조항을 반드시 명시하십시오.
4단계: 이사회 및 주주총회 절차 철저히 준수
합의가 무산되어 강제 해임 절차로 갈 경우, 이사회 소집 통지 기한, 주주총회 소집 통지(개최 2주 전), 특별결의 의결정족수 확보 등 상법상 절차를 빈틈없이 지켜야 합니다. 절차적 하자가 있으면 해임 결의 자체가 무효가 되어 분쟁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Q1. 법인등기부등본에 이름만 올려놓은 무보수 사외이사나 감사도 임기 전에 내보내면 손해배상을 해줘야 하나요?
상법 제385조에 따른 손해배상의 본질은 '해임되지 않았더라면 얻었을 보수 상당액'입니다. 처음부터 무보수로 약정되어 있었거나 정관 및 주주총회 결의로 정해진 보수가 없다면, 정당한 이유 없이 해임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청구할 수 있는 손해액이 없으므로 재정적 배상 리스크는 거의 없습니다. 다만, 정관 등에 퇴직금 약정이 별도로 존재하는지 여부는 반드시 확인하셔야 합니다.
Q2. 임원 계약서에 "회사 사정에 따라 언제든지 해임할 수 있으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조항을 넣어두었습니다. 정말 배상 안 해도 되나요?
그러한 약정이 있더라도 상법 제385조 제1항 단서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을 사전에 전면 포기하게 하는 조항은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계약서 조항만 믿고 해임을 진행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으므로, 실제 해임 단계에서 객관적인 정당 사유를 입증할 준비를 별도로 해두셔야 합니다.
Q3. 이사 해임을 위한 주주총회를 열 때, 해임 대상 이사에게도 발언 기회를 주어야 하나요?
네, 중요합니다. 상법 제385조 제2항에 따라 해임 대상 이사는 주주총회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할 권리가 있습니다. 소집 통지를 고의로 누락하거나 발언 기회를 원천 봉쇄하면 주주총회 결의 취소 소송의 빌미가 될 수 있으므로, 절차적으로 반드시 발언 기회를 부여하고 그 내용을 의사록에 남겨두어야 합니다.
Q4. 등기임원이 자진 사임하겠다고 구두로 말했는데, 사임서 없이 처리해도 되나요?
구두 의사표시만으로는 분쟁의 소지가 남습니다. 사임 의사는 반드시 서면 사임서로 받아두어야 하며, 가능하다면 앞서 설명한 부제소 합의서도 함께 작성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사임서 없이 등기를 변경했다가 나중에 "사임한 적 없다"는 주장이 나오면 훨씬 복잡한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등기임원 해임 분쟁은 기업의 명운을 가를 수 있는 중대한 법적 지뢰밭입니다. 어설픈 권고사직 통보 한 번이 수억 원대의 손해배상 청구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기도 하고, 반대로 치밀하게 설계된 판례 법리를 적용하면 한 푼의 배상금 없이도 문제 임원을 합법적으로 퇴출시킬 수 있습니다.
가장 위험한 것은 변호사의 사전 검토 없이 직관이나 노동법적 상식만으로 해임을 서두르는 것입니다. 상대방에게 해임 의사를 내비치기 전, 첫 단추를 꿰는 단계부터 기업 법무 경험이 풍부한 파트너와 함께 증거의 증명력을 평가하고 협상 및 소송 시나리오를 설계하시기 바랍니다.
법률사무소 완봉에서는 경영진 갈등 해결부터 주총 절차 대행, 상법상 손해배상 소송 방어까지 등기임원 해임 관련 전문 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막막한 상황에 놓여 계신다면 아래 연락처로 문의해 주십시오.
본 포스팅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적인 법적 문제에 대한 공식 법률 의견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법률사무소 완봉의 변호사와 대면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